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도주=바이오'는 옛말? 시가총액 상위사 줄줄이 코스피行
알테오젠, 시총 Top10 내 유일한 코스닥 잔류…주도업종 입지 약화 우려
투자업계 "시장 구분 아닌 업종 관점으로 보면 이득…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대거 코스피로 이동한다. 이에 바이오 업종의 코스닥 주도주 무게감이 한층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주요 기업들이 보다 큰 시장에서 우호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성 시장 내 영향력 약화보단 업종 성장에 따른 선순환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HLB, 셀트리온제약 등은 내년부터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거나 더이상 코스닥에서 거래되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기업들은 지난달 28일 종가기준 코스닥 시총 10위 내 위치한 종목들이다.
코스닥 시총 3위(12조4800억원)로 올해 장을 마감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의 합병에 의한 주식 병합에 따라 거래정지 상태다. 이미 지난달 28일 셀트리온그룹의 이사회 결의를 통해 통합 셀트리온(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이 출범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에 흡수합병되는 소멸회사로, 회사 주권은 별도의 거래재개 없이 오는 12일 합병 신주로 다시 상장될 예정이다.
시총 8위(3조6500억원)인 셀트리온제약 역시 셀트리온그룹 상장 3사 통합 계획에 따라 올해 코스닥 시장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양사 합병 이후 6개월 내 통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추가 합병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약속을 연내 완료하며 지켜낸 만큼, 셀트리온제약 역시 흡수합병될 전망이다.
HLB(시총 6위, 6조5600억원)는 지난달 2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 조건부 상장 폐지와 코스피 이전상장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코스닥에 상장 폐지 신청서를 내고 코스피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력 파이프라인인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허가 확장을 자신하는 가운데 코스피 시장에서 더 안정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현재 코스닥 시총 10위 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알테오젠(7위, 5조1400억원)이 유일하게 코스닥에 잔류하게 된다. 알테오젠 역시 최근 수년간 꾸준히 코스닥 시총 상위권을 지켜온 기업이지만, 아직 이전상장 계획은 없는 상태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당분간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제형변경 플랫폼 기술이전과 다른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과제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코스닥 시장에서 꾸준히 주도주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코로나19로 업종 기대감이 커졌던 2020년엔 시총 1~5위까지 모두 바이오 기업의 차지였다. 이듬해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HLB, 알테오젠 등이 톱10을 지켰고, 2022년에도 알테오젠(15위)을 제외한 3개사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기업의 대거 코스피 이전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가뜩이나 올해 뜨거웠던 이차전지주 인기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오랜기간 지켜온 선두를 내준 이후 대형사의 공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구분없이 업종 자체만 놓고봤을 땐 오히려 호재로 봐야 한다는 시선에 힘이 실린다. 코스닥 시총 상위 바이오 기업들이 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장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요 기업들의 외형 확대는 물론, 안정감을 더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기 용이하다. 지난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 한 7개사 중 4개사(이노진, 프로테옴텍, 에스엘에스바이오, 유투바이오)가 바이오 기업이란 점도 업종 성장에 따른 선순환 구도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아닌 제약·바이오 업종을 놓고 봤을 땐 주요 기업들의 변동성이 줄고 안정성이 커져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는 셈"이라며 "통합 셀트리온만 놓고 봐도 시총 40조원 규모의 초대형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각 기업이 성장하고 우량해짐에 따라 소속 그룹을 이동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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