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찾기 답보, 국가 책임은 묻지 못했다[세월호 10주기]<중>

이영주 기자 2024. 1.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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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조위 방해·증거 은폐 등 사실로…침몰원인 결론 못 내
朴정부 인사·해경 지휘부 잇단 면죄…"성역 없는 조사를"
[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9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주변 세월호 참사 해역을 찾은 유가족들이 참사 자리에 세워진 부표를 향해 국화를 던지고 있다. 2023.04.09.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세월호 침몰 이후 9년간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필요한 조사·수사가 꾸준히 펼쳐졌지만 진실 찾기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참사 직후 위기에 내몰린 정부 차원의 방해·은폐 공작에 선체 인양·조사까지 늦어지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진실 퍼즐이 온전히 맞춰지지 않으면서 구조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정부 고위인사·해경 지휘부는 법적 처벌을 면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시도는 2015년 1월 1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꾸려지면서 첫발을 뗐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출범한 특조위는 같은 해 8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6월까지 활동했다.

특조위는 침몰 전후 해경 구조 작전의 문제점을 밝혀내기도 했지만 활동 기간 내내 당시 박근혜 정부의 압박에 시달렸다. 심지어 정부는 활동 기간에 대한 일방 해석으로 특조위를 강제 해산, 중간 보고서만 펴냈다. 해산 이후에는 청와대와 해양수산부 등의 조직적 방해 전모가 드러났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4.16세월호 참사가족협의회, 4.16연대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사참위 활동종료와 종합보고서 발간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9.06. kch0523@newsis.com

2017년부터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진상 규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사고 원인을 주로 검증했다. 검찰은 무리한 구조 변경·과적 탓에 선체가 기운 직후 복원성이 좋지 않았고, 조타수 운항 미숙으로 균형을 잃고 침몰했다고 결론 내렸다.

선체 기계 결함 사실도 새롭게 밝혀냈지만 침몰 원인에 대해선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한 채 이듬해 활동을 마쳤다.

2020년 출범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앞선 참사 조사 내용을 종합했다. 또 박근혜 정부 당시 참사를 덮으려는 방해 공작의 내막을 살펴봤다.

특히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벌어진 이른바 '세월호 문건 파기 사건' 등 조직적인 정부 차원 진상규명 방해, 유가족 사찰, 특조위 강제 해산 경위 등도 밝혀냈다.

그러나 가장 핵심인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론에 그쳤다. 사참위는 '외력이 침몰의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선체가 해저에 가라앉아 있는 동안 증거가 훼손·유실돼 다른 해석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침몰 원인 제시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난해 6월 활동을 마쳤다.

[목포=뉴시스] 이영주 기자 = 세월호 유가족들이 9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앞에서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3.04.09. leeyj2578@newsis.com

진상 규명이 벽에 부딪히면서 참사 책임자 처벌 역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승객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선장·항해사·조타수, 불법 구조 변경·화물 과적에 연루된 선사 대표 등은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결국 구조 실패와 진상규명 방해까지 자행한 정부 인사들은 대부분 형사 처벌을 피했다.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 정부 관계자는 해경 123정장 단 한 사람에 그쳤다. 그는 최초 사고해역에 도착한 직후 구조 활동에 소홀히 했다는 점이 인정돼 3년간 복역한 뒤 만기 출소했다.

반면 해경 지휘부는 면죄부를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해경 전 지휘부 11명의 모든 상고에 대해 기각,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 등은 참사 당일 최대한 인명을 구해야 하지만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 세월호 승객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당시 지휘부가 승객들이 침몰 직전까지 선내에 대기 중이라는 상황을 알기 어려운 점 등을 선고 이유로 들었다. 해경 조직 차원의 보호조치 미흡은 인정되지만 지휘 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이러한 판결에 참사 유족들은 '궤변 같은 판결', '면죄부를 줬다', '몇 명이 죽어야 죄가 되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퇴선 명령 관련 허위 자료 작성을 연루한 전직 목포해경서장·경비함장이 집행유예를 받긴 했지만, 구조 실패의 형사 책임은 면피했다.

[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시민이 참사 해역을 바라보고 있다. 2023.04.16. leeyj2578@newsis.com

이 밖에 조사기관의 독립성·중립성을 침해하는 등 진상 규명을 방해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해양수산부 등 주요 고위급 인사들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다.

온전한 진상규명 요구에 힘을 실어 온 장헌권 광주기독교회협의회 인권위원장은 2일 "국회 동의가 필요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려 했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 진상규명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정파 싸움에 무산된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사참위가 정부에 '피해자 사찰·특조위 조사 방해 행위는 추가 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며 "유족들이 원한다.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아직 미처 밝히지 못한 진상을 성역 없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10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사고 해역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저앉거나 주먹을 강하게 쥐며 세월호 참사 자리에 세워진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2022.04.10. leeyj2578@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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