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미지명→ML 입단‘ 반전드라마, 2년 동안 무슨 일 있었나 [인터뷰]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KBO리그 드래프트에 지원서를 냈지만, 10개 구단 어느 곳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미지명 아픔에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대학에 진학해 다시 프로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 대학 야구 유학 모집 공고를 보게 됐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누구보다 성실히 훈련에 임했고, 결국 2023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지명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런 특이한 이력을 가진 최병용(22)은 반드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최병용은 "KBO리그에서 지명 받지 못했지만, 미국으로 야구 유학을 가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은 건 이전에는 없었던 걸로 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 같다. 내가 성공한다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또 다른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이 이뤄낸 성과에 만족해했다.
최병용은 신일고 출신이다. 고교 시절에는 주로 3루수로 뛰었다. 신장이 190cm에 달하는 장신이라 유격수보단 코너 내야수가 더 적합하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 때문이었다. 더욱이 같은 팀에는 키움 히어로즈에 2022년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휘집이 있어 최병용은 3루수로 기용됐다. 고교 시절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고, 어느 팀도 최병용을 찾지 않았다. 그래도 야구를 놓을 수 없었다. 최병용은 우연히 미국 야구 유학 프로그램을 접했고, 2년제 대학인 뉴멕시코 밀리터리 인스티튜드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다.
최병용은 “한국 2년제 대학과 미국 유학을 두고 고심했다. 사실 미국으로 가는 게 비용적인 문제도 크다. 하지만 전액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결심을 할 수 있었다. 또 한국에서는 내가 키가 크다는 이유로 유격수를 뛰지 못했는데, 미국은 아니지 않나. 롤모델인 코리 시거도 나처럼 190cm에 달한다. 다시 유격수로 뛸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있어서 미국으로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병용은 물러날 곳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훈련장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볼티모어 오리올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등이 최병용에게 관심을 보였다.
최병용은 “미국으로 가기 전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래도 처음에 안 들리는 건 똑같더라. 말도 안 통하니까 답답했다. 음식도 너무 짰다. 미국으로 간지 3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이 다 적응하더라”며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래도 내가 배운 게 많다. 특히 수비가 그렇다. 장신 유격수에게 맞는 스탭을 습득하게 됐다. 글러브 포구 방법도 다르더라. 조금씩 경기력이 좋아진 덕에 많은 구단이 나를 주목했다”며 뿌듯해 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 딱 2년 만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4년제 대학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그만큼 성적이 좋았다. 2학년 시즌 최병용은 15홈런을 때려냈고 타율 0.448 OPS(출루율+장타율) 1.429를 기록했다. 최병용은 “4년제 대학은 수준이 굉장히 높다. 95마일(약 152km)짜리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들도 즐비하다. 4년제 대학에서 오퍼가 온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드래프트 참여 제안도 받았다. 학교 감독님과 상의해본 끝에 드래프트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최병용은 2023년 드래프트에서 20라운드 전체 611번으로 샌디에이고에 지명됐다. 드래프트 내내 이름이 불리지 않아 초조했지만, 샌디에이고에 지명된 순간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을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고. 지금도 샌디에이고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는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다고 했다.
최병용은 “드래프트 직전에 샌디에이고와 볼티모어가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샌디에이고가 상위 라운드에서 내야수를 지명했다. 나는 하위 라운드에 뽑힐 거라 예상했다. 오래 기다렸는데 샌디에이고가 나를 지명해줬다. 20라운드라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뽑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유니폼이나 트레이닝복에도 샌디에이고가 새겨져 있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정말 영광이다”며 웃었다.
샌디에이고는 지명 당시 최병용의 타격 능력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최병용은 드래프트 직전 트라이아웃에 참여했는데, 라이브 배팅 때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확실히 프로 무대는 달랐다. 루키 리그라고 하더라도 수준급 선수들이 많아 공략에 애를 먹었다. 최병용은 “확실히 공의 무브먼트가 좋더라. 기록은 패스트볼로 잡히는데 타석에서 보면 투심처럼 공이 휘어져 나갔다. 정타가 되어야 하는데 자꾸 방망이 끝에 맞았다. 계속 공을 보면서 적응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최병용의 목표는 당연 빅리그 콜업이다.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이지만, 페이스를 잃지 않고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각오다. 앞서 마이너리그를 경험한 최지만과 배지환 등 선배들의 조언도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됐다.
최병용은 “미국은 루키 리그, 로우A, 하이A, 더블A, 트리플A를 거쳐야 메이저리그에 도달할 수 있다. 1년에 딱 한 단계씩 올라가려 한다. 최지만, 배지환 선배들도 ‘퀘스트를 깬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빠르면 메이저리그 콜업까지 5년을 보고 있다. 매년 상위 리그로 올라가는 재미를 느끼면, 언젠가 메이저리그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선택한 최병용이다. 그가 성공한다면, 미국 진출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 최병용은 “좋은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잘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다른 선수들도 나와 같은 도전을 하겠다면 추천한다. 다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나도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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