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타이어家 ‘형제의 난’ 둘러싼 조희경·조현범 남매의 진실 공방
조현범 회장 측 “조 이사장, 성년후견으로 건강한 아버지 겁박”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한국타이어가(家) '형제의 난'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차녀 조희원씨 등 '삼남매 연합'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분쟁 과정에서 조 회장을 대변하는 한국앤컴퍼니와 삼남매 연합에서 언로(言路)를 담당해온 조 이사장 간에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이사장이 사욕을 채우기 위해 조 명예회장을 겁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이사장 측은 시사저널에 자신의 행보가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MBK와의 공개매수 결국 실패로
이번 분쟁은 조 고문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난해 12월5일부터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MKB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까지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청약 물량이 최소 목표치인 20.35%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조 고문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기존 18.93%에서 최대 46.25%까지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우군인 조 이사장(0.81%)과 희원씨(10.61%)의 보유 지분을 더하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런 구상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26일 최종 응모주식 수가 838만8317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소 모집 예정 수량인 1931만5214주(20.35%)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였다. MBK파트너스는 응모주식 수가 최소 목표 수량에 미달해 응모주식을 전부 매수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3주간 이어진 경영권 다툼은 막을 내렸다.
반면, 분쟁 과정에서 조 회장의 입지는 한층 확고해졌다. 조 회장은 기존 42.03%의 지분을 보유했는데, 분쟁이 확대되자 조 명예회장이 우군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해 12월11일 150만 주를 시작으로 22일까지 모든 거래일에 지분을 확보해 지분율을 4.41%까지 끌어올렸다. 큰아버지인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이끄는 효성첨단소재(0.75%)도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로써 우호 지분을 포함한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47.19%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조 이사장은 최근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통해 "1주라도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삼남매가 대주주로서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조 명예회장이 2020년 6월 조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시간 외 매매로 2400억원에 매각하면서 촉발됐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앤컴퍼니그룹 후계구도는 명확하지 않았다. 조 고문과 조 회장은 2013년부터 공동으로 그룹 경영을 맡아왔고, 한국앤컴퍼니 지분율도 각각 19.32%와 19.31%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넘기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이 42.9%로 상승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로 확정됐다. 이후 조 고문은 조 이사장, 조씨와 연합해 조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형제간 갈등의 최대 쟁점은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려졌는지 여부다. 조 이사장과 조 고문이 2020년 7월 법원에 조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한정후견은 질병·장애·노령 등 이유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이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을 통해 재산 관리와 일상생활에서 보호와 지원을 받는 제도다.
"조 회장, 부친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 이용"
조 이사장 측은 앞서 시사저널에 한국앤컴퍼니그룹 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우선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이 조 명예회장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을 가져갔다고 판단한다. 그는 이번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확보에 나선 것도 스스로의 판단력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조 이사장 측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애초에 조 회장에게 지분을 넘길 계획이 전혀 없었다. 평소 보유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려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실제, 조 명예회장은 그동안 매년 한국타이어나눔재단 등에 15억원에서 20억원의 사재를 투입해 왔으며, 재단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사에 참석하는 등 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 명예회장은 평소 집안의 대소사를 조 이사장 내외와 자주 상의해 왔다. 그러나 조 회장에 대한 지분 매각 결정은 가족들 누구도 모르게 결정됐다. 특히 지분 매각이 이뤄진 시기는 조 회장이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직후였다. 이로 인해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 조 회장을 총수로 내세운 건 평소의 부친답지 않은 결정이라고 여겼다.
조 이사장은 조 회장이 경영자로서 결격사유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2020년 처음 구속됐을 때 형제들이 정도 경영을 하자고 요청했지만 이를 외면하고 집행유예 기간에 또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발언은 조 회장이 현재 200억원대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11월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 명예회장이 수십 년간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시험한 후 일찍이 최대주주로 낙점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지적도 일축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 회장은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며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이사장을 향해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5%를 본인이 운영하는 재단에 증여하면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를 취하하겠다고 했다"며 "2020년 경영권을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이후 성년후견 심판을 무기로 건강한 아버지를 겁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 이사장 측은 자신의 행동이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 관련 업무 외에 경영에 관여해 오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경영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조 고문을 지지하게 된 배경도 조 회장이 건강하지 않은 부친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최근 만남에서 부친 건강 이상 재확인"
조 이사장 측은 성년후견 신청의 배경도 부친의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장 등 삼남매가 조 명예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했지만, 조 회장이 부친을 '전담 마크'하며 만나지 못하게 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성년후견을 청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지정한 후견인이 조 명예회장의 건강과 재산을 챙겨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특히 조 이사장 측은 애초에 성년후견 심판을 무기로 활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성년후견 청구 인용이 경영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에 대한 지분 매각이 무효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거래 시점에 조 명예회장의 정신이 건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조 명예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경영권과 무관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식을 평소 신념과 계획대로 재단에 출연하라고 제안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조 이사장은 이날 만남에서 부친의 건강 이상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명예회장이 대화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조 회장이 대화 내용을 왜곡해 자신을 공격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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