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만 옮기면 수억 줄게"…그 말에 혹한 30대의 최후[사건의재구성]

16만번 이상 투약 가능한 필로폰 운반…징역 4년형
"초범이지만 밀수된 대량의 필로폰 운송에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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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물건만 옮겨주면 된다는 말에 혹했다. 30대 남성 배달업자 이모씨는 지난 8월 수억원을 주겠다는 누군가의 제안에 응했다. 물건을 받아 지정한 장소로 배송만 해주면 큰돈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낌새가 이상하긴 했다.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면 이 같은 방식으로 물건 배송을 의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서울 양천구 한 다세대주택 앞에서 비닐봉지 2개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차 뒷좌석에 넣어두고 의뢰인의 말대로 이날 오후 10시25분쯤 물건을 옮겼다.

순간의 선택은 이씨의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 해당 물건은 5㎏의 필로폰이었다. 16만번 이상 투약이 가능한 양이다. 이씨에게 배달을 맡긴 이는 마약 조직의 총책이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제60조에 따르면 마약류 취급자가 아니더라도 마약류 운반에 관여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 같은 법 제67조에 따르면 마약류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하도록 돼 있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지난 12월20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5억원의 추징 명령을 받았다. 이씨는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고, 범행을 모두 자백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윤희 판사는 "피고인은 단순히 불법적인 일에 연루된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지 필로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수수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말레이시아 내지 중국에서 인편 또는 국제택배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밀수된 대량의 필로폰 운송에 관여한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