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정용진·정지선...유통家 수장들 “복합위기 속 성장 기회 모색하라”

유통가 수장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 시대를 맞이해 ‘위기 속 기회’를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시대의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성장을 향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써달라는 주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왼쪽부터). /조선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압도적 우위의 핵심 역량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재도약을 위한 각 사업 영역에서의 핵심 역량 고도화 사업 구조의 과감한 개편”을 주문했다.

그는 인류가 직면한 인구 변화와 기후 문제는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하며,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특히 ‘인공지능(AI)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이고,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달라”며 “AI 전환을 한발 앞서 준비한다면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 회장은 “관점에 따라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며 “시대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능성이란 용기를 따라가 달라”고 당부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기민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성장 메커니즘을 확립해 나가자”고 말했다.

정 회장은 “성장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미래를 구상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계열사별로 처해있는 사업환경과 역량, 자원에 매몰된 통념을 버리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비즈니스의 변화 방향을 모색하라”고 당부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왼쪽부터). /조선DB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원 래스 클릭(ONE LESS CLICK, 한 클릭의 격차)’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SSG닷컴과 지마켓을 예로 들어 “소비할 때 ‘단 한 클릭의 격차’가 고객의 마음을 흔들고 소비 패턴을 바꿨다”며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원 모어 스텝(ONE MORE STEP)’이 필요하다며, 한층 더 깊이 들어가 남들이 보지 못한 것, 경쟁사는 생각해 보지 않은 것까지 시야에 넣고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모든 경영 의사 결정은 수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라며 “선제적이고 과감한 경영진단을 통해 핵심 사업의 수익 기반이 충분히 견고한지를 점검하고 미래 신사업 진출 역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유통업 반세기에서 축적한 도전과 응전의 경험을 발판 삼아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자”는 비전을 제시했다. GS리테일은 1974년 을지로에 슈퍼마켓을 열며 유통업에 진출한 이래 편의점, 슈퍼마켓, 홈쇼핑 등 사업을 확장했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도전적인 경영 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유통업 반세기를 넘어서는 올해가 100년 기업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고 고객, 유통, 경영, 문화 등 4가지 관점에서 변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어려움 앞에서 멈추거나 위축되기보다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말자”라고 당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그룹 핵심 가치인 ‘온리원(ONLYONE)’ 정신을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무구조 개선·글로벌 성장 등 2024년 경영 목표를 철저히 실행하고, 2024~2026년 중기계획인 그룹의 퀀텀점프 계획을 분명한 질적 목표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핵심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최고 인재를 양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확산해 적임자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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