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서근영, 경희대 'K팝 보컬' 교수

조성진 기자 2024. 1. 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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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음대에 ‘K팝 보컬’ 분야 학문화 크게 기여
K팝 보컬 및 딕션 분야 연구로 박사 학위
선율과 언어적 접근 병행하며 K팝 표현기법 연구
現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K팝보컬 교수
“영어보다 한글로 노래하는 K팝이 많아져야”
3월부터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실용음악과 학과장
단 20분 만에 발성 바꾸는 ‘원포인트 레슨’ 강점
문별(마마무), 세정(구구단), 민찬(베리베리) 및
SBS ‘K팝스타’ ‘판타스틱 듀오’ 출연진 트레이닝
젤리피쉬, 미스틱 엔터 전속 보컬트레이너로도 활동
대학 때부터 백지영‧박효신‧거북이 코러스로 주목받아
연말 솔로 2집 발매 예정
“학생들에겐 벽이 낮고 편한 선생님이고 싶어”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실용음악대학 보컬과에서 'K팝 보컬'이란 분야를 학과에 반영하기 시작한 건 불과 십여 년 전이다. 서근영(40) 교수는 K-POP 보컬을 보컬과에 가장 발 빠르게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고유 분야로 정착시킨 공로자다. 그녀는 2010년 백제예술대 미디어음악과에서 K팝 보컬을 처음으로 과목화시켜 강의했다. K팝 보컬에 특화된 학생을 양성한다는 차원이다. 이후 10년간 백제예술대에서 이 분야를 다듬어갔다. 마마무 '문별'이 당시 제자 중 하나다.

'K팝 보컬'을 단지 보컬 발성/창법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가사 전반의 학문적 접근을 통해 K팝의 깊이와 자존감을 살리며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서근영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K팝 보컬 교수를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만났다.

서근영 교수는 자신에게 많은 영향을 준 세계적인 보컬의 앨범 자켓들을 연구실 벽 한쪽에 걸어 놓았다.

서근영 교수실의 벽 한쪽엔 아레사 프랭클린부터 마이클 잭슨, 로린 힐, 에이미 와인하우스, 앨라니스 모리셋, 에타 제임스, 아델, 미시 엘리엇, 휘트니 휴스턴, 비욘세, 푸지스, 레이 찰스까지 세계적인 보컬의 앨범 자켓이 진열돼 있었다. 학생 시절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지금도 좋아하는 가수들이다.

서근영 교수에겐 새해 시작과 함께 희소식이 3개나 기다리고 있다.

오는 3월부터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실용음악과 학과장(전공주임교수)으로 취임 예정이 첫 번째다

두 번째 희소식은 실용음악 보컬 단행본을 8월경 발간 예정이라는 것. 'K팝 보컬 교수가 전하는 시크릿'(가제)이란 이 책은, 평소 서근영 교수가 강의하며 체험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십여 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보컬 타입을 몇 개로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고음이 안되는 학생, 고음은 되지만 저음에서 뒤집히는 학생, 고음 저음이 다 되지만 소리가 약한 학생, 고저음 다 좋은데 무리하게 소리를 너무 크게 내 뒷부분까지 소리가 안 되는 학생, 그리고 음성 질환 등 5개 파트로 서술할 예정입니다."

세 번째 희소식은 드디어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을 12월에 발매한다는 것. "그간 소속사가 요구하는 쪽에 맞춰 음악을 하다 보니 한 번도 나만의 스타일을 노래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내 스타일의 음악을 내보고 싶어 솔로 2집을 준비하게 된 겁니다."

서 교수는 동아방송예술대 K팝과에서 K팝 보컬 강의를 하다가 2020년 강의 전담교수가 됐고, 2021년 9월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실용음악과에서 K팝 보컬 분야 조교수로 임용돼 보컬 교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경희대에서 K팝 보컬을 원한다는 게 너무 반가웠어요. 대학원 과정이라서 제대로 교육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학교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과목이라 모든 수업 과정을 제가 직접 만들었고 과목도 4개로 짰습니다."

