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exclusive] ‘엔제 볼’ 포스텍의 철학, “공이 잔디 위에 있을 때 마법이 일어난다”(단독 인터뷰)

정지훈 기자 2024. 1. 2. 0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포투] 그냥 묻히기에 아까운 기사만 모았다. 영국 최고의 풋볼매거진 '포포투'의 독점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전달한다. '별'들의 단독 인터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442.exclusive'를 통해 함께 한다. 기대하시라. [편집자주]


토트넘은 이번 시즌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라인을 올리는 공격 축구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고, 이후에는 손흥민과 제임스 메디슨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통해 득점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공간을 점유하고, 계속해서 찬스를 만들었다.


결과는 최고였다. 개막 후 무패를 이어가며 한 때 리그 선두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첼시와의 경기에서 수비의 핵심인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반 더 벤이 각각 퇴장과 부상으로 빠지면서 무너졌다. 여기에 메디슨, 히샬리송 등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울버햄튼과 아스톤 빌라에 연달아 패배하며 리그 3연패를 기록 했다. 이후 맨시티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후 어느 정도 반전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리그 3연승을 달리며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영국 현지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를 ‘엔제 볼’이라 부르며 주목하고 있다. 이에 의 전술 분석 전문가 아담 클러리가 포스테코글루에게 ‘엔제볼’과 그의 축구 철학에 대해서 물어 봤고, 독점으로 인터뷰를 전한다.


-매주 '엔제볼(Ange Ball)'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엔제볼’이란 것이 실제 존재하는 개념인가, 아니면 그냥 사람들이 말하는 것일 뿐인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닌 매주 우리가 의도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축구 자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좋다. 나는 종종 선수들에게 우리가 매주 훈련하는 것은 마치 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모든 시험에는 어떤 문제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축구 경기도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던져준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원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그 노력 안에는 개인으로서 그리고 단체로서 역할을 잘 하도록 만드는 규율이 있다.


-선수로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개인적 특성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무엇보다 나는 선수들을 단지 경기를 뛰는 개체로만 보지 않고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가진 개인으로 대한다. 특히 이런 높은 수준의 클럽인 경우, 여기에는 세계 각지에서 정상급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특정 선수의 영입이 잘된 거니, 잘못된 거니 이야기 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선수들의 실력이나 역량을 잘못 판단하게 되는 경우는 없다. 단지, 클럽에 잘 맞는 선수인지가 관건인 것이다.


과연 이 선수가 우리 클럽이 지향하는 축구 스타일에 맞는 선수인가? 그것을 충분히 수용 할 수 있는 성격인가? 이런 것을 파악하는 것이 지도자인 나에게는 중요하다. 각 선수는 다른 모두를 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희생정신과 용감한 도전 정신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선수를 영입하게 되었을 때, 사전에 나는 해당 선수와 일정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그 선수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클럽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고 우리 클럽에서 같이 뛰고 싶은 동기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다.


-선수시절 레프트백 포지션으로 활동했다. 만일 다시 선수시절로 돌아가서 엔제 포스테코글루라는 감독을 만난다면 어떻겠는가?


그의 밑에서 훈련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달리기만 하는 훈련을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만 하는 훈련은 축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달리기 실력도 꽤나 좋은 빠른 선수였지만, 훈련 할 때 공도 없이 무작정 달리기 훈련만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때는 하루에도 수 킬로미터씩 달리는 훈련을 했었다. 그게 난 정말 싫었다. 그래서 감독이 된 나는 지금 선수들에게 공 없이 뛰는 훈련은 시키지 않고 있다. 훈련의 모든 것은 공을 다루는 것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훈련하는 시간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레프트백이 아니라 인버티드 풀백이었다면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다. 달리기 싫어하는 나에게 그 포지션은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현재 엔제 포스테코글루라는 선수가 팀에 있다면 어떻게 지도하겠는가?


