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홍콩 불렀는데 1월1일 역전패…中 축구 39년만에 '망신'
새해 첫 국가대표간 경기 상대로 약체 홍콩을 선택했던 중국 남자 국가대표 축구팀이 2대1로 역전패했다. 승전보로 기분 좋게 새해를 시작하는 동시에 홍콩의 기를 꺾으려던 중국이 오히려 망신을 당한 셈이다. 가뜩이나 자국 축구에 불만이 많은 중국 여론도 들끓는다.
2일(이하 중국 현지시간)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새해 첫 날인 1일 아부다비에서 아시안컵을 앞두고 벌어진 중국과 홍콩 간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홍콩은 후반 터진 푼푸이힌(킷치FC)의 연속골에 힘입어 중국에 2대1로 역전승했다.
이날 경기는 욘 안데르센 감독 취임 이후 달라진 홍콩의 경기력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콩은 지난 10월 아시안게임에서도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이 강호 이란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었는데, 당시 골을 넣은 것 역시 이날 두 골을 기록한 푼푸이힌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9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평가전에선 강호 오만에 두 골을 내주며 0대2로 졌다. 앞선 같은 달 26일엔 상대적 약체인 UAE 2부리그팀을 초청해 5대1로 이겼었다. 오만과 경기 이틀 후 평가전 상대로 홍콩을 고른 건 여러모로 의미심장했다. 강팀과 경기 후 홍콩과 연습경기를 배치해 쉬어가는 의미도 있었고 2024년 1월 1일 첫 경기라는 의미도 있었다.
당초 1월1일 중국의 평가전 상대는 축구 면에선 홍콩 못잖은 약체지만 최근 경제와 국제정세 면에서는 중국의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였다. 그러나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인도 측은 대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깼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한 2024년 첫 경기 카드가 바로 홍콩이었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경기가 FIFA(국제축구연맹)가 인증한 공식 A매치이지만 양국 축구협회는 경기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한편 경기에 대한 정보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과 홍콩 온라인 플랫폼에 사실상 실시간으로 경기 결과가 전송됐다.
새해 첫 날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중국 여론은 들끓고 있다. 전반에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을 당한 데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국가대표팀 선수 세 명이 레드카드를 받는 등 결과와 내용 모든 면에서 완패했다. 한 중국 축구팬은 "홍콩에 역전패를 하다니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네티즌은 "체면을 지키고 싶지 않은 것이냐"고 자국 팀을 질타했다.
반면 홍콩은 축제분위기다. 두 골을 넣으며 중국을 침몰시킨 푼푸이힌에 대해 SCMP는 "두 골을 넣어 본토에 대한 승리라는 홍콩의 오랜 기다림을 끝내준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이번 경기 이전에 홍콩이 중국을 이긴 게 언제냐를 놓고 중국과 홍콩 간 은근한 신경전도 읽힌다. SCMP는 홍콩이 가장 최근 중국을 이긴 게 지난 1995년 다이너스티컵(1990~1998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한 이후 29년여 만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 언론들은 1985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에서 2대1로 홍콩이 이겼던 경기가 마지막이며 이후 39년간 진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다이너스티컵이 동아시아권역에서 열린 소규모 친선대회로 FIFA가 아닌 당시 동아시아 축구 연맹(EAFF) 주관 대회였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거다.
비난 여론 속에서 이번 패배가 중국이 아시안컵을 치르는 데는 보약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이번 패배는 과거의 경기결과가 미래에도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홍콩의 끈기있는 경기력이 중국에 경종을 울리며, 중국 축구의 현 상황을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국가대표팀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필두로 2일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아부다비로 떠날 예정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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