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新시장] 폐배터리 재활용·수소트럭… SK·현대차, ‘유럽 관문’ 네덜란드 공략

로테르담·헤이그=장우정 기자 2024. 1.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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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 시장이 잘게 쪼개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을 확산시켰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언제든 빗장을 걸어잠글 수 있다.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한국 기업의 도전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1일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로테르담. 유럽 최대 항구도시인 이곳 로테르담항 한 켠에선 이웨이스트(E-Waste·전기전자 폐기물) 재활용 기업 ‘테스(TES)’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부들은 1만㎡(3025평) 규모 부지 바닥을 다지고 건물 뼈대를 세우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이 공장은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유럽 배터리 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약 1조2000억원을 들여 테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공장은 폐배터리를 분해, 파쇄한 뒤 남은 물질을 잘게 갈아서 만드는 ‘블랙 매스(black mass)’라는 검은 가루를 연간 1만톤(t) 생산할 수 있는 전(前)처리 시설이다. 블랙 매스는 이차전지(배터리) 제조사에서 배터리 소재로 활용한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40년 1741억2000만달러(약 228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로테르담의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유럽에 있는 국내·외 전기차, 이차전지(배터리) 제조사로부터 재활용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희소 금속을 배터리 제조에 다시 투입하는 완결적 순환 체계를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골조 작업이 한창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TES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전경. 연간 1만t의 블랙 매스를 생산할 수 있는 이 시설은 현재 완공됐다. /로테르담=장우정 기자, 그래픽=정서희

네덜란드로 향하는 한국 기업이 늘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라시아 대륙의 북서쪽 끝, 대서양 북해의 맨 동쪽에 위치해 유럽 대륙의 관문(Gateway)으로 꼽힌다. 2023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물류 성과지수(Logistics Performance Index)에서 싱가포르, 핀란드에 이어 덴마크, 독일과 함께 공동 3위에 오를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은 전 세계 319개 직항 노선을 운영 중이며 로테르담항은 세계 10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한다. 네덜란드는 14만1820㎞에 달하는 도로망과 3489㎞의 철로도 갖추고 있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 24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반경 500㎞ 이내에는 1억7000만명, 반경 1000㎞ 이내에는 2억5000만명의 소비 시장이 있다.

한국에선 삼성전자, LG, 현대차, 기아, SK루브리컨츠, 한국타이어, 한솔, LX판토스(옛 범한판토스) 등이 판매, 물류 중심으로 진출해 있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최근엔 유럽 에너지 전환 시장이나 신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세계 10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는 유럽 최대 항만이다. /로테르담=장우정 기자

로테르담에는 해상용 위성통신 안테나 글로벌 1위 기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인텔리안테크) 네덜란드 법인도 있다. 유럽 전역에 있는 위성 통신사업자에 빠르게 제품을 공급하고 이를 위성에 설치,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판단 때문이다.

2011년 법인을 설립한 인텔리안테크는 10년 뒤인 2021년 600만달러(약 78억원)를 투입한 신사옥을 완공했다. 기술지원, 운영, 재무, 인사 담당 등 상주 직원 30여명이 근무하는 사무공간 외에 물류창고, 고객 체험공간 등을 마련했다. 2022년 기준 네덜란드 법인 매출은 867억원으로 전체(2395억원)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졌다.

인텔리안테크는 최근 저궤도 위성용 평판 안테나를 상용화하고 유럽 주요 사업자를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저궤도 위성은 1000㎞ 이하의 낮은 고도에 떠 있어 저렴하고 빠르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라는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원웹·아마존 같은 기업도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존 해리슨 네덜란드 법인장은 “물리적인 움직임 없이 내부 반도체 칩으로 위성 신호를 추적하는 능동형위상배열(AESA) 기술을 활용해 평판 안테나를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관련 투자를 지속해 고객사에 새롭고 흥미로운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인텔리안테크 사옥은 유럽 내 빠른 배송을 위한 물류창고부터 고객체험 공간이 구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텔리안테크 제공

글로벌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차도 2020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 수소 트럭을 수출한 데 이어 다음 행선지로 네덜란드를 주목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의 30%를 수소 가스, 바이오로 대체할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전기차, 수소차 등 무공해 차량을 확대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고 충전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총 21개의 수소 충전소가 운영 중이고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주유소에 가 보니 한쪽에 수소 충전기가 배치돼 있었다. 수소 트럭·버스 등 대형 운송수단이 오갈 수 있도록 충전 공간이 일반 주유시설보다 널찍한 것이 특징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네덜란드를 포함해 2025년까지 1600대, 2030년까지 2만5000대 이상의 수소 트럭을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한 주유소에 수소 충전기가 배치돼 있다. /헤이그=장우정 기자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사진)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전기트럭으로 1회 완충시 최대 570㎞를 주행할 수 있다./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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