평소 서근영 교수는 실용음대에서 가장 인기 많은 게 보컬학과 임에도 불구하고 강의 교과목이 보컬 위주가 아니란 점이 늘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앙상블 개념이 많은 커리큘럼이던 것. 따라서 발성, 퍼포먼스 등 보컬에 특화된 본격 실기 분야가 없어 이 부분을 강조하려고 했다. 커리큘럼을 호흡과 발성 관련 '보컬 테크닉' 4개 분야로 나눠 강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근영 교수는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보컬 전공) 학사 및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퍼포밍아트학과에서 실용음악 전공으로 음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학위 논문은 '알리샤 키스의 애들립 특징 연구'.

"R&B 가수들의 꺾기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알리샤 키스의 꺾기를 분석한 논문입니다. 나얼 앨범을 모두 들어보니 꺾기 방식이 다 똑같았어요. 거의 모두 5개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꺾기도 즉흥이 아닌 습관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알리샤 키스가 여러 곡에서 사용하는 꺾기를 모두 분석했고, 결국 자기만의 꺾기가 있는데 이 모두는 즉흥이라기보단 습관/패턴이라 보는 게 더 적절하다는 게 논문의 요지였어요."

석사에 이어 경희대 대학원 응용예술학과 퍼포먼스전공으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K팝 딕션 변화 연구'. K팝 발음 관련 분야로는 거의 국내 최초의 딕션 분석 논문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처럼 서근영 교수는 석박사 학위 논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악(선율)과 언어적 접근으로 꾸준히 K팝의 표현기법 연구에 몰두해오고 있는 것이다.

학교 논문 외에 '이중언어 사용자와 K팝 노랫말 딕션과의 연관성-90년대 후반 재미교포 힙합 가수를 중심으로''K팝 노랫말의 운율구조 변화 현상-댄스음악을 중심으로'(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K팝 노랫말의 음운 변화 현상'(언어학 274) 등 여러 논문을 발표했고 모두 KCI에 등재됐다.

"처음엔 팝인 줄 알고 들었는데 가요인 곡이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여자)아이들 곡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노래도 찾았더니 BTS도 그렇고 여타 아이돌들이 한국어로 노래함에도 영어처럼 들리고 있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아름다운''알음do~wn' 식으로 발음했죠. 이런 걸 학술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예전엔 '---'이란 4음절을 그대로 발음했지만, 지금은 '에브리씽' 하나로 음절을 넣어버리는 경향입니다. 한글로 노래하면 딱딱하다고 했던 부분들이 이렇게 발음하면서 부드러워지며 그간의 한글 가사 발음의 맹점을 해결하게 된 것이죠."

K팝 관련 논문을 외국인이 많이 쓰고 해외 매체에서 더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서근영 교수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K팝 관련 논문을 외국인이 쓴다? 비틀즈 관련 논문을 우리가 아무리 잘 써도 영국 현지 전문가들의 논문을 이길 수 없듯이 한국의 K팝 아티스트들도 한국 사람이 연구하는 게 유리하고 또 당연하다고 봅니다."

"한국어로 노래함에도 세계인이 한글로 된 가사를 따라부르며 열광한다는 데에서 K팝의 대단함이 느껴지지만, 요즘은 K팝 스타들이 영어로 노래하는 경향이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K팝의 정체성을 잃는다고 우려하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죠. 이미 빌보드를 장악했는데 (그럼에도 굳이) 영어로 낸다는 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서 교수가 현재 'K팝 딕션의 변화 연구'란 논문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K팝에 관심을 가진 미국 원어민 500명 대상으로 영어로 된 K팝이 좋으냐, 한국어로 된 게 좋으냐, 한국어와 영어로 된 게 좋으냐 등등 여러 내용의 설문조사를 하는 중입니다."

K팝 보컬 강의 중인 서근영 교수.

서근영은 1983년 경기도 시흥에서 1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각종 학습서교재 삽화를 그린 유명 일러스트 작가이자 음악애호가인 아버지(서철웅)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많은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 아버지 때문에 BTS를 알게 될 만큼 부친 서철웅은 서근영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초교 5학년 때 나현희 '사랑하지 않을 거야'를 아버지 앞에서 노래했는데, 많은 음악을 접한 아버지는 이때부터 딸의 노래 실력이 남다르다고 여겼다. 중학교에 입학한 서근영을 사로잡은 음악은 SES였다. 이 무렵부터 서근영은 춤추며 노래하는 가수를 꿈꾸기 시작했다.

