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전하는 '그랜플루언서'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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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
허은순 씨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likeeunsoon67’이다. 그녀는 호탕하게 웃으며 “67년생 은순이처럼 사세요”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인 2023년 11월에 릴스 총 2,400만 뷰를 달성했죠. ‘릴스 천재’라는 별명이 실감됩니다.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시작했나요?권정현 더뉴그레이 대표의 제안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사실 짧은 콘텐츠가 연이어 이어지는 숏폼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집중력을 낮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권 대표의 설득 끝에 릴스를 했는데 유튜브와는 다른 세상이더군요. 저는 동화작가와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8년 전에 사회생활을 접고, 5년 전부터 아들의 권유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뭐가 달랐나요?
가로 세상과 세로 세상이죠.(웃음) 우선 구독자 연령대가 달라요. 유튜브는 팬층이 고정적인데, 릴스는 폭넓은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이 봐서 놀랐어요. 초반엔 릴스를 만드는 게 어려웠어요. 사람들과 대화하면 물 흐르듯이 잘되는데 카메라를 켜놓고 하면 잘 안 됐거든요.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었나?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독백하듯이 혼잣말을 하는 릴스를 올렸는데, 그게 알고리즘을 타고 터졌어요. 유튜브 영상이나 다른 영상보다 힘을 들이지 않고 만들어 올린 건데 반응이 좋으니까 어리둥절했죠. 자고 일어나면 팔로어가 1,000명씩 늘어나 있었어요. 그때부터 부담 갖지 말고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올리자고 생각했죠. 카메라를 아무 데나 세워놓고 촬영하고 그날그날 하고 싶은 말을 릴스로 만들었어요.
동화작가로 활동했던 이력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익숙하니까요.
일정 부분 도움이 됐죠. 그런데 제가 대중이 좋아하는 분야에 별 관심이 없어요. 콘텐츠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걸 만들어야 하는데 저는 그 부분에 영 소질이 없었죠. 제가 끌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나 인기가 없었어요. 글이 잘 안 풀리면 책을 완성하지 못하듯이 릴스도 만들지 못했었죠. 그렇게 실마리가 잡히지 않다가 어느 순간 잡혀 실이 뽑혀 나왔어요. 하고 싶은 말이 마구 생겼죠. 다만 짧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넣기 위해 고민해요. 유튜브 영상은 호흡이 긴데 릴스는 길어야 1분 30초거든요. 1분 30초짜리 숏폼이어도 기억 속에 남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대중이 흥미 없는 분야에 관심을 두는데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너무 궁금해서 ‘내 릴스를 왜 좋아하냐?’는 내용의 릴스를 만들어 업로드한 적이 있어요. 저는 팔로어 수에 비해 ‘좋아요’ 수가, ‘좋아요’ 수에 비해 댓글 수가 많아요. 또 댓글을 보면 한 편의 소설이 남겨져 있죠. 내 릴스를 좋아해주는 게 고마워 모든 댓글에 답글을 달려고 노력해요.
‘띠봉’이라는 팬들의 애칭도 생겼죠.
팬들하고 소통하다가 길거리에서 만나면 암호를 “띠봉”이라고 하기로 했었어요. 릴스를 만들다가 ‘따봉’이라고 쓴다는 게 노안 때문에 실수로 ‘띠봉’이라고 적은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 “세상에 오타를 내다니, 내가 노안이라서 그렇다”고 릴스로 만들어 올렸어요. 작가로 활동했으니까 오타 하나도 용납할 수 없었거든요. 제가 만든 릴스를 보고 팬들은 재미있다고 웃었죠. 이 일을 계기로 ‘띠봉’이 팬들과 나만 아는 우리만의 애칭이 된 거죠. 길을 가다가 “저 띠봉이에요”라고 인사하면 저는 “띠봉~”이라고 답하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엄청 즐거워해요.
인스타그램에는 MZ세대의 활동이 두드러지죠. 그들과 소통하면 어떤가요?
변화무쌍하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린 친구들이 아니에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배우는 게 많고 ‘어떻게 저런 멋진 생각을 하지?’라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해요. 또 어리지만 자신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뚜렷하게 알죠. 온라인에서 다양한 세상을 보고 자란 덕분에 꼭 정해진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학창 시절에 엉뚱한 학생이었거든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어요. 요즘 시대에 더 잘 맞는 타입이죠.
타고난 엉뚱함이 온라인 시대에서 포텐이 터진 게 아닐까요?
세상이 바뀌었죠.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사람을 인정하는 세상이 와서 반가워요. 저처럼 마니악한 취향의 사람을 대중이 환영하는 것을 보면 취향이 다양해진 거죠. 세상이 빠르게 바뀌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오겠지만 젊은 친구들과 함께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면서 사는 법을 찾아야겠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게 있나요?
살아보니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요. 저는 8년 전 시골에 내려오면서 50살에 모든 것을 땅바닥에서 다시 시작했어요. 내가 애걸복걸한다고 계획한 대로 되는 게 아니니 모든 걸 내려놓고 무계획으로 살아요. 제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왜 likeeunsoon67이냐면 67년생 은순이처럼 살아보라는 의미예요. 나이를 먹은 사람들에겐 나이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젊은 사람들에겐 이렇게 나이를 먹은 나도 극복했으니 너희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거든요. 절대로 좌절하지 마라,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김지은(프리랜서) | 사진 : 허은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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