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칼럼]미국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의 새해 구상

여론독자부 2024. 1. 2.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美 대선따라 미중관계도 출렁거릴듯
복합위기 中, 최악 상황 대비 맞대응
보호무역주의·군사적 긴장 심화 우려
韓 '거대한 파도'앞 대통합 정치 필요
사진 설명
[서울경제]

2024년 국제 정세 기상도는 매우 흐리다. 세계 곳곳에 전쟁의 포연이 남아 있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면서 경제협력 공간은 위축되고 있으며 냉전적 사유가 넘치고 민주주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책임 있는 이해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모두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 인색해지면서 세계는 ‘킨들버거 함정(Kindleburger Trap)’에 깊이 빠져들었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지난해 힘겹게 5%대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했으나 지방 채무, 부동산, 청년 실업, 인구 감소, 기업의 활력 저하 등 경제적 뇌관은 그대로 있다. 올해 시진핑 주석의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일부 기업은 경영 압박에 직면했고 일부 대중들은 취업과 생활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중국의 복합 위기 국면에는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 특히 만약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로 지명되고 본격적 선거 캠페인을 시작하면 미국의 국내 정치에 따라 미중 관계도 크게 출렁일 것이다.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는 중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정책 방향을 대체로 가늠할 수 있지만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면서 두 후보 예상 정책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고 있다.

두 후보 간 유사성은 대외무역과 산업 정책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보호무역주의로 수렴되고 국제 문제 등에 대한 개입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것이며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반면 두 후보 간 차이점은 에너지와 기후 문제, 국제기구와 국제 협력의 영역, 동맹과 파트너십 운용 방식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에너지와 전기요금 등 물가 관리를 위해 원유 시추를 허용하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증설할 것이라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자동차 산업에 부과되는 환경 규제 완화 등이 새로운 산업 정책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은 가장 나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다각적인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다. 강요된 과학기술 자립화 전략을 위한 막대한 재정 투자, 파격적 외자 기업 유치 전략, 폭발적인 중산층 육성을 통한 소비 시장 확대, 강력한 위기의식 주입을 통한 사회적 동원,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적극적 구애, 대만 통일에 대비한 강력한 군사적 조치 및 미국과 유럽, 그리고 미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의 분리 등이 그것이다.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절박한 위기의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우선 미국의 극심한 보호주의로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 정책이 만연되면 우리의 대외 경제 환경도 크게 나빠질 것이다. 안보적 차원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한미 동맹과 확장 억지 공약을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한미 동맹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심지어 한미 동맹을 대중국 견제에 동원할 경우 연루될 위험도 커질 것이다. 더구나 공격적 관세 정책을 추진하거나 달러 약세화를 유도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커질 것이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개정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도 재편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중 경쟁의 심화는 대중국 교역 비중이 높은 중간재 수출에 타격을 주면서 한국 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반도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이자 교전국 관계로 고착됐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미 간 대북 접근법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들메끈을 고쳐 신어야 한다. 당분간 온 나라가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빠져 소중한 시간을 정쟁으로 흘려 버릴 것이다. 따라서 한미 동맹의 공고화는 미국 선거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거나 모든 대비가 돼 있다는 자만심 대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파도를 여야가 국민과 함께 넘어야 한다는 대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적 용기의 영역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