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게도 필요한 비상 대책[뉴스와 시각]

민병기 기자 2024. 1. 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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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지난 연말 늦은 저녁, '국민의힘은 찍으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을 어떻게 찍느냐' '제3지대 정당은 왜 수준이 저러냐'는 이야기가 한참 오갔다.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별개로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특성과 선거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발언이라 생각한다.

5년 단임제에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전국 단위 선거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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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정치부 차장

국회의원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지난 연말 늦은 저녁, ‘국민의힘은 찍으면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을 어떻게 찍느냐’ ‘제3지대 정당은 왜 수준이 저러냐’는 이야기가 한참 오갔다. 이젠 686이 된 이들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혐오와 ‘심판론’이 힘을 얻을 때쯤,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을 찍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던 한 지인은 “이번엔 무조건 윤석열 심판이다. 다른 놈들은 다시 심판할 기회가 있지만, 윤석열은 이번 아니면 심판할 기회조차 없다”고 했다. “이재명은 다음에 대통령 안 되게 하면 그만”이라고도 했다.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별개로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특성과 선거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발언이라 생각한다. 기대보다 매서운 게 심판이고 분노다. 유권자들은 ‘내 한 표’를 통해 위정자를 만들고, 또 그에게 철퇴를 가한다. 5년 단임제에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전국 단위 선거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 누가 뭐라든 총선 밑바닥에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가 깔려 있다. 맞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억울하다. 도대체 무엇이 ‘실정(失政)’이냐는 취지다. 외교안보의 성과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게 우리나라라는 설명도 나온다. “지지율 올리는 정책을 우리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정책의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게 ‘정책의 포장’이다. 그게 ‘쇼’라 해도. 정책의 알맹이만큼 중요한 게 얼마나 많은 국민과 낮은 자세로 소통했는지, 추진 과정의 만듦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엔 눈감아 준 언행도 당선 후엔 용납지 않는다. 여지없다. 직접 뽑지도 않은 영부인의 행보에는 더 매서운 잣대가 붙기 마련이다. 이런 게 종합적으로 반영된 게 30∼40%에서 꿈쩍도 않는 지금 지지율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윤 대통령과 여권이 화들짝 놀란 건 분명해 보인다. 존재감이 희박했던 김기현 대신 한동훈이 새 국민의힘 ‘리더십’이 됐다. 대통령실도 싹 바뀌었다. 여권발 뉴스가 내홍이나 갈등, 밀어붙이기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아닌 기대 섞인 전망으로 채워진 것도 오랜만이다. 반전의 계기는 마련됐다. 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4년 차 때 박근혜 비대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할 수도 없고 여당이 나서서 ‘대통령 지우기’에 나설 수도 없다. 그러기엔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너무 가깝고, 윤 대통령의 임기는 너무 많이 남았다. 비상사태라고 비상한 대책이 뚝딱 나올 수 없다.

‘윤석열’ 이름을 지울 수 없는 선거라면, 결국 윤 대통령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것을 다 해야 한다. 그간 ‘버럭’하며 캐비닛에 던져뒀던 제안들을 모두 꺼내 재검토해야 한다. ‘이 사람과 왜 만나나’ 했던 사람을 먼저 찾아가고, ‘여기를 왜 가나’ 했던 곳을 기꺼이 방문해야 한다. 언론과 공식적인 소통의 장도 다시 열어야 한다.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후보는 바뀐다. 절박해서다. 성찰과 변화 없이 ‘민주당보다 낫다’고만 해선 절대 여권에 표를 주지 않는다.

민병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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