우리는 빠른 템포와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상대 압박을 많이 한다. 그러므로 체력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높은 동기부여에서 비롯된다. 나는 훈련 방식에 대해서 토를 달 수 없던 시절에 운동했던 사람이다. 오늘 10 km 뛰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무작정 뛰던 세대 사람이다. 내가 선수 시절 만났던 감독님들 중에는 넓은 평지에 우리를 풀어 놓고, 눈으로 볼 수 없는 먼 거리까지 뛰어 갔다 오는 훈련을 좋아했던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지도 방식은 선수들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그들이 훈련 목적을 이해한 상태에서 훈련하는 것이다.


-본인의 축구 철학을 설명할 수 있는 그리스어 ‘Kato i bala’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 줄 수 있나?


그것은 나의 아버지가 항상 내게 해주던 말이다. 그 말의 뜻은 '공을 땅 위에 유지해라'다. 그는 축구에 대한 자신의 철학으로 공이 잔디 위에 있을 때 마법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공을 멀리 차거나 공중으로 띄워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축구는 내 삶에서 의미 있는 모든 것과 연결된 수단이 되어 왔다. 나의 모든 관계는 축구에서 비롯되었고 나의 경력은 축구와 얽혀 있으며 내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 축구다.


매일 훈련 할 수 있는 것이 축복이고 매일 있는 삶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당연시하지 않는다. 나는 축구에서 그전에 미처 달성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이라도 이루고 싶어 노력하고 있으며, 평소 나의 생활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려 하고 있다. 나는 어디서나 선수들에게 이야기할 때 항상 한 가지 생각을 한다. 그것은 내가 말하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이다. 상대의 반응을 얻기 위해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말한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고 알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본인이 목표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현재 토트넘이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하나?


반드시 여기가 아니더라도 나는 평생 그렇게 해왔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데 있어서 한계선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해낸 결과에 대해서 평가를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내가 거쳤던 어떤 클럽이든 다시 돌아가도 환영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클럽에서 최선을 다했고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여기는 그 동안 있어왔던 여러 기회 중 새로운 한 곳이다. 단지, 과거 내가 경험했던 클럽들보다 더 크고 세계적으로 가장 수준 높은 리그에 있고 당연히 대중들의 관심이 더 집중되는 곳일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하는 방식이 다르진 않다. 나는 어디서든 성과를 내왔으며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해 낼 것이다.


-토트넘에서 적응하는 것이 그 전 다른 클럽에서 적응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 아니면 대부분 동일한가?


각 클럽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나는 대부분 똑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 선수, 스태프, 팬, 클럽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나 빨리 그들이 나를 믿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지식과 실력을 갖추고 있어도 사람들이 실제로 공감하거나 믿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것이다. 언제나 그것이 나의 처음과 끝이었다. 처음에 사람들에게 믿음을 준다면 나머지는 다 해결되게 되어 있다.


-토트넘에서 본인을 믿도록 하는 부분에서 어려움 같은 것이 있었나?


감독으로서 새로운 클럽에 들어 갈 때는 항상 클럽이 어떤 실망스런 시기를 거친 직후가 되는 일관된 패턴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새로운 감독에게 그 곳을 덮고 있는 어두운 구름을 걷어 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도 다르지 않았지만, 선수들을 비롯해 클럽의 모든 사람들은 훌륭했다. 첫 날부터 사람들이 나를 따르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대부분 열린 마음으로 나를 맞이했다. 일단 나의 말을 들어 준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좋은 출발점이 생긴 것이다.


-토트넘이 얼마나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과연 스스로 한계선을 둘 필요가 있을까? 내가 27년 전 감독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앞으로 셀틱과 같은 명성 높은 클럽에서 성공하고 난 다음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를 이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 줬다면 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장난해? 무슨 소설 같은 얘기를 하고 있지?’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실제로 그런 자리에 있지 않은가. 아무도 자신의 한계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토트넘이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한계선도 그을 수 없는 것이다.


포포투의 말:한국판 1-2월호에 담겨 있는 엔제 포스테코글루의 독점 콘텐츠 중 일부를 전합니다. 독점 콘텐츠 전체는 포포투 한국판 2024년 1-2월호에 담겨있습니다. 포포투 한국판은 스마트스토어(IF메가스토어: https://smartstore.naver.com/ifmegastore)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 포포투(https://www.fourfourtw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