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푸틴·시진핑이 몰고 올 혼돈의 2024년

조선일보 2024. 1. 2.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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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로이터·신화

2024년은 국제사회에서 휘몰아치는 외풍이 대한민국의 저항력을 시험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최대 충격파의 진앙지는 올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일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91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바이든 현 대통령과의 재격돌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많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 전 세계는 각자도생의 초불확실성 시대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아 러시아의 공세를 저지해 왔던 우크라이나 상황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의(戰意)를 강조했다. 푸틴은 오는 3월 실시되는 대선에 재출마하는데, 러시아 국민에게 성과물을 내세우기 위해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여 유럽의 불안한 상황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식으로 전술핵 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며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이 폴란드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했다며 우리에게 보복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한미동맹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트럼프가 자신이 속한 공화당의 만류에도 불구, 주한미군의 일부 또는 전면 철수를 관철하려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가 주한미군 철수를 지렛대 삼아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 우리 사회에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 트럼프는 2018년부터 북한의 김정은을 세 차례 만나 ‘회담 쇼’를 했을 뿐 북한의 비핵화에는 사실상 큰 관심이 없다.

지난해 중국 건국 후 처음으로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은 대만 흡수 통일을 추진하며 대외 팽창 노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 주석은 2024년 신년사에서 오는 13일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만을 거론하며 “조국 통일은 역사의 필연”이라고 했다. 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일을 거론, 올해도 ‘대만 침공’ 가시화 여부가 주목받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김정은을 포함해 전 세계 스트롱맨(철권 통치자)에게 둘러싸인 유일한 국가가 다시 된다. 트럼프·푸틴·시진핑이 몰고 오는 혼돈의 2024년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대비돼 있나. 위기 상황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단결된 힘, 그리고 유연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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