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장수 노인들의 8가지 성격 특성

곽노필 기자 2024. 1. 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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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성 좋고 호기심 많고 책임감 강해
스페인 100~107살 노인 인터뷰 결과
스페인 연구자들이 100살 이상 장수 노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8가지 심리적 특성을 발견했다. 사진은 111번째 생일을 맞은 노인.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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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경구는 앞뒤를 바꿔도 말이 된다. 몸과 마음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때 삶의 질도 좋아지고 수명도 늘어난다.

미국 보스턴의 보훈(VA)보건시스템 연구진은 지난 여름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영양학회 연례 학술회의에서 수명을 늘려주는 생활습관 8가지를 발표했다. 활발한 신체활동(운동)을 비롯해 좋은 식습관, 긍정적 사회관계, 스트레스 관리, 절제된 음주, 절대 금연, 충분한 수면, 약물 중독에 빠지지 않기가 연구진이 가려낸 8가지 생활습관이다.

좋은 생활습관이 건강한 신체를 만들어 수명을 늘려준다면, 건강한 마음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낙천주의와 장수의 상관성을 확인해 지난해 발표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진이 100살 이상 노인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장수하는 사람들의 성격 특성 8가지를 골라내 국제학술지 ‘행복연구저널’(Journal of Happiness Studie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스페인 전역에서 100~107살 여성 16명과 남성 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분석 결과 100살 이상 장수 노인들한테서 총 35개의 성격 특성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인터뷰 대상자 19명 대부분한테서 공통으로 발견된 8가지를 100살 장수 노인들의 핵심적인 성격 특성으로 꼽았다.

100세 장수 노인들은 여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활력 넘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픽사베이

첫째, 활력이 넘친다.

삶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는 뜻이다. 이들은 목소리가 크고 힘이 넘치며 여러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예컨대 한 100살 여성은 면접에서 “98살까지 바느질을 했으며 지금은 십자말풀이를 좋아하고 스도쿠도 한 번 시도해 봤다”고 말했다. 또 “아래층으로 내려갈 땐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올라갈 땐 운동을 위해 계단으로 간다”고 했다.

한 102살 여성은 “10살 때부터 결혼할 때까지 선술집에 일했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바느질을 했다. 지금도 낱말 찾기 퍼즐, 카드 놀이를 즐긴다”고 말했다.

둘째, 사교적이다.

100살 장수 노인들은 혼자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다. 인터뷰 대상자 모두가 사교성이 좋았으며 가족은 물론 친구들과도 따뜻한 유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꺼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이타적 성향이 강했다.

한 104살 여성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었으며 정말 많은 우정을 쌓았다”며 “나는 말이 많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말했다. 한 101살 남성은 “항상 친구를 사귀고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101살 남성은 “마을에서 나는 언제나 누굴 도와주는 사람이었다”며 “잃어버린 소 한 마리를 찾아주러 산을 넘어 몇km를 걸어갔다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셋째, 헌신적이다.

자신은 물론 가족과 직장, 친구 등 심리적 유대감을 갖고 있는 모두가 헌신의 대상이다. 따라서 이들은 대체로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역량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또 책임감과 정직함, 인내심 같은 심리적 자원을 함께 보유하고 있었다.

한 103살 여성은 “7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상사들이 정말 나를 아껴줬다”며 “결혼하던 날 한 아주머니가 마치 나의 엄마처럼 울었다”고 말했다. 한 107살 여성은 “일도 하면서 가족을 부양했다”고 말했다. 한 101살 여성은 “4년 전에 엉덩이뼈가 부러졌지만 한 달쯤 뒤에는 이미 목발이나 보행기 같은 것 없이도 걸었다”며 자신의 매우 결의가 굳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넷째, 통제력이 강하다.

이들은 자신이 직면한 상황에 주도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강했다.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성격이다.

한 100살 여성은 “다른 사람들이 안 된다고 말했을 때도 나는 항상 내 판단에 따랐다. 시간이 지나자 내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한 102살 여성은 “남편이 아프면 내가 모든 일을 맡아서 해야 했는데, 나중엔 남편 사업을 물려받아 모든 걸 스스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100살 장수 노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적극적인, 호기심 강한 사람들이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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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지적 호기심이 풍부하다.

이들은 뭔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인터뷰 대상자의 다수가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사람들도 스스로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예컨대 한 100살 남성은 자신이 지독한 책벌레였다고 말했다. 그는 “소들을 돌보면서 책을 읽다가 소들이 밭으로 들어가는 걸 막지 못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고 말했다. 한 100살 여성은 “셔츠를 주면서 똑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혼자 바느질 기술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여섯째, 긍정적 마음을 갖고 있다.

연구진은 긍정적 마음이 낙천적인 성격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100살 장수 노인들은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삶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가려내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경구처럼,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도 이를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한 100살 여성은 “좋은 사위와 좋은 딸과 함께 있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100살 여성은 “인생은 나에게 모든 걸 주었다”며 “실망을 주었던 적도 있지만 나쁜 시절은 없었던 점에서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곱째, 회복 탄력성이 강하다.

이들은 역경에 굴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내면서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한 101살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내와 매우 가까웠다. 아내가 돌아갔을 때 나는 97살이었고 내 딸은 내가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좋지 않았지만, 인생은 한 번뿐이고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내가 나쁜 상태에 있는 걸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여덟째,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서 지적 능력이란 생각하고 추론하고 계획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진은 100살 장수 노인들이 갖고 있는 다른 여러 가지 성격 특성의 바탕에 바로 이 지적 능력이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예컨대 이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이들은 학업과 직업에서 성공을 거뒀고 문제를 해결했으며, 결국 자신의 삶을 만족스러운 길로 이끌 수 있었다.

연구진은 “지능은 장수를 예측하는 최고의 지표 중 하나”라며 이런 모든 이유로 100살을 넘어 장수하는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또 이런 심리적 자원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년기에 성격이 크게 변화한다면 일종의 치매 징후로 간주해야 한다는 2007년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대 수닐 바르 교수(임상심리학)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스페인의 100살 장수인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장수인들에게서도 똑같은 특성을 다수 볼 수 있다”며 “특히 강한 인간관계와 ‘할 수 있다’는 태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07/s10902-023-00700-z

Centenary Personality: Are There Psychological Resources that Distinguish Centenarians?. J Happiness Stud (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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