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새해에도 암표에 '몸살'…장범준, 이례적 '전석 취소'까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성장하는 K팝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 암표 문제가 2024년 새해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는 3월부터 매크로(자동입력반복)를 이용한 티켓 구매를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낡은 처벌 규정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가요계에 따르면 싱어송라이터 장범준은 오는 3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마포구 클럽온에어에서 총 10회에 걸쳐 열리는 소극장 콘서트의 예매분 전체를 취소했다.
장범준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추후에 좀 더 공평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서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알렸다.
그는 이에 앞서 "작은 규모의 공연인데 암표가 너무 많이 생겼다"며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시키겠으니 표를 정상적인 경로 외에는 구매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통상 부정 거래 의심 사례만 잡아내 취소시키는 가요계 관행에 비춰 볼 때, '전석 취소'라는 장범준의 극약 처방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가수 본인이 암표 문제를 심각하게 여겼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장범준은 '여수 밤바다', '벚꽃 엔딩' 등 버스커버스커 시절 노래를 포함해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등 메가 히트곡을 여럿 보유한 가수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21년 연말 이후로는 약 2년 만인 데다가, 회당 수용 인원이 약 50명에 불과해 치열한 예매 경쟁이 빚어졌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정가 5만5천원의 약 3배에 달하는 15만원(2장에 30만원)에 티켓 판매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암표는 비단 장범준 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임영웅의 전국투어는 매회 매진 사례를 기록 중이고, 이에 암표도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임영웅의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수백만원 이상의 판매 공고를 내는 암표상들이 등장해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공연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예매 건에 대해서는 사전 안내 없이 바로 취소시키며 강력하게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성발라' 성시경도 지난달 29∼31일 'K팝의 성지'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연 연말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면서 암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이에 부정 거래로 의심되는 예매 건에 대해서는 소명 요구를 거쳐 취소시키는 한편, 1인 1매 기준 현장 판매도 진행했다.
성시경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장 판매에도 암표상이 있다고 해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현장 판매를 하려 한다"며 현장 구매를 원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직원이 직접 팔찌를 채워 주는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윤하 역시 다음 달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예매처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구매한 티켓은 취소 및 환불이 절대 불가능하며 사전 통보 없이 무효 처리되거나 법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암표 문제가 이처럼 심각해지자 매크로를 이용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개정 공연법이 오는 3월 시행된다.
가요계에서는 그러나 '매크로 사용'을 일일이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지난해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한국리서치를 통해 공연 티켓 예매를 경험한 전국 남녀 572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9~29세의 암표 구매 경험 비율이 32.8%에 달했다.
소비자는 암표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되고, 가수와 공연 주최 측 역시 암표 적발에 인력과 시간을 소모해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은 "암표 매매 처벌 대상을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등으로 한정한 낡은 경범죄 처벌법부터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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