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55억→0.5억' 연말 악재성 공시폭탄…경고 종목은

김응태 2024. 1.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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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래일 코스닥 공시 197건…전주 대비 50%↑
계약금액 감소, 자금조달 취소 공시 다수
시장 관심 뜸해지는 시점에 악재성 공시 악용
"투자자 불이익 우려…공시 제도 강화해야"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지난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 코스닥 상장사들이 악재성 공시를 쏟아냈다. 연말 연휴를 앞두고 시장의 관심이 분산되는 점을 악용해 부정적인 공시를 잇따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첫 거래일 장이 열리기 전 공시 내용을 미리 확인하고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계약금액 감소, 자금 조달 취소 등의 악재성 공시를 투자자들이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8일 코스닥 시장에서는 197건의 공시(기재정정 포함)가 쏟아졌다. 전주(12월21일) 130건의 공시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50%가량 늘어난 셈이다.

주요 공시 유형을 보면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46건 △전환가액 조정 10건 △최대주주 변경 7건 △자기주식 처분 결정 1건 △전환사채 발행 결정 철회 1건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 1건 등이다.

연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의 경우 이전에 체결된 계약의 금액이 줄거나 계약기간이 늦어지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마이크로디지탈(305090)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해 12월28일 체결한 코로나19 대용량 항체진단키트 공급 계약에 대해 계약상대방의 계약 해지 요청을 받았다고 밝히며, 계약금액이 당초 55억원에서 5500만원으로 줄었다고 정정했다. 지난 2021년 12월에 체결한 계약 건에 대해서도 거래상대방의 계약 해지 요청으로 계약금액이 36억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화전기(024810)도 지난 2018년 11월 주한미군과 체결한 패트리어트 주파수 변환기 설치 계약금액이 당초 149억원에서 76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고 공시했다. 한국비엔씨(256840)도 지난 1월2일 체결한 메조테라피 등 6개 품목 위탁 생산 관련 계약금액이 51억원에서 39억원으로 감소했다고 게재했다.

전환사채 발행을 철회한 상장사도 눈에 띄었다. 알비더블유(361570)는 지난 7월21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펙투스-에스티 신기술조합 제2호를 상대로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지만, 증시 마지막 거래일 발행대상자의 납입 철회로 발행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발행 규모가 줄어든 사례도 등장했다. 엑서지21(043090)은 지난해 8월5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2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지난 28일에는 해당 유상증자가 규모가 50억원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납입 대상자의 납입금액 미납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 경동제약(011040)은 28일 장 마감 후, 임직원 상여금 지급을 위해 5264만원 규모의 8000주의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처분예정기간은 12월29일부터 오는 2024년 1월12일까지다.

이 같은 악재성 공시가 마지막 거래일에 급증한 것은 시장의 관심이 뜸해지는 시기에 공시를 함으로써 주주들의 비판을 피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28일 장을 마감한 뒤 4일간 장이 열리지 않아 시장의 이목이 분산할 수밖에 없어서다.

악재성 공시를 확인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만큼 올해 거래를 시작하기 전 공시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연휴 직후 첫 거래일에 폐장 후 이뤄진 공시를 전자공시시스템(KIND)에 재공지한다.

전문가들은 연말 악재성 공시와 관련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장사들이 실제 계약이 취소되거나 정정되는 시점에 즉시 공시를 하는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공급계약 규모가 줄거나 자금 조달이 취소되는 경우 연말에 이르러 늦게 공시하는 게 아니라 실제 취소된 시점에 공시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정공시가 늦어질 경우 내부 정보가 유출되는 등의 방식으로 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공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응태 (yes0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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