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낳고 또 놀겠네?"… '출산율 1.3명' 日을 보면 [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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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이 이해상충의 지점 어딘가에 국가가 할 일이 있다.
합계출산율이 1.3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0.8명)보다 확연히 높은 일본이 먼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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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국내 굴지의 모 대기업 계열사는 최근 사내 어린이집 확장을 놓고 관련 부서들 사이 간부회의에서 민망한 논쟁이 일었다. 회사 직원들은 다양한 복지제도 중 사내 어린이집을 최고봉으로 여긴다. 기존 어린이집이 포화 상태라 확장 여부를 논의하는데, 뜻밖에 직원 출산율이 높아져 휴직자가 늘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임직원은 "소속 부서마다 앞으로 애를 낳을 직원이 몇 명 정도 되느냐고 묻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기업들이 사내 어린이집을 도입하면 둘째를 낳는 확률이 급격히 높아져 저출산을 해소할 수 있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매달 아이를 낳는 가정에 한달에 몇십만원을 쥐어준들 돌봄 인력을 활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믿을 만한 돌봄 인력도 극도로 희소하다. 육아인프라 측면에서 사내 어린이집만큼 '저비용-고효율' 돌봄시스템은 없다. 하지만 단기 고용생산성만 본다면 기업 입장에선 출산과 육아만큼 비효율적이고 가성비가 안 나오는 HR(Human Resources) 이벤트도 없다. 이 이해상충의 지점 어딘가에 국가가 할 일이 있다.
합계출산율이 1.3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0.8명)보다 확연히 높은 일본이 먼저 나섰다. 사내 어린이집 의무화보다 파격적이다. 육아 가정에 재택근무를 의무화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심의회는 지난 27일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육아와 개호(돌봄요양) 휴업법 개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3세 미만 아동을 둔 사원의 재택 근무를 의무하는 내용이 골자다. 심의회는 내년도 정기국회에 해당 법안을 제출, 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일본 기업들은 3세 미만 자녀가 있는 사원들이 원할 경우 재택근무를 무조건 시행할 수 있게 제도와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자녀가 3세 이상이더라도 초등학교 입학 전 미취학 아동의 부모라면 희망 여부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한 기업의 노력 의무도 명시하기로 했다. 회사가 유연근무, 재택근무, 단축근무 중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를 마련하면 근로자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자녀가 3세 미만이면 회사에 요청할 수 있었던 기존의 '야근 면제 제도'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로 연장된다.
육아휴직도 더 적극 장려한다. 현재 일본은 직원수 1000명 이상 기업에 한해 육아 휴직을 몇 명이나 사용하고 있는지 의무적으로 공표하는데, 이 기준을 사원 300명 초과 기업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를 통해 육아휴직 취득률 공표 의무 기업이 4000곳에서 1만8000곳으로 4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우리는 어떤가.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대기업이 어린이집 운영(혹은 위탁) 의무를 이행강제금 (최대) 2억원으로 막을 수 있는 한 "벌금이 더 싸다"며 외면하는 기업이 사라질 리 없다. 육아인프라를 "소수의 운 좋은 사람이 누리는 복지"라고 믿는 한 한국은 소멸할 운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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