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사와 예산 지원…농아인 특수성 고려한 운영 절실"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2024. 1. 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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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공감 제주사회=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 한재방 회장]
"도내 청각언어장애인 볼링·슐런·게이트볼 등 8종목 전국대회 출전 지원"
"세계농아인올림픽인 데플림픽 2005년 출전 볼링단체전 은메달 등 쾌거"
"스포츠 수어통역 전문가 양성교육 실시해 일반인에게 큰 호응"
"스포츠연맹 운영 농아인 위한 수어통역사 배치, 예산지원 절실해"
"청각장애 인식 퇴보…청각장애인 문맹아냐 문어체보다 구어체로"
"정책 세울 때 농아인도 자유롭게 의견 개진할 수 있는 환경되길"
"도농아인스포츠연맹 법인으로 독립된 단체돼 자리 잡아야"
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12월 29일 (금)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 한재방 회장
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 한재방 회장

◇박혜진>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장애공감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애인 분들 또 열정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 만나보는 시간인데요. 오늘은 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을이끌어가고 있는 한재방 회장을 만나봅니다. 회장님 안녕하세요.  

◆한재방> 안녕하세요.  

◇박혜진> 먼저 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은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 주시죠.

◆한재방> 제주농아인스포츠연맹은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농아인체육연맹으로 설립돼 2020년 (사)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지부로 승인 되면서 제주농아인협회와 함께 운영되다가 현재는 체육회가 분리돼 하나의 단체로 별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희 농아인스포츠연맹은 타 시도 선수들과의 경쟁으로 제주의 위상을 알리며,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를 꿈꾸는 선수들이 다양한 전국대회에 참가함으로서 그들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제주 도내 거주하며 스포츠에 관심 있는 농아인 대상으로 볼링, 슐런, 게이트볼, 사격, 마라톤, 당구 등 다양한 체육활동을 통해 도내 체육대회 뿐만 아니라 전국대회, 그리고 세계데플림픽(세계농아인올림픽대회)까지 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제주지역에 농아인이 몇 명쯤 될까요?

◆한재방> 제주지역 청각장애인등록 수는 2022년 6300 여명입니다. 본 등록수는 후천성, 난청성을 집계한 수치이며, 제주도 농아인협회에 등록된 회원은 300명 정도입니다. 300명 중 농아인스포츠연맹 농아인 선수는 100 여명 정도입니다.

◇박혜진> 스포츠 수어통역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수어 통역사와 다른점이 있는지요?

◆한재방> 수어통역은 모든 농아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입니다. 스포츠 특성상 전문용어의 이해가 필요하며, 특히 경기 운영 방법을 알아야 수어통역이 원활해집니다. 경기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될 경우 경기에 불이익이 발생하게 되죠.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스포츠 수어통역 전문가 양성반 교육을 개최했습니다. 농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라 할 수 있는 볼링과 게이트볼 전문 농인강사를 모시고 진행했구요. 수어통역사, 봉사자, 수어를 잘 알지 못하지만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박혜진> 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으시죠?

◆한재방> 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은 제주시,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농아인을 대상으로 볼링부터 슐런, 태권도 등 8종목의 경기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한 종목만 운영하는 다른 단체와는 결이 다릅니다. 8개의 경기종목을 운영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것들조차 준비되지 않아서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농아인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운영방식이 절실합니다. 수어통역사 배치와 기본적으로 연맹을 운영 할수 있는 예산지원입니다. 제주지역 청각장애인들이 국가대표를 꿈꾸며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도록 스포츠연맹이 활성화되고 유지 되기 위해 대내외 활동을 해야하는데, 통역사 없이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무실에는 전화를 받아줄 통역사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소통이 안되어서 오해가 생기고, 업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지요. 심지어 농아인스포츠연맹 회장이 농아인인 걸 알면서도 문자가 아닌 전화로 연락을 주십니다. 정말 난감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농아인에게 통역사는 권장이 아닌 필수입니다. 생명과도 같다고 할까요? 현재 연맹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도 거의 봉사자들입니다. 그분들 역시 각자의 일들을 하면서 행사가 있으면 개인 연차를 사용하면서까지 봉사를 해주시기에 어렵지만,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잘 갖추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박혜진> 힘들지만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도 많으시죠?

◆한재방> 2020년 (사)한국농아인스포츠연맹 지부 승인이 되면서 농아인협회와 분리가 되었습니다. 당시 좋지 못한 상황에 분리 되다보니 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건 아닌가 하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밤낮없이 일을 하고 여가생활의 전부가 될 만큼 볼링을 좋아하는 동료, 후배농인 선수들을 생각하다보니 큰 맘 먹고 연맹을 맡게 되었지요.

사무실 대여부터 책상, 의자 하나 없이 또한 코로나 시대를 만나 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을 잘 극복하고 견디다 보니 관심 있는 분들이 생기고 그분들의 후원과 봉사자분들의 응원으로 행사때마다 농아인선수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게 되었던거 같습니다.

선수회원들이 만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그 동안의 노력이 농아인선수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 한곳이 뭉클하기도 하고 짜릿하고 하고 이런게 보람 아닐까요.

◇박혜진> 회장님도 장애를 갖고 계시죠? 어떤 장애를 갖고 계십니까?

◆한재방> 저도 어렸을 때부터 청각, 언어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혜진> 지금 이 자리에 서기까지 때론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으셨을텐데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내셨는지?

◆한재방> 저 또한 처음엔 제주를 대표하는 선수였습니다. 축구를 시작으로 탁구, 볼링 선수로 활동하면서 아시아게임, 세계데플림픽의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제가 운동을 하면서 많은 걸 보고 배우는 과정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거 같습니다.

저는 제주도 농아인 후배들이 스포츠를 통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나가길 바랍니다. 코로나와 예산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포기는 안돼' 라고요. 그러면서 하루하루 견뎌온거 같습니다.

◇박혜진> 장애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보시는지요?

◆한재방> 요즘 TV를 보면 배우들이 수어를 하며 연기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배우들이 수어를 사용하는데 너무 잘하는 겁니다. 수어사용부터 표정연기까지 저희 집에 어린 손자 한 명이 있습니다. 우연히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수어로 동요노래를 부르더라구요.

이렇듯 미디어에 자주 나오다보니 수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는거 같습니다. 봉사를 해주는 분들 중에서도 수어에 관심이 있어 오시는 분들도 많구요. 요즘엔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박혜진> 개선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인지요?

◆한재방> 청각장애인, 또는 농인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정말 많이 개선되어 오히려 저희들도 자긍심이 더 커진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퇴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들이 수어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비장애인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글은 읽을 수 있나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됩니다. 저희는 문맹인이 아닙니다. 저희는 들음과 말하는 것에 다소 부족하며 특히 문어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어떤 정책을 세울 때, 제가 스포츠연맹을 이끌어가야 할 책임을 맡아야 할 때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농인스포츠연맹의 어려운 환경도 나아져서 체육을 좋아하는 농인국가대표 선수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혜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게 많이 하는 실수들이 있다면 어떤 거죠?

◆한재방> 청각장애인의 경우는 언어적인 전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농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존중하며 소통해야 합니다. 대화 중에 끊어버리거나 가끔 수어통역 중에 통역사 본인의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죠. 농인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존중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소통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혜진>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한재방> 인터뷰 초반에 말씀드렸듯이 제주도내에 있는 많은 농아인들의 체육활동이 그들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제주도농아인스포츠연맹이 법인 단체가 되어 하나의 독립된 단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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