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조선투위 막내가 80대…50년째 공식 사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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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0월24일 강고했던 박정희 유신체제에 균열을 일으킨 동아일보 기자 180여명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동아·조선투위에 남아 있는 막내가 이미 80살을 넘었으니까 우리는 곧 퇴장할 수밖에 없다"며 "동아·조선일보가 우리의 자유언론 실천운동에 대해 왜곡과 조작을 시도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많은 후배 언론인과 언론학자들이 이를 바로잡는 일을 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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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집·다큐 제작 예정
1974년 10월24일 강고했던 박정희 유신체제에 균열을 일으킨 동아일보 기자 180여명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와 함께 결의문에는 ‘신문·방송·잡지에 대한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우리의 일치된 단결로 강력히 배제한다’, ‘기관원의 출입을 엄격히 거부한다’, ‘언론인의 불법 연행을 일절 거부한다’ 등 3개 항의 결의가 담겼다.
선언에 실린 “본질적으로 자유언론은 바로 우리 언론 종사자들 자신의 실천 과제일 뿐 당국에서 허용받거나 국민 대중이 찾아다 쥐여 주는 것이 아니다”라는 외침의 반향은 실로 컸다. 선언에 앞서 1973년 10월19일 ‘언론자유 수호 선언’을 냈던 조선일보 기자 150여명도 동아일보 기자들이 선언을 낭독한 그날 밤 ‘언론자유 회복을 위한 선언문’을 다시 채택하며 화답했다. 이어 25일 새벽에는 한국일보 기자 130여명도 ‘민주언론 수호를 위한 결의문’ 채택에 나서는 등 언론 자유를 향한 언론인의 요구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박정희 독재정권의 탄압과 사주의 부당한 간섭에 단호히 맞섰던 언론인들에게 찾아온 대가는 혹독했다. 정권의 압력에 무릎 꿇은 동아일보 경영진은 1975년 3월17일 선언에 앞장섰던 기자·피디를 무더기로 해고했고, 조선일보 역시 1974년 12월18일 백기범, 신홍범 두 사람을 시작으로 많은 기자를 해고했다. 두 언론사 바깥으로 내몰린 동아일보 기자 113명과 조선일보 기자 32명은 각각 동아투위와 조선투위를 결성해 지금까지 자유언론 실천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 해직 언론인들은 최근까지도 동아·조선투위 결성 기념일이 되면 두 언론사 사옥이 있는 서울 광화문을 찾아 강제 해직 사태 등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동아·조선일보는 한번도 공식적인 사과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강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29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50년 전 동아·조선일보 기자들이 선언을 통해 보여준 자유언론 정신이 한국 언론사에서 갖는 의미가 막대한데도, 이를 자신들의 자산으로 적극 끌어안기는커녕 한사코 외면하려 하는 두 언론사 경영진의 태도를 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언론사 경영진과 국가가 유신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언론 자유를 외쳤다는 이유로 내몰린 해직 언론인을 외면하는 사이, 어느덧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을 맞는 이들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동아·조선투위에 남아 있는 막내가 이미 80살을 넘었으니까 우리는 곧 퇴장할 수밖에 없다”며 “동아·조선일보가 우리의 자유언론 실천운동에 대해 왜곡과 조작을 시도할 것이 예상되는 만큼, 많은 후배 언론인과 언론학자들이 이를 바로잡는 일을 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언론실천재단은 올해 선언 50주년을 맞아 ‘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사’와 공식 사진집 발간, 기념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인 단체와 함께 기획·진행하고 있는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 연속 세미나’도 6회에 걸쳐 이어진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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