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글로벌 분쟁까지… 위기의 기업 "규제 완화라도 먼저"

김문수 기자 2024. 1. 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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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2024 재계 경영진단]①경기침체에도 설비투자 늘린다… 가장 큰 투자 리스크는 '고금리'

[편집자주]2024년 청룡의 해,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가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상황에다 글로벌 경제 여건이 만만치 않다. 전쟁 등 국제 정세도 여전히 불안하다. 국내 주요 기업의 새해 경영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국내외 경제 기관들이 예측하는 2024년 전망은 어둡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경제금융의 중심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3高에 글로벌 분쟁까지… 위기의 기업 "규제 완화라도 먼저"
②유통가, 고금리 압박에도 신사업 투자 의지 'UP'
③"국내보다는 해외" 식품업계, 글로벌서 승부 건다
④K-패션·K-뷰티, 소비침체 속 생존전략은
⑤"2024년 더 어렵다"… 제약·바이오 선택은 '파트너'

국내외 경제 기관들이 예측하는 2024년 전망은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1%포인트(p) 낮은 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2%p 내려간 2.7%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하향 조정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를 예고했다. 잇따른 전쟁 발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있고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내수 침체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 제품·서비스와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다.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 등 투자 관련 기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08개 기업 중 60% "설비 투자 규모 확대"


국내 주요 기업 108개사의 60%가 2024년도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방침(복수 응답)으로 제품 및 서비스, 또는 설비투자 확대를 꼽았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머니S가 국내 주요 기업 10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도 경영전략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경영 방침(복수응답)으로 60%가 ▲'제품 및 서비스, 또는 설비투자 확대'를 꼽았다. 기업들이 두 번째로 선택한 경영 방침은 ▲'원가구조 개선'(55%)이었으며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29.1%) ▲'금융리스크 관리 강화'(24.5%) ▲'신규 사업 진출(24.5%) 등을 꼽았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인력 재배치'(구조조정)을 꼽은 기업은 2.7%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최우선 경영 방침으로 제품 및 서비스, 또는 설비투자 확대를 선택한 것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도 미래 대비를 위한 투자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주요 그룹들은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에도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역대 최대규모의 미국 투자(22조원)로 텍사스에 테일러 파운드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년간 반도체 부문 적자 장기화에도 투자를 계속하면서 현금 보유액은 33조3000억원 감소했다. 2023년 시설투자액만 역대 최대인 53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SK그룹 역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미래성장동력으로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를 꼽고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올해에도 이들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실적 기대감↑… 법인세 등 규제 완화 한목소리


'108개 기업이 9~24% 법인세 추가 인하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업이 생각하는 올해 투자 리스크 요인은 ▲'고금리'(40.9%) ▲'국내 경기 악화'(19.1%) ▲'고환율'(19.0%)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전 등 글로벌 분쟁'(19.0%) ▲'고물가'(17.2%) 순이었다.

경기 침체 속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작년과 비슷할 것이다'라는 답변이 37.2%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 이상 증가'(24.5%) ▲'10% 미만 증가'(20.0%) ▲'10% 미만 감소'(7.2%) ▲'10% 이하 감소'(2.7%) ▲'기타'(1.8%) 순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우세한 것은 해외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기업들은 해외 사업 실적 전망과 관련해 ▲'10% 이상 증가'(33.0%)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으로 ▲'작년과 비슷할 것이다'(26.3%)를 꼽는 등 해외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외사업 집중 공략 국가는 ▲'미국'이 40.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남아시아'(26.3%) ▲'유럽'(25.4%) ▲'중국'(18.1%) ▲'기타'(16.3%) ▲'일본'(9.1%) 순이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미래 시장 대비를 위한 투자 확대가 이뤄지려면 기업을 옥죄는 개혁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9~24% 법인세 추가 인하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절반 이상(53.6%)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모르겠다'는 28.1%였고 ▲'필요없다'는 1.8%에 그쳤다.

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점은 ▲법인세 인하 등 정책적 지원 ▲기업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제도의 현실화 ▲중대 재해 처벌법·특허 규제 등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규제 완화 ▲시장 자율성 확보 등이 꼽혔다.

경제단체는 정부에 기업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해 11월 말 '글로벌 스탠더드 규제개선 공동 건의집'을 발간해 각 부처와 국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건의집에는 국내 법인세가 4단계의 복잡한 과표 구간을 유지한 점을 언급하며 법인세를 재분배 정책 수단으로 삼는 것을 지양하고 주요국 수준에 부합하게 개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추광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투자심리를 확실히 반전시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는 한편 기업들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 및 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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