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대론] ③청년 ‘몰빵’ 부동산 정책에 고개 드는 세대 갈등… “정책 세분화 필요”
MZ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이 됐다. 정부의 정책금융 상품 지원에 힘을 얻은 영향이다. 반면 기성세대의 부동산 구매는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대출 혜택 등이 청년들에게 집중되다 보니,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생애주기별·세대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에서 세대별 특성은 무엇인지,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0.78명.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정부는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며 추락 중인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지원 정책은 그 중에서도 1순위로 고려된다. 2030세대가 결혼과 출산, 육아를 꺼리는 첫 번째 요인이 ‘집’이기 때문이다.
실제 청약제도나 대출 지원 등 부동산 관련 정책 대부분이 젊은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례로 새해부터 적용되는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산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위한 부동산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모든 정책에는 ‘반대 급부’가 있기 마련이지만, 특정 계층에만 쏠린 정책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령대별 특성에 맞춘 세분화한 주택 지원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더해 기록적인 저출산 여파로 정부의 부동산 지원 정책은 청년층에 타깃을 두고 있다. 신생아특례대출은 무주택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2년 내에 출산 또는 입양한 무주택 세대주가 집값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최근 고금리 상황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 기준도 확 넓혔다. 부부 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순자산 4억6900만원 이하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청년 내 집 마련 123 주거지원 프로그램도 대표적 사례다. 청년 전용 청약통장을 통해 청년층에 분양가의 80%까지 연 2%대 고정금리로 자금을 빌려준다. 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결혼을 하면 0.1%p, 최초 출산 시 0.5%p, 자녀를 출산할 때마다 0.2%p씩 더 낮아진다.
일각에선 이 같은 혜택이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빚 내서 집 사기’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신생아 특례대출 역시 다른 정책 모기지와 마찬가지로 DSR(총부채상환비율)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년 집값에 상승 압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중·장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던 사례가 있었다. 작년 9월, 정부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나이제한을 두려 했다가 중·장년층의 반발을 샀다.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담대가 꼽히자 금융당국이 ‘만 34세 이하 청년’으로 가입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이에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초장기 주담대에 한해 일괄적으로 가입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주담대 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상환 기간은 7년 정도로 짧은데, 나이와 만기를 연관 지어 젊은층만 이용토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대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정무위원회)에 제출한 ‘50년 만기 정책금융 주택담보대출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한 40대 이상 매수자는 1007건에 달했다. 30대 이하(8570건)와 비교하면 적은 편이지만, 정책 실행 초기 연령 제한 방침 발표 등으로 이용하지 않은 중·장년층, 노년층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현재 무주택 중장년층과 실버세대에 대한 부동산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면서 “특히 노년층의 주거정책은 임대 등 임시방편 대책에만 집중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주택 중장년층에게는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줘야 한다”며 “직주근접이 필요한 젊은층에게는 도심 재건축을 중심으로, 교외에서 쾌적한 주거환경이 필요한 중·장·노년층에게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혜택을 주는 등 세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청년에 집중된 부동산 지원책이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다. 수혜를 받는 쪽이 있으면 그 반대도 있기 마련”이라면서 “국가의 미래를 보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저출산 상황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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