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대만, 中 침공 대비 ICC 가입 검토"

정부·법조계 등 고위급 차원 논의
전범 체포영장 발부 요청 등 가능
중국의 무력 통일 의지 차단 효과

대만이 중국의 침공 위협 등에 대응해 국제형사재판소(ICC)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지만, 국제사회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빌미로 대만의 가입 시도를 강력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가디언은 오는 13일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 정부와 법조계 등 고위급 차원에서 ICC 가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난해 12월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 군인들이 타이베이 자유광장 국기게양대에서 국기를 내리는 모습. AP연합뉴스

ICC는 국제사회에서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로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 외교회의 때 채택한 규정(로마 규정)에 따라 2002년 설립됐다.

대만이 ICC 회원국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는 로마 규정에 서명하고 비준하거나, 대만 총통이 영토에 대한 ICC 관할권 수락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 등이 있다. 가디언은 이에 대해 대만이 유엔 회원국이 아니고 ICC 역시 대만의 일방 선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는 불확실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동시에 가디언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전략에 대응해 추진되는 대만의 ICC 참여는 이 나라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이 ICC에 가입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대한 전쟁 행위나 전쟁 범죄를 명령 또는 지휘한 경우 조사와 체포영장 발부 등을 요청할 수 있어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의지를 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본부 외부 전경. AP연합뉴스

전쟁 범죄 등으로 ICC에 기소되면 국제사회에서 시 주석의 영향력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전쟁 범죄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떨어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후 ICC 회원국 방문을 하지 못하는 게 좋은 사례다.

국제변호사인 케빈 창 대만 국립정치대학 교수는 “(대만이 ICC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는) 대만을 공격하려는 결정을 막을 수는 없다”며 “하지만 세계에서 리더십을 주장하는 중국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