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승리 절박한 尹대통령…이 사람들 말은 꼭 들어야 [매경포럼]
책임 전가할 수 있는
이들의 조언은 멀리 해야
“큰 판돈을 걸고 게임에 임하면 절대로 자만심을 가질 수 없다.”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가 한 말이다. 총선을 석 달가량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심정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 총선에서 지면 곧바로 레임덕이다. 남은 임기 동안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녀야 한다. 그러므로 윤 대통령은 자만심은 커녕 절박한 심정으로 총선 승리를 갈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면 주변의 조언을 구하는 게 당연하다. 남은 석 달이라도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고 여당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총선 민심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묻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여당에서 ‘친윤’이라는 의원들은 그런 책임을 지는 이들인가. 그들의 지역구는 대개 영남이다. 여당 깃발을 꽂으면 당선된다. 그러므로 그들이 대통령에게 잘못된 조언을 한다고 해도 손해 볼 게 없다. 국회의원에 당선돼 윤 대통령의 임기 이후까지 의원 직을 유지할 것이다. 총선 패배의 책임은 제삼자에게 돌리면 된다. 당의 변화를 요구한 이들을 향해 “저들이 내부 총질로 당을 분열시킨 탓”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미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몇 차례 그런 기술을 선보였다.
어쩌면 그들은 윤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게임에 판돈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행동과 말로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구를 얻은 게임 말이다. 이런 게임에서는 대통령이 듣기 좋아할 말을 해야 이득이다. 총선 승리를 위한 고언은 오히려 손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금 하는 게임은 그런 게 아니다. 민주당보다 더 많은 의석을 얻어야 하는 게임이다. 그러려면 지역구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 그는 수도권 승리에 배팅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지금 대통령과 똑같은 베팅을 한 이들은 누구일까. 다시 말해 대통령이 수도권 민심을 잃으면 그 손실을 온전히 떠안는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수도권에 출마해 민주당과 힘겨운 싸움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수도권은 몇백표 차이로도 승패가 갈리는 곳. 잘못된 조언의 대가는 냉혹하다. 낙선으로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이번 총선에서 탈레브가 말한 ‘행동’과 ‘책임’의 균형을 이룬 사람들이다. 대통령은 그들의 조언부터 들어야 한다.
그 조언은 예측 가능하다.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중도층은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과 수직적인 당-대통령실 관계에 실망했다. 대통령은 이를 뜯어고치고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을 추종하는 이들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들을 공천해야 한다. 그래야 총선에서 이긴다.
그러나 만약 대통령이 총선을 ‘내 사람을 심는 게임’으로 인식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는 더 많은 친윤 의원으로 당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게임이다. 그렇게 되면 국정을 일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총선이라는 큰 게임을 놓치게 될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사람 심기’ 게임을 하다 총선에서 졌다. 지금 윤 대통령이 마음에 그리는 게임은 무엇인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168층’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K건설사 “못 짓겠다” 손사래, 왜? - 매일경제
- 하루에 60개피 ‘꼴초 여왕님’…신년사 도중 “그만둔다” 깜짝 발표 - 매일경제
- [속보] 이재명, 부산 방문 중 피습 - 매일경제
- 한국 ‘반쪽짜리 선진국’마저 못 될 판…경제강국 필수조건 ‘이것’ 빨간불 - 매일경제
- “이젠 전기차가 망하겠네”…2천만원대 하이브리드 SUV, 이 가격엔 넘사벽 [카슐랭] - 매일경제
- 김정은, 딸 주애와 팔짱끼고 뽀뽀…간부들은 ‘물개박수’ - 매일경제
- 일본서 7.6 강진 났는데 K팝 콘서트 강행하다니…난리난 팬들 - 매일경제
- [속보] 이재명, 부산서 흉기 피습…용의자 현장 검거 - 매일경제
- 42% 뛴 삼전, 내친김에 ‘9만 전자’ 도전?…새해 추가상승 어디까지 - 매일경제
- “6월 마이클 챈들러와 붙겠다!” 코너 맥그리거, UFC 복귀 선언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