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경제 불황·노화… 책에 담아낼 치열한 고민·해법

박동미 기자 2024. 1. 2. 09: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2024년 주목할 신간
스티븐핑커 ‘이성이란 무엇인가’
합리적인 인간의 모순성 탐구
미래학자 리프킨의 생태위기론
물을 둘러싼 세계패러다임 전망
노벨화학상 수상자 ‘우리는…’
수명과 건강에 대한 고찰 눈길
게티이미지뱅크

불황과 불안, 불확실의 시대.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서점가는 그 분투의 현장이다. 시대를 진단하고 흐름을 좇으며, 앞서 나가기 위해, 그리고 시대를 ‘살리기’ 위해. 세계적인 학자들과 유명 작가들이 귀환하는 2024년에도, 책은 그 소임을 다할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키우고, 개인과 사회의 성찰을 유도하며, 나아가 모든 인류의 정신적·물질적 세계의 일보 진전을 염원하며 말이다. 이에 동참하는 일은 쉽다. ‘읽는 것’. 올해 출간을 준비 중인,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소개한다.

◇세계적 학자들이 묻는다, 인간이란 = 이성을 지닌 인간이 사는 세상은 왜 이토록 비이성적일까. 세계적인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의 근작 ‘이성이란 무엇인가’(사이언스북스)는 이에 대한 성찰이다. 합리성을 추구하면서도 매 순간 모순적인 인간의 마음을 탐구한 핑커의 책은 봄이면 만나볼 수 있다. 비교문학 권위자인 마틴 푸크너 하버드대 교수의 ‘컬처’(어크로스) 역시 인간 사회를 고찰한다. 뉴욕타임스 ‘에디터스 초이스’ 선정 도서로 문화의 연결과 융합의 순간들을 포착해 분석한다.

◇기후변화·생태 위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가 = 저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새 책도 주목된다. 수많은 생태 위기론이 수렴하는 지점은 ‘물’이다. 9∼10월 중 출간 예정인 리프킨의 신작(제목 미정·민음사)은 물을 둘러싸고 일어날 세계 정세와 지형 변화,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데이터과학자 해나 리치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아직 세상의 끝은 아니다’(부키)는 환경 문제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견한다. 이와 함께 1760억 원이 투입된 북극 탐사 활동을 조명한 독일 과학자 마르쿠스 렉스의 ‘북극 탐험대 모자익 프로젝트’(동아시아)와 2021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마나베 슈큐로의 ‘기후 변화를 넘어서’(사이언스북스) 등 다양한 과학서들이 지구 위기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과 죽음, 건강과 노화에 관한 연구 =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과 노화, 죽음에 관한 연구서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벤키 라마크리슈넌이 쓴 ‘우리는 왜 죽는가’가 눈에 띈다. 노화와 그 최종 결과물인 죽음에 대해 과학적으로 풀어내면서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환경과학 분야 거장인 바츨라프 스밀의 ‘사이즈(가제)’(이상 김영사)도 흥미로운 지식을 전한다. 생물학적 크기부터 경제 규모에 이르기까지, 세상 모든 ‘크기’를 측정하며 클수록 정말 우월한지, 무한한 성장은 가능한지 묻는다.

◇현실정치 전망·베스트셀러 작가의 자기계발서도 = 올해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서점가에도 현실 정치과 세계 정세를 예측하는 책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의 두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다니엘 지블렛이 펴낸 ‘소수의 폭정’(어크로스)이 대표적. 책은 소수의 독재는 어떻게 가능해지는지, 파국을 부르는 낡은 정치 제도를 해부한다. 지난해 뉴스위크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영국의 정치 저널리스트 에드먼드 포셋의 ‘보수주의’(글항아리)도 주목된다. 자유주의의 연대기를 살핀 역작 ‘자유주의’(2022)에 이어, 이번에는 지난 200년간 보수주의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분석한다. 이와 함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에릭 와이너가 미국의 정치가이자 발명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삶에서 실용적 교훈을 찾아낸 자기계발서 ‘벤과 나’로 돌아온다.

■ 정유정·김언수·김애란… ‘믿고 읽는’ K-문학 작가들의 컴백

정세랑·황정은 새 소설 펴내
‘노벨문학상’ 욘 포세 신작도

올해 한국 문학은 ‘K-스릴러’가 이끌고, ‘젊은 거장’들이 밀어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 오랜만에 돌아온 ‘노벨문학상 특수’와 ‘하루키 열풍’으로 건재함을 알린 문학 독자층이 이에 어떻게 조응할지 주목된다.

2021년 ‘완전한 행복’을 히트시키며 ‘스릴러 여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정유정 작가의 신작이 나온다. 은행나무출판사에 따르면 정 작가는 오는 7월 ‘영원한 천국’(가제)을 선보인다. ‘완전한 행복’을 잇는 이른바 ‘욕망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어, 가을에는 북미와 유럽에 K-스릴러 열풍을 일으킨 김언수 작가의 ‘빅 아이’가 드디어 독자들을 만난다. 문학동네 웹진에 연재한 작품으로 지난해 출간 예정이었다가 미뤄져 서점가의 아쉬움을 샀다. 집필을 위해 김 작가가 반년 간 원양어선을 탔던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애란과 이기호 작가가 아주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들고 찾아온다. 김 작가의 새 장편(제목 미정)은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 작가 역시 10여 년 만에 장편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을 출간한다. 주간 문학동네 연재 당시 화제가 된 인기작이다.

‘젊은 거장’으로 성장한 정세랑·김혜진·황정은 작가의 신작도 기대된다. 정 작가는 통일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미스터리 설자은 시리즈의 두 번째 편‘설자은, 불꽃을 쫓다’를, 김 작가는 문학 편집자의 성장 과정을 다룬 신작(제목 미정·이상 문학동네)을 준비 중이다. 황 작가의 새 장편(제목 미정·문학과지성사)도 올해 안에 출간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는 청소년 소설 ‘네가 되어 줄게’(문학동네)를 선보인다.

한국 문학사에 이정표이자 기념이 될 책들도 기다린다. 50년간 한국 시단을 이끌어온 문학과지성사와 창비는 각각 600호·500호 특별 시집을 펴내며, 민음사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의 한국 여성문학을 처음으로 선별한 ‘여성문학선집’을 선보일 예정. 또, 매달 25일 선보이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오는 2월 100호를 발간한다.

해외 거장들의 신작도 쏟아진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국내 문학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신작 ‘샤이닝’(가제·문학동네)을 비롯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읽는 작가로 꼽히는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 장편 ‘퀸의 대각선’(열린책들)이 여름 무렵 찾아온다. ‘튀르키예의 지성’ 오르한 파묵은 수십 년간 써온 그림과 일기를 선별한 ‘먼 산의 기억’(민음사)을, ‘신성모독’으로 살해 위협을 당하고 있는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는 문학과 사회, 정치 현안에 관한 사유를 담은 ‘진실의 언어’(문학동네)를 선보인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