가요계 암표와 전쟁··· 장범준, 예매 전체 취소[스경X초점]
가수 장범준이 암표 문제로 인해 결국 공연 예매를 긴급히 취소했다.
장범준은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추후에 좀 더 공평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서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공지했다.
지난달 25일 장범준은 “앨범이 미뤄져서 좀 오래 쉬고 있다. 앨범이 나와야 신곡하고 같이 활동을 시작하는 편인데 내향적인 성격이라 몇 년 쉬다 갑자기 활동하면 힘들 거 같아서 앨범 발매가 되기까지 작은 공연을 가끔 해볼까 한다”고 평일소공연 개최 소식을 알렸다.
해당 공연은 ‘ㅈㅂㅈ평일소공연’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매주 화·수·목요일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총 10회차 공연에 최당 50명 수용 가능한 소규모의 공연인 데다 지난 2021년 연말 이후 2년여 만의 공연으로 예매 경쟁은 치열했고, 지난 1일 티켓은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전석 매진을 이루며 곧바로 암표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장범준은 “작은 규모의 공연인데 암표가 너무 많이 생겼다.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하겠으니 정상적인 경로 외에는 표를 구매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 예매분 전체를 취소하게 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공연 기획사 및 티켓 예매처 측은 “기존 예매 티켓이 취소된 것일 뿐, 공연은 내일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아티스트 메시지와 함께 환불 관련 내용 및 티켓 예매 방법이 공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범준뿐만 아니라 많은 가수가 암표와의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유는 불법 거래를 신고한 팬에게 티켓을 포상하는 ‘암행어사 전형’을 도입하는가 하면, 지난달 연말 콘서트를 개최한 성시경은 소속사가 불법 거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1인당 1매만 구매 가능한 현장 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효도콘서트’로 유명한 임영웅의 콘서트는 기본 티켓값의 최소 2배에서 최대 30배를 요구하는 암표가 쏟아졌다. 소속사 측이 불법 거래로 간주하는 예매 건에 대해 사전 안내 없이 바로 취소시키며 강력히 대응한 데 이어 암표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는 불씨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관계기관 국정감사에서 임영웅 콘서트를 예시로 공연 티켓 불법 거래의 심각성이 지적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59건이었던 암표 신고는 팬데믹이 끝난 지난해 4224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암표 현장 매매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인 데다, 온라인 거래는 법적 처벌 근거조차 없어 조치가 미비한 상황이다.
불법 거래는 이로 인한 수많은 사기 피해까지 동반한다는 점에서도 큰 사회적 문제다. 이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역시 “약 50년 전에 만들어진 암표 관련 법률부터 개정해야 한다”며 암표 법률 개정 청원을 제기했다.
지난해 진행된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중 대만 공연에서 고가의 암표가 성행하자, 대만 정부는 암표 판매에 최대 50배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강력한 조처를 한 바 있다. K팝의 인기가 날로 고조되면서 관련된 부수적인 사고를 막기 위해 나라마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K팝의 본고장에서도 팬심을 악용하고 산업구조를 무너트리는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한 엄중한 단속과 처벌이 시급해 보인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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