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사? AI가 해냈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
치료시 감정 확인에 AI 활용

생성형 이미지 플랫폼 미드저니로 만든 이미지. 명령어로 “AI가 심리치료를 하는 모습” 등을 입력했다. [그림=미드저니]

스위스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심리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

스위스 바젤대와 이탈리아 파도바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얼굴 사진을 기반으로 인간의 감정을 감지하는 기술을 이용해 성격 장애를 가진 환자를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신병리학’ 최신 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3만장 이상의 얼굴 사진을 이용해 행복과 놀람, 분노, 혐오, 슬픔, 두려움 등 인간의 6가지 감정을 감지하도록 훈련된 무료 AI 신경망에 넣었다. 이후 이 AI 시스템을 실제 ‘경계성 성격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pathology)’를 앓고 있는 23명의 치료 시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연구를 위해 950 시간에 달하는 영상을 처리했다.

결과는 상당했다. 실제 치료사들이 분석한 이들의 감정과 AI가 표정을 기반으로 분석한 감정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AI는 짧은 미소나 혐오감의 표현 등 1밀리초 범위 내에서 나타나는 표정의 변화를 확인하고 그때의 감정도 감지해냈다. 이런 표정은 치료사들이 놓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AI는 예상치 못한 것도 밝혀냈다. 심리치료를 시작할 때 감정적 개입을 보여주며 미소 짓던 환자들이 심리 치료를 중간에 취소하는 경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인 ‘웃음’이 경계성 성격병리 증상을 가진 사람의 치료 성공을 예측하는 좋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AI 시스템이 표정을 안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라며 “AI는 치료와 연구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마틴 스테판 바젤대 교수는 “그런데도 치료 작업은 여전히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며 인간의 영역에 남아있다”라면서 “적어도 당분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