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쪼그라들지 않고 말할 것[2024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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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십이월만 되면 몸도 마음도 부산했다.
혹시나 신문사에서 연락이 올까 말까 애면글면 전전긍긍.
쓰는 글 또한 눈에 잘 들어오진 않았으나 마음엔 착착 붙었다.
어쩌다 만나 함께 글을 쓰게 된 동갑내기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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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십이월만 되면 몸도 마음도 부산했다.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살았다. 혹시나 신문사에서 연락이 올까 말까 애면글면 전전긍긍. 세상 모든 스팸 전화도 이때엔 다 받는다.
올해는 특히 심란했다. 이번 해에도 안 되는 것인가! 벌써 좌절부터 하고 있었다. 일부러 마음을 다스리려 여러 책을 읽었다.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도 여럿 봤다. 한 장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또, 썼다. 응모했던 소설을 다시 읽어보았고 장편을 쓰기 시작했다. 쓰는 글 또한 눈에 잘 들어오진 않았으나 마음엔 착착 붙었다. 쓸 때 비로소 내가 나 같았다. 스스로를 붙드는 심정으로 쓰고 또 썼다. 열심히 쓰면, 내년엔 되려나 하고 미리 낙담도 하고 미리 또, 기대했다. 그때 당선 전화를 받았다. 조금 울었고, 웃었고, 어리둥절 멍도 때렸다. 급기야는 방방 뛰었다.
당선 전화를 받은 날엔 남의 대학 칠십 주년 동문회에 다녀왔다. 맥주병을 여럿 깼고, 명함도 잔뜩 받아왔다. 몇 차를 넘나들며 술을 마셨고 마지막에는 국밥집을 찾아 헤매었다. 마침내 발견한 국밥집 앞에서 우리는 모두 새벽을 깨우는 환호를 내질렀지! 내지르며 이게 과연 환호할 일인가를 깊이 고민했지….
그런데 행복했다. 그 모든 상황이 소설 같고, 영화 같고, 꿈 같아서. 오래오래 기억될 실화라서 더 즐거웠다.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인생을, 패기를,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배웠다. 함께 글 쓰는 미영, 소정, 영하, 하리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쩌다 만나 함께 글을 쓰게 된 동갑내기 친구들. 각자가 너무 다른 글을 쓰기에 우리는 더 친구일 수 있는 것 같아.
너는 뭐하는 사람인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던 해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 머뭇거리며 저 글 써요, 라고 하면 으레 돌아오는 대답은 무슨 책을 썼냐였는데… 등단을 준비 중인 작가입니다! 하고 씩씩하게 대답을 하면서도 쪼그라드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앞으로 곧 출간 예정!이라고 허세도 부리며 답하려 한다. (덧: 장르 불문 준비된 야망 있는 작가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우성! 네 덕분에 나는 인생을 다시 살 수 있었어. 그리고 최 여사님, 한 팀장님.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좋은 거 많이 보고 치열한 글을 함께 겪으면서 오래오래 웃고 싸우고 지지고 볶아 보자고. 사랑해, 모두들!
△기명진(본명 황정숙). 1978년 서울 출생. 서강대 대학원 영문학 수료.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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