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남자씨름 간판은 김민재, 2024년은 김병호를 주목하라

이정호 기자 2024. 1. 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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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육대회에서 3년 연속 우승한 김병호. 본인 제공



2023년 한국 씨름은 김민재(영암군민속씨름단)의 해였다. 2024년 모래판에도 샛별이 뜬다. 새해 민속씨름에 데뷔하는 2005년생 김병호(울주군청)가 주목받고 있다.

김병호는 울산강남고 3학년이던 지난해 남자 고등부 장사급 135㎏에서 총 5개 대회에 출전해 4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기대주다. 고교 3년간 전국체전 정상을 놓치지 않을 만큼 또래에서 두각을 보였다.

김병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조금 더 운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 대신)민속씨름에 도전하게 됐다. 부모님께서도 내 선택을 믿어주셨다”며 “마침 불러주는 팀도 있어 큰 물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어릴 적부터 체격조건이 남달랐던 김병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재미로 출전한 교내 씨름대회에서 우승했는데, 김병호의 파워는 이 대회를 위해 학교에 잠시 방문한 씨름부 코치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씨름선수의 길을 걷게 된 김병호는 첫 출전 대회부터 우승하며 남다른 잠재력을 증명했다.

김병호는 어릴 적부터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현재 192㎝, 145㎏의 체격조건을 자랑하는 김병호는 6학년이 됐을 때 키가 이미 170㎝가 넘었고, 체중도 100㎏을 훌쩍 넘어 또래를 압도했다.

씨름계도 일찌감치 김병호를 주목해왔다. 김병호를 영입한 울주군청의 이대진 감독은 “김병호는 울산 출신이라 초등학교 때부터 눈여겨 본 선수”라며 “신체조건이 뛰어날 뿐 아니라 기본기까지 잘 갖췄다.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경기도 공격적올 풀어낸다”고 칭찬했다. 김병호는 기량 뿐 아니라 쓰라린 패배의 순간을 20번이고, 30번이고 돌려보는 ‘독종’이다. 상황을 외울만큼 보면서도 놓친게 없는지 영상을 수없이 본다. 김병호는 “실수를 반복하지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회장기전국장사씨름 대회에서 우승한 김병호. 대한씨름협회 제공



김병호는 민속씨름에서 어린 시절 늘 우러러봤던 김민재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2002년생 김민재는 김병호와 같은 울산 지역 선수로, 울산대 3학년이던 2022년 5월 단오대회 백두급을 제패했다. 그리고 연말 천하장사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만기 인제대 교수 이후 37년 만에 ‘대학생 천하장사’가 됐다. 큰 관심 속에 지난해 민속씨름으로 진출한 김민재는 8개 대회에 출전해 6차례나 우승하며 스타성을 증명했다.

김병호는 3살 위 김민재와 무룡중학교 시절부터 가끔씩 만났다. 그리고 고등학교 1·2학년 때에는 울산대에서 함께 훈련할 기회도 종종 가졌는데, 김병호에게 힘에서 좌절을 경험케 했던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다. 두 선수는 체급이 같다. 김병호는 “민재 형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힘이 쎈 선수”라면서 “제가 지금껏 1등할 수 있었던 것도 민재 형과 훈련하면서 배운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병호는 민속씨름 진출을 앞둔 지난해 11월 위더스제약 2023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서도 자신감을 채웠다. 김병호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천하장사에 등극한 베테랑 김진(증평군청)을 32강전에서 만나 졌지만, 고교 3년 중 최고 성적을 올렸다. 김진은 8강에서 우승후보인 김민재 등을 꺾으면서 우승한 베테랑이다.

김병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만 하더라도 대학교 형들과 경기할 때 진짜 힘들었다. 그렇지만 ‘안된다’ 싶었던게 이제는 조금씩 된다. 김진 장사랑 경기에서도 첫 판을 이긴 뒤 1-2로 졌다. 졌지만 ‘할 수 있다’, ‘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당장 김민재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김민재와 경쟁하며 한국 씨름을 이끌 재목으로 평가된다. 이대진 감독은 “이번 동계훈련을 잘 마치고, 부상만 없다면 데뷔 시즌에 다크호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김병호가 경험을 채우고 상체 약점 등을 보완하면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될 것”이라면서 “김민재와는 당장 비교할 레벨은 아니지만, 시합장에서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나 역시 흥미롭게 지켜보는 부분”이라고 큰 기대를 품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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