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연구소·대학·기업 '삼위일체'…獨 전국서 이공계 인재육성
기초과학·응용기술 등 독일 전역 연구소만 270여개
[편집자주] 인구구조 급변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국가적 난제로 떠올랐다. 50년 뒤 학령인구는 현재 대비 3분의1 수준(약 280만명)으로 이공계(理工界) 인재 부족이 심각할 전망이다. 한국이 1962년부터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도성장기를 보낸 원동력은 바로 '인적 자본'이었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인구감소와 저성장 늪에 빠져 국가 미래는 절체절명 위기를 맞았다.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신(新) 이공계 두뇌 육성책'을 모색한다.
독일의 이공계 인재육성 전략은 '연구소·기업·대학'을 잇는 삼각편대에서 비롯한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연구소는 270개 이상이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지역 기업·대학이 의기투합해 인재를 육성한다. 이를 통해 독일은 전 지역에 막강한 R&D(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한 히든챔피언 기업을 배출 중이다.
최근 MPIPP에서 만난 유정하 책임연구원(사진)은 "독일에선 지역인재라는 개념이 없다. 지역별로 이공계 연구기관이 퍼져 있고 고등교육기관과 맞춤형 인재를 육성한다"면서 "독일은 철저히 지방 분권에 따라 인재를 육성하기 때문에 특정지역 쏠림 현상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연구소는 4개 연구회 산하 연구소를 모두 합치면 270개가 넘는다. 이들 연구인프라는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다. 4개 연구회 체제는 △막스플랑크연구회(MPG) △프라운호퍼연구회(FhG) △헬름홀츠협회(HG) △라이프니츠협회(LG) 등이다.
MPG는 순수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며 86개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존재한다. FhG는 산업·응용기술 개발을 전담하는 연구소만 72개다. 거대과학과 융합연구를 각각 수행하는 HG와 LG 산하에는 19개와 96개 연구소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 이공계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25개에 불과하다.
독일은 이같은 연구인프라를 기반으로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속 연구자 31명이 노벨과학상을 수상했다. 또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막강한 기술력을 보유한 '히든챔피언' 기업이 독일에 절반가량 분포한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다수 존재한다.
유 책임연구원은 "한국은 수도권 과밀문제와 지방소멸 문제라는 큰 틀에서 지방 이공계 인력과 산업 육성 방안을 하나의 패키지로 봐야 한다"며 "독일이 이공계 분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전국에 있는 연구기관이 특성화돼 있고 대체로 비슷한 연구인프라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적은 게 특징이다. 특히 연구인프라를 전담 운영하는 테크니션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연구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다.
유 책임연구원은 "독일에선 과학자들의 생각을 테크니션에게 말하면 그들처럼 아주 숙련된 자격을 가진 분들이 설계도면을 만들거나 실험장비를 만들어준다"며 "연구소뿐만 아니라 공과대학만 가더라도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테크니션들이 업무를 보조한다"고 설명했다.
유 책임연구원은 또 독일 정부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연구자들에게 인사·예산 전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86개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운영하는 막스플랑크연구회(MPG)는 세계 최고 연구자를 엄선해 뽑되 이들이 연구주제를 정하고 함께 근무할 직원을 선발할 권한을 부여한다. 다만 권한에 맞는 책임도 함께 부여한다.
이 철학은 1911년 막스플랑크연구소 전신인 카이저빌헬름학회를 세울 때 정한 원칙이다. '파격적 재정 지원을 하되 정치적 간섭을 배제해야 자율적 연구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조가 10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가르힝(독일)=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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