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美 안보 위협하는 공화당 이민 정책

여론독자부 2024. 1.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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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람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美 도왔다 위험 빠진 현지 조력자
대피·망명처 제공은 도덕적 의무
공화당 '대통령 가석방' 폐지 요구
국경 혼란 가중·나라밖 안보 해쳐
사진 설명
[서울경제]

공화당 의원들이 요구하는 이민 관련 조치들이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음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수개월째 공화당 의원들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군사비 지원안을 볼모 삼아 그들의 이민 문제 해법을 관철시키려 한다. 공화당 역시 이들 두 나라가 테러리스트 집단과 러시아 침략군을 스스로 물리치도록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자들은 그들이 제시한 이민 시스템 개혁안을 바이든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군비 지원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공화당이 요구하는 이민 제한 조치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될까. 거의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안보를 해칠 수 있다. 공화당은 난민 제도의 전면 쇄신을 촉구한다. 이 제도는 제2차세계대전 직후 나치 치하에서 핍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조직적이고 신속한 난민 신청 절차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광범위하게 시행된 ‘타이틀 42’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중보건 긴급조치인 타이틀 42를 적극 활용해 남쪽 국경 지역으로 밀려든 중남미인들을 지체 없이 추방했다. 팬데믹이라는 공중보건 긴급상황을 내세워 이들에게 난민 신청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공화당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난민 제도의 품격과 도덕성을 회복시키겠다는 2020년 대선 공약을 어기게 된다. 그의 이민 공약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깨졌다. 공화당의 압박에 밀려 여기서 또 뒷걸음질을 칠 경우 우방국들과의 약속인 국제 협약 준수 의무마저 어기게 된다.

이전의 자동 추방 조치 시행 초기 단계에서 보았듯 공화당의 요구는 추방자들의 밀입국 시도를 부추기고 국경 지역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지는 못했지만 공화당의 요구 중에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조치도 포함돼 있다. 특정 집단에 ‘인도적 차원의 가석방(humanitarian parole)’을 허용하는 대통령 권한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내용이다.

대통령의 가석방 권한은 미국의 이민 시스템을 떠받치는 기둥 가운데 하나로 1950년대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가석방 처분을 받은 비시민권자들은 미국에 입국해 한시적이나마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가석방을 적용받은 그룹은 피델 카스트로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쿠바인, 1956년 소련에 맞서 봉기한 헝가리아인, 미군의 베트남 사이공 철수 당시 뒤 남겨졌던 현지 조력자 및 미군과 현지인 사이에 태어난 고아들, 이슬람 혁명 후 고국을 등진 이란인, 핍박의 대상이던 구소련 내 유대인들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향 땅에서 밀려난 우크라이나인, 미군 철수로 궁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을 포함한다.

나라 밖에서 발생한 전쟁이나 인도주의적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은 국가 안보에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미국의 이익을 도왔다가 위험에 빠진 현지 조력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망명처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에 해당한다.

현재 공화당이 요구하는 대통령의 인도적 가석방 권한 취소는 국경 보안을 악화시킬 잠재력을 지닌다. 가석방 권한은 망명 신청자들이 질서 있게 미국으로 들어오는 유일한 합법적 경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도 합법적 방법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면 밀입국 안내인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례는 줄어든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아이티·니카라과·베네수엘라인들을 위한 집단이민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 바로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가석방 제도를 활용했다. 해당 국가의 시민들은 신원 조회와 신체검사를 거쳐 미국에 거주하는 개인 스폰서의 보증과 함께 망명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제시할 경우 이민국의 사전 입국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망명 신청 승인이 나올 때까지 최고 2년간 취업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망명 신청자는 취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거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때까지 미국 내 친지와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국 시민들의 밀입국 적발 건수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의회는 실질적인 의향이 있다면 얼마든지 국경 안보를 개선할 수 있다. 예들 들어 국경에 더 많은 재원을 배정하고 이민 법원을 늘려 망명 신청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국경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우리의 도덕적 지위는 물론 나라 밖에서 우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해치는 눈 먼 대응책에 집착하고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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