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인천공판장 4년만에 초매식..."올해는 활기 넘치길" [현장, 그곳&]

이병기 기자 2024. 1. 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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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인천공판장 초매식 개최
어업인 안녕·풍어 ‘만선 기원’
아귀 1상자 8만~9만원 등 낙찰
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에서 열린 '2024년 수협 인천공판장 초매식'에서 중매인들이 입찰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병석기자

 

“여전히 경기는 어렵지만 올해는 고기가 많이 잡혀 어민과 상인들에게 활기가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2일 오전 4시 30분께 인천 중구 연안부두 인근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 생선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닥에 깔려 걸을 때마다 자박소리를 낸다. 세월을 알 수 없는 나무 상자에 홍어와 물메기, 아구, 조기 등이 가지런히 자리를 잡고 주인을 기다린다. 공판장 안쪽에는 새해 첫 경매를 앞두고 ‘2024 수협 인천공판장 초매식’ 준비가 한창이다.

초매식을 위해 파렛트를 층층이 쌓아 올려 전지로 덮어 만든 고사상에는 돼지머리와 각종 과일 등이 조촐하게 올랐다.

오전 5시 시작을 앞두고 수협중앙회 관계자들이 절을 하기 위한 돗자리 깔기에 분주하다.

박형중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장은 “수협중앙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거의 4년 만에 초매식을 하게 됐다”며 “우리는 어업인들을 지원하는 곳이기에 어민들은 고기를 많이 잡고, 중개인들에게 잘 분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지난해에는 우려와 달리 후쿠시마 오염수 영향보다 전반적인 소비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경기가 좋지 않았다”며 “올해는 고기가 많이 잡혀서 공판장도 활기 넘치는 현장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초매식에서는 수협중앙회와 전국수산물중도매인협회 인천지회에서 지난해 고생한 어업인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어 상인들이 나와 고사상 돼지머리에 봉투를 꽂고 절을 하며 1년간의 안녕을 기원한다. 한켠에서는 해를 넘겨 만난 중도매인들이 악수를 하며 새해 인사를 건넨다.

인석진 수산물중도매인협회 인천지회장(73)은 “예전 초매식에는 구청장도 오고 의원들도 많이 왔다”며 “지금은 많이 위축됐는데, 이럴수록 사람들이 많이 와서 어민과 상인들을 격려해 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 공판장 매상이 지난 2021년에는 139억원, 지난해에는 155억원 정도 된다”며 “올해는 적어도 200억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중국 불법 어선들을 많이 차단시켜 어민들이 마음껏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5시27분께 종소리가 울리고 빨간 모자를 쓴 경매사가 “경매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며 올해 첫 경매 시작을 알렸다.

중매인들은 모두 모자를 벗어 인사한다. 이어 경매사가 특유의 톤으로 경매를 시작하고 중매인들은 외투 속에 숨긴 손가락으로 호가를 표시하며 눈치싸움을 벌인다.

경매를 지켜보던 서유여(86·여)씨는 “동구 송현동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경기가 힘들어 희망이 별로 없었다”며 “50년째 공판장에 나오고 있는데, 올해는 잘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선 납품을 하는 유희인씨(65·남)는 “지난해를 돌아보면 식당들이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물동량이 높아져야 어민들도 잘 살 수 있기에 경기가 좋아져서 수산물 시장도 잘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매는 30분도 걸리지 않아 모두 끝났다. 물건을 낙찰받은 지정중매인들은 자신의 번호를 생선 상자 위에 올려두고 차량으로 이동시킨다. 시끌벅적했던 연안부두의 새벽이 다시 고요함을 되찾는다.

인천의 한 섬에서 반건조 생선을 파는 A씨는 “작년에는 날이 좋아 그나마 고기들이 많이 잡혔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걱정이 많았다”며 “올해는 꼭 어업량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아구는 1상자에 8~9만원, 물메기는 1상자에 5만원, 홍어는 1㎏에 1만원 선으로 거래됐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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