경기도 과천고등학교에 입학해 학교 밴드 '라이머' 리드보컬로 활동했다. 라이머는 건스앤로지스(GNR), 체리 필터, 앨라니스 모리셋, 자우림, 정경화 등을 카피하던 고교 밴드로, 2000'소요락 페스티벌' 본상 수상 및 동대문 두타 설립 2주년 기념 공연에서 윤도현밴드와 함께 출연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과천고에 이어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 입학했다. 경희대는 평소 다녀보고 싶었던 학교라서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고.

경희대 재학 중에도 서근영의 존재는 남달랐다. 백지영, 박효신, 거북이 등 유명 가수들의 코러스로 활동했다. 서근영의 코러스 실력에 깊은 인상을 받은 거북이 '터틀맨'은 멤버로 함께 해보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서근영은 춤을 추며 노래하는 개념을 포스트모던음악학과 내에서 처음 시도했다. 캠퍼스 각종 축제를 비롯해 경희대에서 반응이 좋았고 3학년 때부터 이런 스타일이 더욱 확고하게 굳어지게 된다.

대학 시절 서근영의 롤모델은 비욘세와 아이비였다. 그러나 아이비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TV를 끄곤 했다. 춤추며 노래하는 보컬 콘셉트는 자신만의 것이라고 여겼는데 아이비가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TV를 끄곤 했다고. "아이비는 춤추며 노래함에도 피치 하나 떨어지지 않고 너무 잘해서 화가 날 정도였어요.(웃음)"

재학 중인 2006년 백지영 '스마일 어게인' 공연 때 '난 괜찮아'를 대신 불렀는데, 이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반주를 맡은 팀의 베이시스트가 보컬을 찾던 중이었는데 서근영이 백지영 곡을 노래하는 걸 보고 마음에 들어 친분이 있는 기획사 와이비뮤직(YB뮤직)에 추천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졸업 공연 때 부른 비욘세 영상을 기획사에 보냈고 그곳 사장은 깊은 인상을 받아 바로 계약하자고 연락했다. 서근영은 이미 '노예계약'으로 뼈아픈 기억이 있어 "술자리 안 가고 수술(성형)하지 않을 것" 등 자신이 원하는 몇몇 조항을 제시했고 YB측은 모두 받아들이며 계약하게 됐다. 이전 기획사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던 서근영은 위약금을 물어줘야 다른 곳과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소속사는 큰 금액의 위약금을 요구했지만 YB뮤직 임빈 사장이 흔쾌히 그 돈을 맞춰주고 서근영과 계약을 하기에 이른다. 지금도 서근영은 YB뮤직 임빈 사장을 '은인'으로 여길 정도다.

YB뮤직 소속 아티스트가 된 서근영은 대학원에 다니며 뷰티풀로맨스 1'Tragic Love but a Beautiful Romance'(2007)2'Life'(2008)를 발매했다. 뷰티풀로맨스 1집은 문화관광부 우수 신인 음반상을 받았다. 이어 2015년 선배들과 함께 플랜씨(PlanC)에서 활동하며 미니앨범과 싱글앨범 등 4장을 발매했다. 2019년엔 솔로 1'Re;start' 발매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젤리피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엔터테인먼트 연습생과 소속 가수 보컬트레이너로도 활동했다. 젤리피쉬 보컬트레이너로 일할 당시 김세정도 서근영이 트레이닝을 맡았다. 김세정은 제일 늦게 들어온 연습생이었음에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만큼 처음부터 노래 실력이 좋았다.

"구구단 결성 이전부터 세정을 티칭했는데, 이미 연습생 시절부터 가창력이 좋았어요. 종종 노래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갈 때가 있어 이 부분의 밸런스를 잡아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유 있게 그루브를 타며 가야 하는데 성격이 좀 급해서 음악이 다른 파트보다 좀 빨리 가는 편이었어요. 이런 건 노래 실력이 좋은 사람들에게서 가끔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죠. 김세정도 태연처럼 소리가 또렷하고 파워풀한 게 강점이고 거기에 고음은 물론 저음까지 다 되는 보컬입니다."

서근영은 구구단 1집과 2집 보컬트레이닝은 물론 레코딩 디렉터를 맡았다. 구구단 멤버들과 각별할 수밖에. 나영(김나영)의 연축성 발성장애를 극복하게 해준 것도 서근영 교수다. 2018MBC 예능 '복면가왕'에 출연했던 나영은 "선생님 덕분에 '복면가왕'까지 나오게 됐다"며 고맙다는 카톡을 보내기도 했다. 가창력을 겨루는 방송에 나올 정도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이 기뻤기 때문.

