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2퍼센트' 문신구 감독, '2023 뉴질랜드 아시아퍼시픽 필름페스티벌' 감독상 수상
2%의 절망 아닌, 98%의 희망 전한 진중함 속 유쾌한 반전 영화
[투어코리아=김관수 기자] 지난 10월 28일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2023 뉴질랜드 아시아퍼시픽 필름페스티벌(NZAPFF,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영화 <2퍼센트>의 문신구 감독이 대망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블록버스터 또는 대중성에 집중한 영화가 아닌 저예산의 독립예술영화의 수상이기에 더욱 즐겁고 반가운, 우리 영화계에 더 없이 소중하고 감사한 쾌거였다.
문 감독은 과거 시대를 앞지른 파격적인 작품들과 함께 주요 뉴스와 신문의 헤드라인에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9년 영화 <원죄>로 제29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Off Theater 심사위원특별상을 받는 등 여러 수상 경력을 갖고 있지만, 이번 수상은 이전과는 또 다른 시도에 대한 결실로 평가받는 만큼 더욱 값진 수상이 아닐 수 없다.
뉴질랜드에서 돌아와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 감독이 고향이자 영화 <2퍼센트>의 배경인 포항에 내려간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갔다. 11월 말, 제철 맞은 과메기와 함께 몹시 바빠진 구룡포에서 문 감독을 만났다.
Q. 수상 축하한다. 소감을 전한다면
A. 수상작으로 발표되고 시상대에서 소감을 발표하던 순간은 무척 감격스러웠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될 만큼 초대됐을 때부터 마지막 시상식까지 정말 뜨거운 관심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재미없고 지루하고 돈 못 버는 영화라는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 절망이 아닌 영광의 2퍼센트를 일궈낸 것 같아 더욱 기쁜 마음이다.
Q. 영화의 배경으로 포항을 선택한 이유는?
A. 포항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때문에 포항에 대한 많은 기억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 영화는 경상북도와 포항시에서 제작지원을 했고, 포항 시민의 시나리오와 신인배우 공모 등의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포항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어야 했는데 시나리오를 포항이라는 배경 속에 녹여내는 과정이 감독으로서는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어려운 숙제 같은 것이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뉴질랜드와 포항이 각별한 관계를 형성하고 교류를 시작하는 기회가 만들어진 점은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Q. 영상 속에서 포항의 다양한 공간들을 볼 수 있다. 그 중 포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추천할만한 곳이 있다면?
A. 죽도어시장, 내연산국립공원, 송도해수욕장, 영일대, 호미곶, 이가리닻전망대, 구룡포 일본인거리 등 포항의 명소들을 다양하게 찾아다니며 영화 속에 녹여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구룡포 일본인거리는 전국의 유사한 일제강점기 유산들 중에서도 보존 상태가 가장 우수한 편이다. 세트장처럼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변화한 마을과 건축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Q. 2퍼센트라는 주제는 어떻게 착안하게 됐는지
A. 오래 전부터 꼭 다뤄보고 싶던 주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2%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2%를 절망적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 그 2%가 희망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싶었다.
영화 속 정문정 감독은 2%의 생존 확률과 싸우는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불가능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지만, 그 2%를 희망으로 믿고 꿋꿋이 자신의 영화를 만든다.
"지금 내 생존 확률은 2퍼센트. 2퍼센트는 0퍼센트가 아니고, 끝이 아니야. 사람들이 날 0퍼센트로 보지 말아주길 바래."라는 영화 속 정 감독의 대사처럼 2퍼센트는 여전히 희망의 98%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필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불가능이 불가는 아니다.
가면을 쓴 대역 배우 조동희가 투자자를 감금하고 했던 마지막 대사, "당신은 그 2퍼센트가 희망이 없는 절망의 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삶을 사는 사람에겐 당신의 전부와 견줄 수 있을 만큼 소중하고 고귀해."라는 말이 떠오른다.
Q. 대역 배우 조동희가 쓴 가면은 어떤 의미인가?
A. 착시 현상이다. 100%를 모두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힘들고 어려울 때에는 2%만 남은 것 같은 절망에 빠지고 그런 상식선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가면을 쓴 것 같은 착시 현상, 즉 편견이나 고정관념인데, 그 가면을 벗기면 2%만 남은 것이 아닌, 단지 2%만 부족한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 우리 사회에 고착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온다면 절망과 희망은 언제나 뒤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와 두 번째 영화를 봤을 때,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다.
영화 속 정문정 감독과 남명렬 주연배우가 '영화에 출연하지 않는 주연 배우'라는 조건에 합의한 설정이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드러났기 때문이다. 남명렬은 계획 하에 행방을 감추고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그 사실을 몰라 사라진 남명렬을 찾아다니는 제작팀의 에피소드 속에 남명렬의 이름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결국 영화에 남명렬은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한 셈. '주연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를 불가능한 설정으로 규정지은 편견을 갖고 볼 때는 뭔가 진중하고 답답하기만 하던 장면들이 그 편견이 사라지자 '정 감독의 재기발랄함과 뻔뻔스러운 연기였나?'로 바뀌어 헛웃음마저 나왔다.
뜻밖에도 유쾌해진 놀랍고 완벽한 반전 덕에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 속 정 감독의 대사 "난 꼭 한 번 찍고 싶은 영화가 있었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실제 상황이 예고 없이 이끌어가는 진정한 리얼리티." 역시 2%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은 단순히 정 감독의 소망이기만 할까? 인터뷰를 하는 문 감독의 눈빛 속에서도 그 소망이 가득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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