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없으면 방패로 때리는 SK…마네킹? 에너자이저!
서울 SK는 12월을 기점으로 전력이 궤도에 올라섰다. 1일 서울 삼성을 상대로 치른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서도 80-76으로 승, 올 시즌 최다인 8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2위를 지켰다.
11월까지 기복을 보였던 SK는 12월에 치른 11경기에서 9승 2패를 기록하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원동력은 단연 수비였다. SK는 12월에 평균 72.9실점을 기록, 월간 최소 실점 1위에 올랐다. 2위 창원 LG(79.1실점)에 비해 6실점 이상 적은 수치다. 평균 득점은 80.6점으로 7위였지만, 득실점 마진은 7.7점에 달했다.
전희철 감독은 “12월 들어 수비 집중력이 높아졌다. 실점과 실책이 줄어든 반면, 스틸과 속공은 많아졌다. 포워드, 빅맨 등 상대 외국선수 유형에 따라 수비할 때 포인트가 다른데 그 부분이 잘 숙지됐다. 막연히 수비만 하면 재미를 못 느낄 텐데 수비 성공이 스틸, 속공으로 이어지니 자밀 워니도 점점 수비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전희철 감독은 이어 “SK가 칼 대신 방패라니…. 칼은 워니 뿐이다. (김)선형이와 (오)세근이는 2라운드까지 많은 출전시간에 비해 야투율은 낮았다. 그래서 KCC전(12월 2일)을 기점으로 조합을 바꿔 수비에 무게를 뒀다. 창이나 칼은 없지만 방패는 있다(웃음)”라고 덧붙였다.
전희철 감독이 이와 같은 변화를 택한 건 김선형의 수비 부담을 덜어줄 자원이 2명이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재현은 1대1 수비와 속공 가담에 능하다. 최원혁은 지역방어 이해도가 높은 가운데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이들 모두 수비5걸 수상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원혁은 23경기 평균 21분 29초 동안 4점 3점슛 0.8개(성공률 37.5%) 3.2리바운드 1.2스틸을 기록했다. 최원혁 역시 모두 커리어하이에 해당하며, 매 시즌 30%대였던 야투 성공률이 올 시즌은 45.1%를 기록 중이다.
“선형이, (최)원혁이, (오)재현이 모두 비슷한 출전시간을 소화해도 무리가 없어 조합을 구성하기 좋다”라는 게 전희철 감독의 설명이다. 김선형은 26경기에서 평균 25분 13초를 소화했다.
팀 컬러를 다양하게 만들어준다는 것도 최원혁, 오재현의 강점이다. 전희철 감독은 “원혁이는 팀에 진짜 많은 에너지를 준다. 압박수비는 기본이고,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각지도 않은 공격권을 가져올 때가 있다. 리바운드에 가담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실책을 유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현이는 1대1 수비를 통한 스틸이 강점이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자신감이 살아나며 야투 성공률 역시 좋아졌다. 덕분에 팀도 공수에서 안정감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1일 맞대결한 김효범 삼성 감독대행 역시 “워니 수비를 집중적으로 한 건 오재현, 최원혁의 슛이 약해서가 아니다. 이들 모두 노력을 통해 슛이 굉장히 좋아졌지만, 내외곽을 다 막을 순 없어서 극단적인 수비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4강에서 맞붙은 이관희(LG)는 최원혁, 오재현, 최성원(현 정관장)을 마네킹이라 표현하며 도발했다. 이관희가 가진 캐릭터, 플레이오프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일어날 법한 신경전이었다. 마네킹이라 불렸던 이들은 실력으로 보여줬다. SK가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데에 기여했다.
칼의 위력이 줄어들었으면 어떠한가. 기사단은 방패를 공격 수단으로도 활용하며 2위까지 꿰찼다. 전희철 감독 역시 “원혁이와 재현이가 팀에 가져다주는 에너지의 느낌이 다르지만, 둘 다 에너자이저인 것은 맞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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