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커머스 2024]① “웃다가 지갑 열었네”... 대놓고 한 ‘앞광고’에 2600만 몰렸다
조회수가 곧 매출... 가격 흥정 유튜브 예능 ‘네고왕’ 인기
판매 끝나도 콘텐츠는 살아남아... 마케팅·홍보 효과는 덤
[편집자 주] 콘텐츠 커머스가 유통업계 성공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콘텐츠 커머스란 웹 예능이나 토크쇼 같은 디지털 콘텐츠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거래 요소를 결합한 것으로,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이 활성화하고 재미와 스토리를 소비하는 경향이 맞물리며 부상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신년을 맞아 유통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콘텐츠 커머스를 조명하고 성공 조건을 모색한다.
“깎아주세요!”
2020년 출범한 유튜브 콘텐츠 ‘네고왕’은 제목 그대로 물건값을 깎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치킨·화장품·의류·호텔 등 특정 브랜드의 대표나 협상력이 있는 인물을 찾아가 가격을 흥정하고, 실제 그 값에 판매하게 한다. 첫 회로 나온 BBQ의 경우 진행자 황광희와 윤홍근 BBQ 회장이 치킨을 한 달간 7000원 할인해 주는 협상을 맺었다. 해당 주말 BBQ의 매출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고, 자사 멤버십 고객 수도 3일간 29만 명이 늘었다.
콘텐츠 커머스(Contents Commerce)가 유통업계의 성공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콘텐츠 커머스란 웹 예능이나 토크 쇼와 같은 영상 콘텐츠에 상품 소개나 구매처 연결 등의 쇼핑 요소를 결합해 수익을 내는 상거래 방식이다. 노골적으로 상품 판매만을 강조하는 방송 판매(라이브 커머스)와 달리, 콘텐츠에 더 주력해 ‘물건을 사야 한다’는 강박감 없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쇼핑까지 이어지게 만든다.
◇조회수가 곧 매출... 콘텐츠 커머스가 뜬다
국내에서 콘텐츠 커머스의 가능성을 보인 것은 달라스튜디오가 제작한 유튜브 콘텐츠 ‘네고왕’이다. 당시 인플루언서(인터넷 유명인)들이 광고임을 표기하지 않고 상품을 소개하는 ‘뒷광고’가 문제가 되었는데, 아예 기업을 상대로 대놓고 가격을 흥정하는 과정을 그린 ‘앞광고’ 형태의 콘텐츠를 내놔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로 재래시장에서도 흥정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던 시기, 대신 물건 값을 깎아주고 싸게 살 기회를 주는 ‘네고왕’은 고객에겐 재미와 알뜰 쇼핑의 기회를, 기업에겐 홍보와 매출 효과를 안겼다는 평을 얻었다. 현재 ‘시즌 6′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영향력 있는 개인(인플루언서)이나 영상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커머스를 시도하는 사례도 많다. 패션이나 화장품 콘텐츠에 조예가 있는 개인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 플랫폼에서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판매하는 식이다.
해외에선 SNS 플랫폼과 전자상거래(이커머스)를 결합한 상거래를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라고 칭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는 1조32530억 달러(약 1672조원)로 전년 대비 약 31%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6년에는 시장 규모가 2조9000억 달러(약 37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소셜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이(e)마케터는 2021년 미국 성인의 절반가량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상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쇼핑 키우는 구글, 카페24에 260억 투자
최근 세계 최대 IT 기업 구글이 국내 쇼핑 플랫폼 솔루션 업체 카페24에 약 260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이유도 콘텐츠 커머스의 부상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카페24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튜브와 연동해 쇼핑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유튜브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튜브는 ‘리테일 커머스 미디어(RCM·Retail Commerce Media)’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카페24, 쇼피파이, 스프레드샵, 스프링 등 글로벌 쇼핑 솔루션 업체 4곳과 협력을 맺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 사용 시간은 1044억 분에 달했다. 카카오톡이 319억 분, 네이버가 222억 분인 걸 고려하면 장악력이 높다.
그러나 유튜브 매출은 광고 매출 둔화로 감소하는 추세다. 유료 구독자 수도 3% 수준에 그친다. 이에 유튜브는 그간 콘텐츠를 통해 만든 트래픽에 쇼핑 서비스를 붙여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기업들의 눈도 유튜브로 향한다. CJ온스타일은 지난 9월 3040세대를 겨냥해 웹 드라마 시리즈 ‘눈떠보니 라떼’를 선보였다. 각 에피소드의 주제에 맞게 상품을 자연스레 노출하고, 주인공들이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를 태그(Tag) 기능을 통해 바로 CJ온스타일 홈페이지로 연결되게 했다.
콘텐츠 커머스 전문가인 김용태 더에스엠씨 대표는 “유튜브 기반의 콘텐츠 커머스는 구매 여정을 단축시키고, 콘텐츠로서 재미까지 느껴지게 한다”라며 “해당 콘텐츠가 신뢰할 만한지, 재미가 있는지가 성공을 좌우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로 ‘록인’... OTT에 진심인 아마존·쿠팡
잘 만든 콘텐츠는 파급력과 지속력이 어마어마하다. 최근 미국에서 ‘김밥 대란’을 일으킨 건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만든 현지 마트에서 파는 냉동 김밥을 먹는 ‘먹방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다.
콘텐츠 커머스도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난 2020년 8월 공개된 ‘네고왕’ BBQ편은 현재까지 93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3년이 넘은 지금도 ‘주기적으로 보러 온다’ ‘이거 조회수 1000만 넘으면 재(再)네고 가자’라며 계속 클릭이 발생하고 있다. 특별편과 BBQ 채널 내 관련 콘텐츠를 포함하면 조회수가 2600만 회에 달한다. 상품 판매는 종료됐지만, 여전히 콘텐츠가 소비되며 마케팅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과 쿠팡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뛰어든 이유도 콘텐츠로 고객들을 잡아두기(록인·Lock In) 위해서다. SNS 플랫폼이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을 대상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쇼핑을 활용한다면, 이들은 쇼핑을 위해 모여든 사람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배송(로켓 배송)을 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쿠팡의 경우 멤버십 회원들에게 자체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제공해 고객들이 쇼핑을 하지 않을 때도 플랫폼을 계속 이용하게 만들었다. 쿠팡플레이는 해외 스포츠 경기 독점 중계권을 따내고 SNL, 소년시대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 결과 출범 2년 만에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 2위 OTT로 올라섰다.
<콘텐츠의 지배자들>을 쓴 최은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 석학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화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경계가 붕괴됐음을 상징한다”라며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즐기고 광고를 보며 제품 정보를 얻고 쇼핑까지 즐긴다. 이들은 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풍부한 콘텐츠형 방송에 더 열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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