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1 과제는 ‘국민 호감 공천’[시평]

2024. 1. 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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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前 한국교원대 총장
자유우파에 희망 준 韓 취임사
李 호위무사 운동권과 맞대결
희생과 헌신은 대한민국 정신
3대 전략목표로 여론 호응 유도
배심원단 통한 공천 검토하고
과감한 의원 특권 폐지 나서야

한동훈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등판하자 새해가 밝았다. 그의 출현에 자유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총선 승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취임사에서 한동훈은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군지, 왜 이겨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당원 모두에게 “용기와 헌신”을 요구했다. 이전과는 결이 달랐다. 자유시민에게서 걱정의 그림자는 기대의 눈길로 바뀌었다.

야권 지도부는 한동훈이 나오면 땡큐라며 ‘한나땡’을 읊조리고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만만찮은 국민 지지도와 팬덤의 환호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한동훈이 등장하자, “수평선 너머에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마치 초원의 미어캣이 아지랑이 사이로 나타난 맹수를 보고 놀라 경계하는 모습과 같았다.

이제 4·10 총선의 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학생운동권이 여전히 총선에 얼굴을 내밀 태세다. 그동안 86 전대협 출신들에게 치여 물러서 있던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한총련 출신들이 나서고 있다. 그들은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현역 의원 물갈이 공세를 펴고 있다.

한동훈 비상체제의 목표는 분명하다. 전대협이든 한총련이든 ‘운동권의 특권정치’를 청산하는 것이다. 그들을 물리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번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3대 혁신안을 내놨다. 중량급 정치인들의 불출마 선언, 중견 정치인들의 험지 출마, 신진 정치인들의 영입이었다. 아쉽게도 대부분 허공의 메아리로 끝났다.

한동훈은 자기희생부터 선언했다.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고 비례대표도 바라지 않으며, 무조건 ‘선민후사(先民後私)’로 헌신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듣지 못했던 메시지였다. 자기희생의 정신은 자유우파의 고유한 핏빛 유산이다. 한말에 근대학교를 세운 미국 선교사들이 몸으로 보여준 정신이었다. 건국 세력과 부국 세력은 대부분 그들에게 교육받았거나, 그들이 세운 학교에서 교육받았다. 건국과 부국을 이끈 이들은 ‘선민후사’의 희생정신이 투철했던 사람이었다.

한동훈이 어떤 전략 구상을 하고 있을지 알려진 바는 없다. 아마 다음 3가지 전략 목표는 그의 시야에 들어 있지 않을까.

첫째, 자유우파의 정책으로 승부를 건다. 우리 국민은 대부분 자유우파이다. 친미·반중 정서는 세계 최고이고,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더라도 통일하겠다는 국민은 10%가 채 안 된다. 그동안 국민의힘 선거공약은 상대 당의 것과 별로 차별성이 없었다. 후보들이 국민 밉상이었기 때문에, 정체성을 감추고 중도 성향인 체하면서 중도층에 표를 구걸했던 것이다. 이제 한동훈이라는 국민 호감의 중량급 메신저가 나타났다. 자유우파의 공약을 과감하게 띄울 수 있게 됐다. 체계적인 공천 과정을 통해 정체성이 뚜렷한 국민 호감 인물들을 과감하게 발굴해야 한다. 그들이 앞장서서 주사파 정치인들을 공격한다면, 자유시민의 결집도가 높아지고, 관망하던 중도층도 움직일 것이다.

둘째, 공천제도를 과감하게 혁신한다. 당 지도부가 전권을 행사하는 고루한 제도를 버려야 한다. ‘아래로부터 공천’은 유권자들의 오랜 염원이다. 당헌에도 있는 국민공천배심원단을 새롭게 구성하고, 공청회·토론회 등을 통해 후보를 공개적으로 선출해야 한다. 시·도 공천배심원단은 책임당원 및 사회 각계 인사로 구성하고, 여러 개 지역구를 통합해 운영하면 지역마다 경쟁력 있는 인사를 선출할 수 있다. 비례대표는 중앙당의 공천배심원단에서 선출하면 된다.

셋째,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는다. 국회 불신이 사상 최고로 치솟은 만큼, 특권 폐지보다 더 파괴력 있는 선거공약은 없다. 방탄에 목숨을 거는 야당에서는 죽어도 특권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면책특권을 비롯해 각종 특권을 내려놓고 선민후사를 약속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다.

이 3가지 개혁 사안은 자유 진영의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품어온 염원이다. 한동훈 비상체제가 이전과 결이 다른 정치를 하려 한다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개혁 방책이다. 한동훈 체제가 체계적인 전략 목표를 가지고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바란다.

김주성 前 한국교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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