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전문가의 예측은 틀릴까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의 답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현재 전문가들은 엇갈린 답변을 내놓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의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가 작년 말 전문가 35명에게 '중국 경제가 궁극적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지 여부를 물었다. 조사 결과 동의한다는 응답이 15명,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3명으로 팽팽히 맞섰다. 7명은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2004년 '붉은 여명(黎明)'으로 명명된 사담 후세인 체포 작전이 성공했다는 뉴스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 증권시장에서는 후세인이 생포되면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엄청난 호재로,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은 폭락하고 주가는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채권 가격은 올랐다. 그러자 블룸버그는 '비록 후세인은 생포되었지만 테러는 계속될 거라는 불안감으로 미국 국채 강세'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불과 30분 후 채권 가격이 하락하자 급하게 기사 제목을 '후세인 체포로 위험자산 선호, 미국 국채 약세'로 수정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상반된 기사 제목은 전문가들이 얼마나 '억지로' 시장을 해석하려 하는지 그 실상을 보여 준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환율이 상승하거나 하락했을 때 '왜 그랬는지' 이유를 그럴듯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제대로 설명이 안 되면 답답하고 불안하다. 무언가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나타난 결과를 보고 그럴싸하게 스토리를 만든다.
특정 분야에 일반인보다 지식과 경험이 많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사회가 인정한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전문가는 일반인에 비해 조직화된 지식을 갖고 있어 외부에 드러난 현상을 원리와 경험을 통해서 관찰하고 문제를 빨리 해결한다. 그래서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많은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전문가가 비전문가보다 항상 뛰어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전문가의 능력은 그들의 축적된 지식과 특성이 발휘될 수 있는 상황, 즉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만 작동된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 나타나면 과거의 전문성은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비전문가보다 못한 결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을 스탠퍼드대학의 파멜라 힌즈(Pamela J. Hinds) 교수는 '전문가의 저주'라 명명했으며 동명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닐스 보어는 전문가란 '아주 좁은 범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오류를 경험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정통한 아주 좁은 분야에 대해서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분야를 벗어나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 모든 문제해결 능력이 붕괴된다고 하였다. '낭떠러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솔린 자동차를 수십 년 고쳐온 정비사는 엔진의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고장 났는지 바로 알고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패턴인식에 대한 암묵적 지식이 내재화되었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대상이 새롭게 나타난 전기자동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의 내재화된 지식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세상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다가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속이 붙는다. 속도가 빠르면 시야가 좁아진다. 시야가 좁아지면 환경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현재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이 앞으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은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하거나 그럴듯하게 어려운 용어로 포장하여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도 여전히 미국 FOMC가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를 놓고 전문가들이 나름대로의 근거를 토대로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세계 유가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갑론을박하고 있다. 결과는 모른다. 아니 모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지식들이 아주 빠르게 쓸모없는 무용지식이 되고 있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천문학적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상황이 종료되고 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수많은 전문가가 등장해서 왜 그렇게 됐는지, 자신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복합평등론'을 주장한 미국의 철학자인 마이클 왈저(Michael Walzer)는 '각각의 가치 영역은 다른 가치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며, 한 가치 영역에서의 높은 지위를 이용해서, 다른 영역의 가치를 넘보는 것은 막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의 의견은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언제든지 자신도 틀릴 수도 모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자신의 주장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습득하려는 지적(知的) 겸손의 소유자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문가는 '지나친 자신감은 실력이 아닌 무지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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