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종결’ 합의 후 해외에 특허 신청…삼성전자 2심도 승소

1심 이어 2심도 삼성전자 승소
합의서 효력 해외 특허까지 영향 판단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특허 기술에 대한 ‘분쟁 종결’ 명목으로 삼성전자에게 수십억원의 합의금을 받았으나 해외에 추가로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근거로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를 다시 주장한 중소기업 대표가 30억원 상당의 위약벌을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위약벌은 계약 위반 시 물어주기로 약속한 일종의 벌금이다. 상호 합의한 계약 의무 사항을 불이행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물어주는 것(손해배상)과 별도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등법원 제4민사부(부장 이제정)는 최근 삼성전자가 개인사업체를 운영 중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위약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액수는 1심 58억원에서 34억 8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양측이 소송 이전 작성한 합의서에 따라 A씨가 삼성전자에게 위약벌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액수가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A씨의 분쟁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휴대폰 커버에 적용된 기술이 A씨가 보유한 특허권과 기술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법원에 따르면 양측은 2013년 12월과 2015년 2차례 합의서를 작성했다. A씨가 특허권을 계속 보유하되 특허에 대한 통상실시권을 삼성전자 명의로 등록하고 일체의 분쟁을 종결하는 내용이다.

이를 대가로 삼성전자가 A씨에게 각각 10억원, 29억원을 지급하고 합의서를 어길 시 29억원의 3배에 해당하는 87억원을 위약벌로 지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통상실시권은 특허권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특허권자와의 계약을 통해 획득하는 권리로, 특허를 활용한 제품 등을 생산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2015년 4월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 등지에서 ‘패밀리 특허’를 출원했고 2020년 베트남에서 특허가 등록됐다. 패밀리 특허란 특정 특허를 해외 여러 국가에 출원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이를 근거로 A씨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특허기술을 침해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분쟁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모두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합의서 효력이 국내에 출원된 특허는 물론 같은 특허를 기반으로 해외에 출원된 ‘패밀리 특허’에도 영향을 준다고 본 것이다. A씨측은 2심에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조정 신청은 기존 합의서의 효력 범위와 유효성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분쟁조정신청서의 신청 취지와 이유를 보면 양측의 분쟁해결을 목적으로 조정 신청을 한 것”이라며 “합의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결했다.

다만 위약벌 금액은 당초보다 20억원 가량 줄어든 34억8000만원으로 결정됐다. 합의서 상 위약벌은 87억원이지만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얻는 이익에 비해 금액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1심 재판부가 한 차례 58억원으로 낮춰준데 대해 2심 재파부가 추가로 위약벌 금액을 조정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