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 1년 만에 78% 감소…2024년 무역수지 전망은?
2023년 무역수지 적자가 약 100억 달러(12조9,000억 원)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적자지만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2022년과 비교하면 78%나 줄었다. 반도체 단가가 회복하고 미국 시장이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의 빈자리를 채워준 영향이 컸다. 반도체와 미국이 올해에도 제 역할을 해주면 무역수지 흑자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다만 대중국 수출 비중이 워낙 컸던 탓에 미국만으로는 예전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역수지 99억7,000만 달러 기록...12월 수출·흑자·반도체 수출 '트리플 신기록'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2022년보다 7.4% 감소한 6,326억9,000만 달러(821조8,643억 원) 수입은 12.1% 감소한 6,426억7,000만 달러(834조8,283억 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99억7,000만 달러(12조 9,510억원) 적자였다. 2022년 472억 달러와 비교하면 적자 액수는 78%나 줄었다.
지난해 수출입 실적은 하반기부터 되살아났고 12월에는 월별 기준 '수출·흑자·반도체 수출' 규모 모두 최대를 찍은 '트리플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1% 상승한 576억 6,000만 달러(74조9,003억 원)로 집계됐다. 13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선 이후 3개월째 플러스를 이어간 것이다. 무역수지는 44억8,000만 달러(5조8,195억 원)로 7개월 연속 흑자였다.
수출 반등 배경엔...①반도체 업황 개선 ②미국 수출 증가
수출이 반등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자동차·선박이 큰 성장을 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자동차는 지난달 수출이 17.9% 늘어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고 선박 수출은 47.2% 증가해 5개월 연속 늘었다. 디스플레이, 석유 화학, 바이오 헬스 품목도 수출이 연속 증가세다.
'수출 대표 선수' 반도체도 힘을 내 지난해 최대 실적인 100억 달러를 넘었다. 지금껏 반도체 수출은 물량은 늘었지만 고품질 반도체 경쟁에 밀려난 한국산 반도체 단가가 싸지는 바람에 수출액 자체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고정 가격이 3분기 저점을 찍은 뒤 감산 효과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對)중국 수출의 감소를 미국 수출 시장으로 어느 정도 대체된 점도 한몫했다. 중국이 원자재 및 중간재 모두 스스로 수급하면서 수출이 19.9%나 줄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증가했다. 특히 미국 수출은 친환경 산업 및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치인 1,157억 달러를 기록,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아세안(ASEAN)을 제치고 2위 수출시장이 됐다. 1위 시장인 중국과 수출 비중 차이도 2003년 이후 최소인 1.4%포인트로 좁혀졌다.
올해에도 수출 증가 분위기 이어질 듯...미국의 중국 완전 대체는 쉽지 않아
산업부와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출 업황 개선 △미국 수출 증가 등이 올해에도 이어지면 무역 수지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시장 수출 하락으로 그 한계도 뚜렷하다는 점도 짚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수출 회복으로 수출이 우상향할 것이란 동력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미국 수출은 경제 성장률 1%대 예상과 관계없이 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 등에 힘입어 증가세를 유지해 새해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수출액 규모는 과거 대(對)중국 수출액이 워낙 커서 미국 시장만으로는 예전 같은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장 실장은 중국발 수입 제품의 증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테슬라, 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공장 생산 판매 전략 때문에 중국서 만든 물건이 한국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미국 수출이 늘어도 중국에서 넘어오는 값싼 수입품이 늘면 그만큼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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