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 ‘사법부 무력화’ 법안 폐기…네타냐후 더 수세 몰릴 듯

김미향 기자 2024. 1. 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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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추진해온 사법 개편안의 핵심에 해당하는 법안을 폐기한다고 판결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인사들이 강력히 추진해온 사법부 개편안의 핵심인 이 법안은 지난 7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표결을 통과했으며, 9월부터 대법원이 나서서 법안의 적합성을 심사해왔다.

사법개편안 핵심 법안이 대법원에서 폐기됨에 따라, 전쟁 이후 수세에 몰린 네타냐후 정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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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법원이 합리성 법안을 폐기한 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에 위치한 육군 본부에서 이번 결정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분열을 가하는 일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추진해온 사법 개편안의 핵심에 해당하는 법안을 폐기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이스라엘 내부의 분열이 부상할 수 있다.

1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대법원은 사법부의 영향력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이스라엘 기본법 개정안 무효화하는 안에 대해 찬성 8, 반대 7로 이같이 판결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날 성명에서 “(이 법안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핵심적 성격에 대한 심각하고 전례 없는 해악”이라고 판시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인사들이 강력히 추진해온 사법부 개편안의 핵심인 이 법안은 지난 7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표결을 통과했으며, 9월부터 대법원이 나서서 법안의 적합성을 심사해왔다. 신문은 “7명의 보수적 판사는 폐기에 반대했다. 법원이 분열된 상태에서 간신히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12월 말 이스라엘 사상 가장 극우적인 내각을 꾸려 재집권했다. 그는 총리 취임 직후부터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안을 추진해왔지만,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23년 3월11일에는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서 이스라엘 사상 최대규 모인 50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몇 개월째 수십만명이 모이는 대형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고, 예비역 군인들의 복무 거부 선언까지 나왔다. 특히 이날 무효화된 법안은 정부의 비합리적인 장관 임명을 심사하는 사법부의 권한을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어, 총리가 자격없는 측근을 주요 직책에 임명할 길을 터준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샀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10월7일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수면 아래로 잠겼던 이스라엘 내부의 분열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분석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텔아비브에 위치한 육군 본부에서 이번 결정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분열을 가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이자 사법개편안의 설계자인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전선에서 성공을 위해 요구되는 우리 군인들의 단결 정신과는 정반대”라며 “법원의 판결은 우리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법 개편안을 재추진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군의 핵심 역할을 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은 전쟁 발발 이후 단결된 모습을 보이며 석 달 가까이 전쟁을 치렀지만, 사법 개편안이 재추진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분명하다고 에이피 통신은 설명했다. 이스라엘에서 다시 시위가 재개되고 군인들이 임무를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군의 전투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야권은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전시 내각의 핵심 인사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우리는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개편안 핵심 법안이 대법원에서 폐기됨에 따라, 전쟁 이후 수세에 몰린 네타냐후 정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좋은 정부를 위한 이스라엘 운동’은 대법원의 판결을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대중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날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은 이날 판결에 대해 “이스라엘 역사상 정부와 사법부 간의 가장 큰 대결이 막을 내렸다”며 “대법원 판사들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외부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편협한 정치적 다수가 개인 또는 소수의 권리를 위협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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