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비밀레슨, 쉿! 우리만의 비밀”… 음대 입시비리 이렇게 이뤄졌다

권승현 기자 2024. 1. 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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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음대 입시 비리' 수사 대상이 숙명여대·서울대를 넘어 서울 지역 유명 사립대와 예술학교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음대 입시 업계에 따르면 현직 교수의 옛 제자, 학교 선후배가 '대학교수 불법 레슨'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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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제자가 브로커 역할… 경찰수사 확대
숙대·서울대→ 주요 사립대로
학계·관련 입시업계 긴장
“아는 교수님 연결시켜 주겠다”
‘레슨 알선’ 미끼로 교습생 모집
이미 음대 입시업계서는 만연
문제 제기하다 협박 당하기도

경찰의 ‘음대 입시 비리’ 수사 대상이 숙명여대·서울대를 넘어 서울 지역 유명 사립대와 예술학교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음대 입시 업계에 따르면 현직 교수의 옛 제자, 학교 선후배가 ‘대학교수 불법 레슨’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연세대 등 국내 최정상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라도 회당 수십만 원짜리 교수 레슨이 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2일 음대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현직 교수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드리겠다’는 내용의 광고가 버젓이 게재돼 있었다. 이 중 경기 지역 한 피아노학원 원장 A 씨는 자신의 스승인 B대 전임교수의 레슨을 알선해주겠다며 나섰다. A 씨는 “시험을 3~4달 앞둔 시기부터 일주일에 최대 3번 정도 레슨을 받을 수 있다”며 이미 자신의 제자 여럿이 B 교수의 레슨을 거쳤다고 했다. 대학교수의 입시 레슨은 불법이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러니까 비밀로 진행돼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피아노 입시 강사이자 브로커인 C 씨는 “서울대, 연세대 수준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교수 레슨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무언가를 배운다는 목적보다는 미리 심사받을 교수님께 얼굴을 비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C 씨는 교수 레슨은 1타임당 1시간이 채 안 되지만 가격은 수십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성악과 입시 강사 D 씨는 불법 레슨을 한 뒤, 자신의 불법 행위가 탄로 날까 봐 과외를 해준 학생을 떨어뜨리는 교수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대학교수 레슨 알선’을 미끼로 교습생을 모집하는 풍토는 음대 입시 업계에 만연한 상태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인 숙명여대·서울대 성악과 입시 비리 수사의 중심에 있는 브로커 E 씨도 높은 명문대 합격률을 보장했던 입시 강사였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E 씨는 자신과 친분이 있던 교수들에게 제자들이 레슨받을 수 있도록 알선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E 씨, 서울대·숙명여대·가천대·울산대·강원대 교수가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지난주 서울대 성악과 행정 조교로 근무했던 F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이번 수사를 지켜본 음악계 관계자는 “서울 유명 사립대, 예술대학 등으로 음대 입시 비리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계와 입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대 입시 업계가 워낙 좁다 보니 비리 고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술고 고3 아들을 둔 이모 씨는 최근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교육부 입시비리 신고센터에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장막·칸막이 없이 실기 테스트를 하고 있어 불공정 심사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고발했다. 이후 이 씨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네 아들이 누군지 안다. ○○에 사는 ○○○”이라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이 씨는 “정당한 문제 제기에 해코지로 응수하는 분위기, 그리고 입시 과정에서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권승현·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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