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아이콘’ 약속한 거대한 용 “이글스파크 마지막, 가을 야구로 화려하게”[신년인터뷰]

윤세호 2024. 1. 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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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이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에서 개최된 ‘2023 올해의 상’ 시상식장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믿음이 확신으로, 확신은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소속팀은 물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에는 더 높고 화려한 비상을 꿈꾼다. 이미 포스트시즌과 프리미어12로 머릿속이 가득 찬 한화 노시환(24)이다.

기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참 많은 이가 고대한 새로운 우타 거포 탄생이다. 이전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과 이별했고, 슬럼프 기간에도 굳건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처음으로 풀시즌을 소화하면서도 두 번의 국제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리그 유일 30홈런 타자이자 향후 10년을 책임질 대표팀 4번 타자로 우뚝 솟았다. 유망주 꼬리표를 지우고 단숨에 최고로 올라섰다.

한화 노시환이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특별한 비결은 없다. 루틴과 믿음을 움켜쥐면서 더할 나위 없는 도약을 이뤘다. 노시환은 “(채)은성 선배님이 오시면서 처음으로 날을 정해놓고 운동했다. 이때부터 루틴을 지켰더니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 최원호 감독님과 트레이닝 파트도 철저히 관리해주셨다. 주위 분들의 도움 덕분에 처음으로 시즌을 완주했다”고 2023년을 돌아봤다.

마라톤을 완주하자 홈런왕과 골든글러브가 찾아왔다. 31홈런으로 2023시즌 홈런 부문 1위에 올랐고 최정을 넘어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5월 첫 8경기에서 홈런 6개를 터뜨린 후 징크스에 빠졌으나 무너지지 않았다. 슬럼프 속에서도 안타 한 개가 아닌 장타를 바라보며 자신의 길을 걸었다.

“내 방향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안 될 때가 있어도 꾸준히 가자고 마음먹었다”며 5월13일 문학 SSG전부터 24일 대전 KIA전까지 43연속타수 무안타 시점을 돌아본 그는 “슬럼프가 길었지만 또 실수할 수 없었다. 당시 폼을 바꾸고 변화를 시도했다면 안타는 더 빨리 나왔을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다. 급해서 계속 바꾸다가 흔들렸다. 이번에는 어릴 때부터 꿈이던 홈런 타자를 향한 방향을 잃지 않기로 했다. 안타가 안 나온다고 폼을 바꾸면 결국에는 삼진만 피하려는 어중간한 스윙을 한다. 홈런 6개밖에 치지 못한 2022년 내 모습이 딱 그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 노시환이 ‘2023 올해의 상’ 시상식장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슴에 품고 타석에 늘 과감하게 임해 우상인 이대호(42·전 롯데)보다 먼저 30개가 넘는 아치를 그렸다. 이대호가 만 28세, 입단 10년차에 이룬 30홈런 고지를 만 23세 5년차에 올라섰다.

노시환은 “만약 슬럼프 기간 폼을 바꾸고 안타를 쳤다면 절대 홈런을 많이 치지 못했을 것이다. 장타에 집중하며 좋든 아니든 나를 과감히 믿은 결과다. 사실 이렇게 빨리 홈런왕이 될 줄 몰랐다. 2023년은 내 믿음에 대한 확신을 얻은 해”라고 미소 지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대표팀 중심 타자로서 두 대회 모두 정상에 도전했다. AG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APBC에서는 준우승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B조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중월 2루타를 뽑아내고 있는 노시환. 항저우 | 연합뉴스


결과는 좋았지만, 과정을 가슴에 새겼다. 대만 린위밍, 일본 스미다 지히로와 같은 특급 왼손투수와 대결을 복기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AG 6경기 타율 0.438 OPS 1.140, APBC 4경기 타율 0.389 OPS 0.921 활약은 지난 일이 됐다.

“처음 태극 마크를 단 대회에서 금메달까지 땄다. 우승해서 정말 기뻤는데 좋은 투수들과 만난 기억이 더 강하게 남는다. 세상에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일본과 대만 특급 영건과 맞붙은 순간을 돌아본 노시환은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아직 대표팀 선수로 표본이 적지 않나. 그래도 계속 기회를 주시면 책임감을 갖고 잘할 자신이 있다. 스미다 선수에게 너무 당했다. 결승전에서는 일본에 승부치기 끝에 졌다. 하지만 치열하게 싸우면서 많이 배웠다. 프리미어12에서 다시 붙고 싶다. 그때는 정말 복수하고 싶다”고 2024년 11월 도쿄돔에서 열리는 다음 국제대회를 응시했다.

한화 노시환이 잠실 LG전 6회초 투런포로 시즌 30홈런을 기록한 후 더그아웃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최종 목표는 메이저리그(ML)다. 급하게 이룰 마음은 없다. 소속팀 한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더 크고 깊게 새기는 게 먼저다.

노시환은 “일단 한국에서 최고 자리를 꾸준히 지키는 게 중요하다. ‘홈런’하면 내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잘하고 싶다. 그때가 되면 큰 무대에 도전할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 “2024년은 가을 야구가 먼저다.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르는 마지막 시즌을 그냥 보낼 수 없다. 멋지고 화려한 마무리를 해야 한다. 가을 야구로 우리 팬과 함께 이글스파크 마지막 경기를 장식할 것”이라고 새해 목표를 밝혔다.

몇 년 전까지는 잠룡(潛龍)이었다. 그러나 용의 해를 앞두고 멋지게 승천했다. 2024년 자신의 해를 맞아 새로운 시대를 만든다. 확신을 얻었기에 충분히 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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