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라지는 제약사 복제약 영업맨

지용준 기자 2024. 1.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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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동네 의원에서 A제약사 영업사원을 만났다.

정부의 지속적인 제네릭 약가인하 추세에 제약사는 영업사원을 '비용'으로 인식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정장을 입은 제약사 영업사원을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제네릭 영업만 영위해 오던 제약사는 결국 도태되고 영업사원을 내보내는 곳은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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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약가인하 흐름에 제약사 복제약 관련 영업사원은 과거와는 달리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수년 전 동네 의원에서 A제약사 영업사원을 만났다. 무척 더운 날씨에도 격식을 갖춘 정장 차림이었던 그는 의사와의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제약 영업에 대한 궁금증에 지갑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낸 뒤 인사를 나눴다. 무슨 약을 담당하는지 물었더니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모두 제네릭(복제약) 제품이었다. 당시 제네릭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터라 막연히 "힘들지 않냐"고 물었는데 "할만하다"고 했다.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는 10년차 매니저였다.

그의 제네릭 영업 비결은 간단했다. 의사와의 '라뽀'(감성영업)에다 프로모션을 더한 조화였다. 영업을 위해선 제품의 장점과 특색만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제네릭 자체가 복제약이어서 사실 중소 제약사와 대형 제약사의 제품의 특색을 비교할 수 없는 점을 간과했다. 제네릭 영업은 '사람'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얘기다.

시간이 흘러 '제약사의 꽃'이라 불리던 영업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무자들 사이에선 과거 '젠틀'했던 감성영업은 끝이 났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제약사 자체 영업이 아닌 ▲도매상 영업 ▲CSO(영업대행업체) ▲도도매(도매사 간 유통거래) ▲컨설턴트 등 변종영업이 등장하면서다.

변종영업이 등장한 대표적인 원인은 수익성이다. 지난해에만 8000개에 가까운 제네릭의 약가가 인하됐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9월 '기등재 의약품 상한금액 재평가'에 따라 지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7419개 의약품은 15%, 256개 의약품은 27.75%의 약가인하를 단행했다. 이른바 제네릭 규제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거둬들이는 수익의 상당 부분은 복제약 판매에서 나오기 때문에 약가인하는 실적 하락과 직결된다. 게다가 올해에는 '기등재 의약품 상한금액 2차 재평가'와 '실거래가 약가인하' 등 추가적인 약가인하 정책이 대거 예정돼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제네릭 약가인하 추세에 제약사는 영업사원을 '비용'으로 인식한다. 마진 구조가 좋지 않은 중소 제약사 사이에선 고비용의 영업부 인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회사 제품은 CSO로 이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정장을 입은 제약사 영업사원을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제네릭 영업만 영위해 오던 제약사는 결국 도태되고 영업사원을 내보내는 곳은 더 많아질 것이다. 영업사원 입장에선 억울함도 있겠으나 수익을 좇아야 하는 기업의 선택지는 좁혀질 수밖에 없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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