젤리피쉬 남자 연습생인 '베리베리' 민찬 보컬트레이닝도 했다. 민찬은 원래 보컬 전공이 아니었다. 따라서 서 교수로선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트레이닝을 한 사례다.

2000년 8월 밴드 '라이머'로 SBS 소요 락 페스티벌에 출전해 본상을 수상할 당시.

이외에도 서근영 교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판타스틱 듀오' 출연자 보컬트레이닝도 맡았다.

방송프로그램에선 보컬 코칭이 빠른 시간에 돼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원포인트 레슨'으로 출연자가 금세 변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근영 교수의 티칭은 방송에서 원하던 수준 그 이상이었다. 백제예술대 때 그녀가 가장 많이 했던 수업이 20분 안에 학생을 바꿔놓는 것이었다. 이러한 원포인트 레슨은 서근영 교수가 자신있어 하는 것이기도 하다.

"'K팝 스타' 때도 작가들이 저의 이런 코칭 역량에 주목했던 것 같아요. 누가 들어올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특정인이 입장해 노래 한곡을 하면 그걸 듣고 고쳐야 할 점을 트레이닝하며 20분 안에 바꾸게 하는 것이었죠. 저는 짧은 시간 동안 매우 구체적으로 해야 할 점을 알려주고 시정해주는 타입입니다."

보컬 코칭 시 "좀 슬프게 노래해봐" "좀 더 리듬을 타면서 불러봐" 등 큰 테두리 안에서 주문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서근영 교수는 리듬 표현이 잘 안되는 사람에겐 "리듬이 좋게 하려면 음정 길이와 짧은 것의 반복 격차가 커야 한다. 따라서 이 가사를 크게 부르고 이 가사에선 작게 부르고 '그대'란 부분에서 벤딩을 할 때도 '그대~~'를 더 길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주문한다. 서 교수는 그간 전공생뿐만 아니라 비전공자들을 상대로 많이 가르쳤기 때문에 그러한 노하우가 설명을 할 때 자신만의 티칭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방송 외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한화 등 대기업 임직원 보컬트레이닝도 진행했고 2012년 서울시 뮤지컬단의 '호기심' 뮤지컬 보컬코치 및 음악감독으로도 활약했다. 2011년부터 2015까지 '원스인어블루문', '천년동안도' 등등 여러 유명 클럽 공연을 수백 회 이상 하기도 했다.

"성악, 가요, 뮤지컬 발성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고음과 저음을 내는 발성은 똑같은데 공명시키는 정도가 다를 뿐이죠. 성악은 아주 높은 고음을 극대화해야 하므로 발음이 거의 비슷하고 무슨 소린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성악에선 고음 구사 시 발음보다 공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성악가들은 저음에 약해요. 성악에선 고음과 저음 등 각자 역할 분담을 해서 노래를 해요. 파트마다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죠. 반면 대중음악은 한 가수가 전 음역을 다 소화해야 합니다. 고음과 저음 모두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대로 하려면 실용음악 발성이 더 어려운 겁니다."

서근영 교수는 그간 경희대에 있으며 날이 갈수록 학교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포스트모던음악학과는 기본기가 탄탄히 갖춰진 학생들이 모였고 각자 머리들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경희대 학부와 대학원 출신들이 실용음악과 교육 전반에서 모두 탄탄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도 경희대만의 자랑 중 하나죠. 이런 걸 보고 학생들이 경희대를 지원하기도 할 만큼. 음악 전반에 걸쳐 장르가 세분된 것도 돋보입니다. 학생을 뽑을 때도 국악, 클래식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플루트 등등 다양해요. 재즈를 할 땐 플루트 연주자가 재즈로 가는 것 등도 새로웠습니다. 말 그대로 그 안에서 온갖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경희대 실용음악과, 즉 포스트모던음악학과는 국내와 외국 유학생 비중이 50:50으로 갈수록 유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K팝과 함께 한국의 실용음악 보컬 교육이 세계적으로 그 위상을 더해가고 있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많은 전문가들 중에서 JYP수장 박진영을 베스트로 꼽았다.

