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의 환성, 폭격의 비명…‘두 얼굴’로 다가온 2024
미국·유럽, 보안 강화 속
화려한 축하행사 열어
중·러, 불꽃놀이 금지
새해 전날 이스라엘 공습
가자지구 피란민들 절규
포탄 오간 러시아·우크라
2024년 첫날 지구촌 곳곳에서는 축포와 화려한 불꽃을 쏘아 올리며 희망찬 한 해를 기원했다.
하지만 해를 넘겨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는 폭죽 대신 포성이 가득했다.
가장 먼저 새해를 맞이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는 도시 초고층 빌딩인 스카이 타워를 수놓은 레이저 조명과 애니메이션 쇼를 비롯한 불꽃놀이가 밤을 밝혔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오페라 하우스 50주년을 기념하는 1만3500발의 불꽃이 새해 밤하늘을 가득 메웠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일대에서 펼쳐진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부르즈 할리파 등 세계적 랜드마크도 2024년을 알리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레이저 쇼로 물들었다.
중국은 안전 문제로 대부분 지역에서 불꽃놀이가 금지된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용한 새해 첫날을 보냈다. 베이징에서는 축포 대신 춤과 공연으로 새해를 맞이했고, 충칭에서는 군중이 모여 풍선을 띄우며 새해 소원을 빌었다. 홍콩과 대만에서는 다채로운 새해 행사가 열렸다. 홍콩에서는 수만명 인파가 빅토리아 항구에 모여 불꽃놀이를 즐겼고, 대만에서도 타이베이 101빌딩 등 각지에서 새해맞이 축포를 터뜨렸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긴장으로 보안이 강화된 가운데 신년 행사가 진행됐다. 독일에서는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슬람국가(IS) 연계 세력의 테러 위협이 보고되는 등 긴장이 고조돼 4500명 경찰 인력이 베를린 거리 질서 유지에 나섰고, 시내 일부 지역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금지됐다.
파리 올림픽이 개최되는 2024년을 맞아 화려한 새해 행사가 펼쳐진 프랑스에서도 전국에 총 9만명 보안 인력이 배치됐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테러 위협이 제기되면서, 수십만명 인파가 샹젤리제 거리로 몰려나온 파리에만 6000여명의 경찰이 투입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인파가 운집한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도 유명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축하 행사가 열렸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는 축포가 아닌 포성으로 새해를 열었다. 전날에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피란민들은 남부 국경도시 라파에서 음식과 물, 지낼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 조카들을 잃은 중년 남성 아부 압둘라 알아가는 “올해는 폐허가 된 집터로 돌아가 텐트라도 치고 살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와 파키스탄에서는 가자지구와의 연대를 위해 새해 축제를 취소하고 축하 행사를 기도와 의식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스라엘도 축제 분위기에 젖지 못했다. 텔아비브의 고층 빌딩에는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노란색 조명이 비쳤다. 조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모란 타야르는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는 동안에도 우리 삶과 시간은 멈춰져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한 달 후면 전쟁 발발 3년째를 맞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새해 첫날에도 포탄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전투를 계속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전통적으로 붉은광장에서 열리던 불꽃놀이와 콘서트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취소됐다. 전날 러시아 국경도시 벨고로드에서 발생한 포격으로 24명이 사망하자 블라디보스토크 등 지방당국들도 신년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일요 미사에서 2023년을 전쟁의 고통으로 얼룩진 해로 돌아보며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국민, 수단 국민과 많은 사람”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무력 충돌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빈곤이 발생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이들 분쟁에 관련된 이들은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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