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곧 神… 용을 알면 동양은 물론 서양 예술까지 풀어낼 수 있어”

박세희 기자 2024. 1.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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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내고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를 지낸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은 25년째 '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에서 만난 강 원장은 "국립경주박물관장 퇴임 이후 지금까지 용 연구를 계속하며 동서양의 다른 학자들이 풀지 못하는 세계의 건축, 조각, 회화 등을 새롭게 풀어나가고 있다"며 "용을 알면 동양은 물론 서양의 예술까지 모든 게 풀린다. 지금도 용을 통해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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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25년째 용 연구에 전념해와
“우주의 기원을 형상화한 존재
좁은 껍질 깨고 삶을 확장해줘”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내고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를 지낸 원로 미술사학자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은 25년째 ‘용’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한국 미술, 나아가 세계 미술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용’이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에서 만난 강 원장은 “국립경주박물관장 퇴임 이후 지금까지 용 연구를 계속하며 동서양의 다른 학자들이 풀지 못하는 세계의 건축, 조각, 회화 등을 새롭게 풀어나가고 있다”며 “용을 알면 동양은 물론 서양의 예술까지 모든 게 풀린다. 지금도 용을 통해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용을 “가장 고귀한 창조신과 같은 신적 존재”라면서 “용의 입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보통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물고 있는 게 아니라 나오는 것이다. 입에서 만물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가 파악하는 용의 형태는 다양하다. 두 발로 우뚝 서 있기도 한다. “서 있는 용을 상상할 수 없으니 학계에선 그냥 귀신이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용의 모습은 다양하고 서 있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용에 천착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국립경주박물관장을 지내며 성덕대왕신종을 연구할 때입니다. 앞에서 보면 눈이 보이지 않는데 옆으로 가서 보니 눈이 보이더라고요. 그때 이게 용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용의 얼굴 양옆을 펼쳐서 그리거나 조각하면 귀신의 얼굴처럼 보이는 것도요. 그게 제 학문의 큰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까지 귀면와(鬼面瓦·귀신의 얼굴을 그린 장식 기와)로 불리던 것들을 강 원장은 용면와(龍面瓦·용의 얼굴을 그린 장식 기와)로 부르기 시작했다. 학자마다 견해는 다르지만 그의 주장을 따르는 후배들도 생겼다.

강 원장은 인류의 모든 조형예술을 ‘조형언어’라는 틀로 분석하는 새로운 이론인 ‘조형언어 기호학’을 발견하고 색으로 조형언어를 해독하는 ‘채색분석법’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 이. 그는 “조형언어도 용의 입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작은 아파트에서 태어나 본인의 세계만을 살아가는 요즘 현대인들은 의식 세계가 좁습니다. 밤하늘을 쳐다볼 시간도 없고 봐도 안 보이지요. 대우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 겁니다. 지금도 우주는 확장하고 있는데 사람의 마음은 점점 좁아져만 갑니다. 우주에 가득 찬 기운을 형상화한 용을 아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좁은 껍질을 깨고 확장해 삶을 풍부하게 해주지요.”

그는 요즘 후배들에게 용의 진실과 조형언어 기호학, 채색분석법을 전수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제 세대에서 이 이론이 끝나버리면 안 됩니다. 용 연구는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계획이 아니라, 안 하면 안 되는 일이지요.”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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