"박진영 님은 남다른 디테일은 물론 제일 많이 공감할 수 있는 평을 합니다. 예를 들어 '노래를 너무 잘하시는데 실용음악과 스타일이네요' 같은 표현은 너무 공감이 가는 심사평이었어요."

국내의 많은 보컬트레이너 중에선 장효진을 꼽았다. "장효진 님은 어려운 것도 쉽게 설명하는 역량이 돋보입니다."

"보컬과 보컬코치는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타이거 우즈의 선생이 타이거 우즈보다 골프를 못 치는 것과 같아요. 각자 잘할 수 있는 재능이 따로 있다고 봅니다. 가수가 보지 못하는 걸 보게 하고 그 외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게 보컬 선생이죠. 선생을 잘못 만나 상처를 받아 노래를 못하게 되는 학생들도 적지 않게 봤어요. 따라서 보컬트레이너는 선생님이자 심리상담사이기도 합니다. 배우는 사람의 인성까지도 신경 쓸 줄 아는."

"요즘 가수들은 저음과 고음 모두 잘해요. 그중에서도 저음 고음 너무 또렷하게 소리를 잘 구사하는 가수로 여자는 박혜원, 남자는 정승환을 꼽고 싶어요."

"블랙핑크도 너무 좋아합니다. 트왱 정말 많이 쓰고 보컬프라이도 많이 사용하죠. 가장 트렌디한 아이돌그룹입니다. 발음과 음색도 대단하고. 가요인데도 한국적 느낌이 아니라 팝 같아요. 예전엔 아무리 잘해도 팝 같은 느낌이 많이 나질 않았는데, 블랙핑크의 음악을 들으면 한국인이 노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해외 팝 같다고 할까요? 물론 여기엔 한글 가사를 영어식 발음으로 구사하는 방식도 한몫하는 것이지만."

항상 트렌드에 민감한 서 교수는 최근 자주 듣는 곡으로 올리비아 로드리고 'Drivers license'와 토리 켈리 'Language'를 꼽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보컬은 비욘세다. 학부 때부터 자신이 추구하던 '춤추며 노래하는' 최고의 보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NCT U'배기진스'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가사도 너무 잘 썼고. 한국어와 영어의 조화가 너무 탁월했습니다."

서근영 교수는 교회에서 만난 목사와 1년간의 연애 끝에 2016년 결혼했다.

"(남편을 처음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 제가 먼저 대시해서 꼬셨어요. (웃음)"

남편을 처음 만날 즈음 서근영 교수는 세 차례 전임교수 탈락 및 건강도 안 좋아지고 거기에 임신하기도 힘들단 진단까지 받는 등 정신적으로 힘든 시절이었다. 이때 만난 남편은 그때마다 정신적 위로가 되는 좋은 말을 많이 해주었다. 점점 그에게 끌린 서 교수는 자신이 아이를 갖기 힘들다는 말까지 했는데 반응이 뜻밖이었다. "애는 하나님이 주시는 거야. 없으면 입양하면 되잖아"란 한마디가 서근영 교수에게 너무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 이런 사람과 여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결혼 후 애가 둘이나 생기는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아들(7)과 딸(28개월)이 선물처럼 온 것. 그 기쁨은 말할 수가 없었다고.

남편도 음악애호가, 특히 1970~80년대 클래식록 등에 관심이 많다.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 고루 박식하고 탄탄한 논리력이 돋보이는 남편은, 서 교수가 논문을 쓰면 제일 먼저 봐주며 이런저런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그래서 농담조로 "남편이 내 논문 지도교수"라고 말할 정도.

취미는 커피샵에 가서 자신만의 시간 갖기. 커피 한잔을 마시며 다이어리에 이런저런 계획을 짜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씩 이런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서근영 교수는 '교수'보단 '선생님'이란 호칭을 좋아해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길 원한다.

"선생이란 명칭엔 가르치는 사람이란 의미 외에도 저 사람처럼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것도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저를 보고 대단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나도 저만큼은 할 수 있다고 여기면 좋겠어요. 다시 말해, 경외감이 일 정도로 높게 보이는 게 아니라 벽이 낮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하겠다와 같은. (학생들에게) 살짝 만만해 보이고 싶어요. 그러나 학생이 예의 없이 대할 만큼 만만하게 보는 그런 선생이 아니라 이 선생님에게만큼은 모든 걸 말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는 그런 편하고 (배울 게 많은)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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