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태영發 연쇄부도설’ 차단했지만, 시장은 ‘다음 누구냐’ 초긴장

조은임 기자 2024. 1.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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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당시 ‘연쇄 부도’ 떠올려
정부 “태영건설만의 배경” 선그었지만
”주택·지방 사업장 비중 높은 곳 우려”

“태영건설은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의 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도 과도한 점 등 특유의 문제로 어려움이 커진 만큼 건설업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 곤란하다.”(지난달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직후 열린 정부부처 합동 설명회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시장의 불안감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태영건설에 많은 돈을 대출해준 금융사들을 포함해 그 여파가 퍼질 것이란 불안심리를 막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당장 금융·건설업계에서는 ‘다음 타자가 누구가 될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들이 ‘연쇄 부도’를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 28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응방안 논의를 마친 후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28일 열린 합동설명회에서 발표에 나선 정부관계자들은 이번 워크아웃 사태를 태영건설 만의 특정 원인으로 설명하는 데 힘을 쏟았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태영건설의 어떤 특수한 사항이고 시장 전체적으로 불안이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와 저금리 시대에 태영건설이 외형을 많이 늘렸는데 글로벌 긴축과 금리 인상기에 PF사업장의 사업성이 떨어지니까 이 분야에 유동성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 “다른 건설사들은 통상 도급계약만 하는데 여기(태영건설)는 자체 시행을 많이 했다” 등의 언급을 했다.

하지만 자금시장과 건설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속속 태영건설 및 건설업체들의 PF 보증 규모를 산출해 발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이 시행을 맡은 부동산 개발 사업 익스포저는 1조60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2금융권에 대해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건전성 저하와 수익성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6월말 기준 한국신용평가사(KIS) 투자등급 보유 국내 건설사 15곳의 PF 보증규모를 27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0년(16조2000억원) 대비 72% 급증한 규모다. 이 중에서 리스크가 높은 미착공 도급사업장에 해당하는 보증 금액이 45%인 1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6위에 해당하는 중견 건설사인 만큼 이번 워크아웃 결정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100~300위권의 시공사들의 워크아웃 결정은 리스크가 확산되지 않았지만, 태영건설의 규모를 고려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PF 구조의 특성상 돈을 내주는 금융사는 대부분 건설사에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데, 이는 언제든 건설사의 우발채무로 잡힐 수 있다. 워크아웃으로 시장 분위기가 경색되면서 금융사가 회수에 나서거나 만기연장을 거부하는 상황이 속속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PF 시장은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만기연장이 안 되고 회수가 누적되면서 다수의 브릿지론은 사업성이 훼손됐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당장 다음 워크아웃 순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적으로 올 상반기 중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들이 입에 오르내린다. 오는 2월 말까지 롯데건설과 SK에코플랜트, 한화건설,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의 총 1조4200억원어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건설사들도 손에 꼽힌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2일 GS건설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0로, 동부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0으로 내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미수금 등에 대한 대손인식 등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10위권 내 건설사들은 자금여력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서도 “주택비중이 높은 건설사, 지방에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들은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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