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청룡의 해…신령스러운 용의 상징·의미를 전시장서 만나다

도재기 기자 2024. 1. 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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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다스리고 제왕을 상징하는 상상 동물
삼국시대~현대 캐릭터 상품까지 역사적 동반자
국립민속박물관, ‘용, 날아오르다’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용을 찾아라’ 행사
2024년 새해는 갑진년, 푸른 용(청룡)의 해다. 용은 다채로운 상징, 의미를 지닌채 우리와 유구한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사진은 푸른색 청화안료로 용과 구름을 그린 ‘백자 청화 구름·용무늬 항아리’(18세기, 왼쪽)와 경복궁 근정전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용의 모습. 국립민속박물관·문화재청 제공

2024년 새해는 갑진년(甲辰年)으로 용의 해다. 동양의 전통 사상·역법에서 하늘을 의미하는 10간(十干·천간) 가운데 ‘갑(甲)’, 땅을 의미하는 12지(十二支·지지) 중 ‘진(辰)’이 만나 갑진년이다. 특히 12지 각각에 해당하는 열두 띠 동물 가운데 ‘진’이 용이고, 색깔로는 푸른색을 뜻하니 갑진년은 곧 ‘푸른 용(청룡) 띠의 해’다.

용은 열두 띠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상상 속의 동물이다. 중국의 고서 ‘광아(廣雅)’ 등에 따르면, 9가지 실존 동물의 특징을 모두 가졌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은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발은 호랑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고대 사람들은 초현실적 존재인 용이 그만큼 신령스럽고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펴낸 <한국민속상징사전-용>을 보면, 용은 변화무쌍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수호신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불행과 재앙을 막고 행운과 복을 부르는 벽사의 상징이었다.

또 최고 권력의 제왕을 의미했다. 임금의 옷은 용포이고, 발톱이 5개인 오조룡은 황제를, 4개의 사조룡은 왕을 뜻하기도 했다. 왕이 거처하는 궁궐 건축물 곳곳에는 용 조각, 용 무늬 등이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용은 생명의 근원이자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물을 상징하며 비, 바다 등을 다스리는 동물이기도 했다. 그 신령스러운 힘을 보다 가까이 두고자 사람들은 각종 건축물이나 복식, 공예, 그림, 가구 등 일상생활 곳곳에 용과 관련된 무늬를 활용했다. 용에 저마다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투영시킨 것이다.

용은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지닌 채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도 용꿈은 대표적 길몽으로 여겨지고, 용 캐릭터 상품이 개발되며, 용과 관련된 전국의 지명도 1000여개로 열두 띠 동물 중 가장 많다.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상여에 장식된 청룡과 황룡 조각(왼쪽)과 물을 상징하는 용이 정교하게 새겨진 벼루.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갑진년 용띠 해를 맞아 용이 지닌 다채로운 문화적 상징과 의미, 용을 둘러싼 민속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회도 마련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를 열고 있다. 전시장에는 용과 관련된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의 각종 유물과 영상 등 모두 7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민속박물관 김형주 학예사는 “서구문화 영향으로 용이 불을 상징하거나 악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일이 많지만 우리 민속에서 용은 물을 상징하고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며 “우리 용에 관한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 보고자 했다”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푸른색 청화 안료로 두 마리의 용이 구름 사이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담은 ‘백자 청화운룡무늬 항아리’(18세기)는 용이 생활용품 장식에 어떻게 쓰여졌는지를 보여준다. 또 구름 속 용을 세밀하게 그린 조선시대 ‘운룡도(雲龍圖)’나 문자도, 각종 공예품을 통해서도 용이 일상생활 속에 얼마나 친근하게 녹아져 있는지 드러난다. 용은 색깔이나 발톱 수, 서식지 등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신도 벽화로 유명한 고구려 고분 강서대묘의 동쪽 벽에 그려진 청룡(1930년대 모사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구름 속의 용을 표현한 조선 후기의 그림 ‘운룡도’(왼쪽)와 용 무늬가 아름다운 대모함.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용은 물의 신, 비의 신이기도 해 기우제를 지냈고, 용왕제도 올렸다. <삼국유사>나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는 용을 대상으로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들이 많다. ‘기우제 제문’ ‘용왕굿’ 등의 자료는 옛사람들의 용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용두암·용두산·검룡소·용담 등 전국의 용 관련 지명을 정리·분석한 시각자료들도 나왔다. 프로야구 구단이던 ‘MBC 청룡’, 한국 첫 롤러코스터인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청룡열차’ 등의 관련 자료도 출품됐다. 김종대 민속박물관장은 “이번 전시가 용에 관한 상징과 문화상을 흥미롭게 즐기고 민속문화에 보다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3월3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의 특별전 포스터(왼쪽)와 전시장 전경 일부.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도 ‘용을 찾아라’ 행사를 열고 있다. 상설전시관의 선사고대관·서화관·조각공예관 등 모두 9개 전시실에 전시된 용 관련 유물 15건을 통해 용이 지닌 상징과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다. 또 여러 종류의 미술품에 나타난 용의 다양한 표현도 즐길 수 있다. 고구려 벽화고분이자 사신도로 유명한 강서대묘의 ‘청룡도’를 만나고, 조선시대 왕실용품으로 오조룡이 위풍당당하게 그려진 ‘백자 청화 구름용무늬 항아리’와 간략하게 용을 표현한 ‘백자 철화 구름용무늬 항아리’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다.

고려시대 ‘청자 용모양 향로’, 대형 용 그림도 있다. 조선 영조대 화원 진재기의 작품인 ‘용을 타고 내려오는 소사’는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고사인물화보첩>에 수록된 그림이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QR 리플렛에서 안내지도와 목록을 내려받으면 보다 쉽게 전시품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행사는 4월7일까지.

용이 뚜껑을 장식하고 있는 고려 청자인 ‘청자 용모양 향로’(왼쪽)와 조선시대(19세기)의 그림 ‘용’.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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