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장애, 반값에 말문 튼다...'언어재활' 문턱 낮춘 두 자매

최태범 기자 2024. 1.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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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윤슬기 언어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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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기 언어발전소 대표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어릴 때 언어를 배운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성인 언어장애'는 주로 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의사소통 장애를 일컫는다.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등 상대방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표현·이해·인지 능력의 장애, 또는 조음기관의 마비·약화·불협응으로 인해 말을 할 때 호흡이나 발성·공명 등의 영역에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해당된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물을 달라'고 하지 못하거나 어떤 질문을 이해할 수 없게 되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불편도 커진다. 이 때문에 의사소통 기능을 재활·치료하는 것은 환자는 물론 가족들의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기존 언어재활의 경우 병원 중심으로 이뤄져 접근성이 낮고 비용도 비싸다. 가족이나 보호자의 참관이 힘들어 경과를 모니터링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비대면 실시간 화상 언어재활 플랫폼'으로 해소하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코이카·언어재활사 출신 자매가 합심

'언어발전소'는 급성 또는 퇴행성 뇌질환을 겪은 성인들의 의사소통 회복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 출신 윤슬기 대표와 종합병원에서 언어재활사로 근무하던 동생 윤사라 이사를 주축으로 팀이 구성됐다.

윤슬기 대표는 "코이카에서 일하는 동안 약자와 소외계층, 양극화를 해소하는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스위스로 공부하러 갔을 때, 그리고 해외봉사단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때 내 마음대로 언어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큰 불편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꾸준한 언어연습이 필요한데도 현실적으로 훈련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동생에게 들었다.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언어발전소는 언어재활과 관련해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초기 상담 △언어 검사 △환자-언어재활사 매칭 △재활 기록 등의 절차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시간·장소 제약 없이 화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언어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초기 검사에서 본격적인 재활 시작까지 최소 5일 소요되던 기간을 하루로 단축했다. 비용은 기존 대비 절반 가까이 낮췄다.

특히 검사 매뉴얼과 재활 기록을 플랫폼에 모아 언어재활사가 바뀌더라도 치료의 일관성 및 신뢰도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플랫폼에 누적된 데이터는 객관적인 경과 분석과 환자 맞춤형 치료를 위한 기반으로 활용된다.

윤 대표는 "원하는 의사소통 수준에 이르기까지 장기 치료가 필요하지만 병원은 비급여라서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언어발전소는 모든 과정을 모듈화해 분업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꿔 직접 만나지 않고 온라인에서도 가능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기존에는 언어재활사 1명이 자신만의 재활 노트를 가졌다면 언어발전소는 환자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플랫폼에 기록된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환자)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올해 커리큘럼·콘텐츠·사업영역 확장

언어발전소의 윤슬기 대표(가운데)와 윤사라 이사(왼쪽 위) 등 언어발전소 팀원 단체사진 /사진=언어발전소 제공
언어재활이 필요한 환자는 언어발전소 플랫폼을 통해 40여명의 검증된 공인 언어재활사를 추천받고,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언어 검사부터 재활·피드백까지 한 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윤 대표는 "환자는 건강이 가장 좋은 일정을 선택하고 가장 잘 맞는 전문가를 추천받는다. 모든 세션 이후 재활 기록이 녹화영상과 함께 제공된다. 보호자는 치료 상황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전문가를 통해 언어 자극을 주는 방법을 모델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은 2021년 2월 출시 후 누적 치료가 지난 10월말 기준 2만회를 넘었다. 그는 "같은 기간으로 계산하면 종합병원 4곳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그렇다고 병원으로 가는 환자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 치료 기회를 온라인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했다.

언어발전소는 언어재활 효과를 가속화하기 위해 올해에는 다양한 커리큘럼과 콘텐츠를 플랫폼에 탑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언어재활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툴을 넓혀 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초중고생 언어재활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한다. 당초 국내 언어재활사의 90%가 모여있는 아동 분야가 아닌 10% 비율의 성인 언어재활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언어재활사에게 배타적이지 않은 친숙한 플랫폼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라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아동 쪽 언어재활은 상당히 소규모로 파편화돼 있다. 성인 쪽은 긴급도가 높으면서도 플레이어가 없기 때문에 진입한 측면이 있고, 언어재활사들에게 우리가 경쟁자가 아닌 '재활을 위해 노력하는 팀'이란 인정을 받기 위해 시작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프리A 투자유치 추진…"치료·재활방식 전환 이룰 것"

언어발전소는 교보문고와 손잡고 다인(多人) 언어치료 세션을 개발해왔다. 당초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을 구상했으나 환자들의 접근이나 사용성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온라인에서 그룹으로 진행할 수 있는 커리큘럼 방식으로 변경해 추진 중이다.

윤 대표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그룹을 구성해 말이 서툴러도 서로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그룹이라면 복직을 위해 필요한 준비, 어떤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지 등을 서로 나누면서 언어재활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어발전소는 2021년 1월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에서 시드투자를 유치한 이후 자체 매출로 사업을 이어왔다. 올해에는 커리큘럼·콘텐츠 및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프리시리즈A 투자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 대표는 "재정·인프라 등의 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이 성공적인 의사소통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플랫폼을 통해 실증한 콘텐츠와 커리큘럼으로 사람이 직접 붙지 않아도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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