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수출시장은 美” 中 응답보다 3배 더 많아
반도체 등 첨단 산업과 광물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새해에 다시 격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연말 미국이 첨단 반도체에 이어 범용(구형) 반도체 중국 수출 제재에 나서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범위를 넓히며 ‘맞불’을 놓았다.
미·중 갈등이 불러온 통상 신(新)질서 재편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는 지난 연말 세계 82국, 126개 도시에 진출한 KOTRA 무역관·지역본부 전체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 중 95%가 넘는 80국, 무역관·지역본부 120곳에서 답변을 받았다. 올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 요인을 하나만 고르라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9명꼴(88%, 106명)로 중국 경기 회복, 미국 금리 추세와 대선 결과 등 미·중 양국의 정치·경제 변화를 꼽았다. 올해 가장 유망한 수출 시장으로 미국을 포함한 북미를 꼽은 답변이 중국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최대 수출 시장은 미국”
1일 본지가 KOTRA와 함께 무역관장 120명의 설문 응답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63명이 올해 수출을 이끌 유망 시장으로는 북미를 첫손에 꼽았다. 대중 수출이 내림세인 상황에서 공급망 재편을 발판으로 미국이 다시 ‘제1 수출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보조금을 주는 배터리·태양광 같은 친환경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수출 호조의 배경”이라고 했다.
지난 20년간 최대 수출 시장 자리를 지킨 중국이 올해도 유망할 것이란 답변은 21명에 그쳐 동남아(20명)와 비슷했다. 2순위와 3순위 답변까지 더하면 동남아(88명)가 오히려 중국(62명)을 웃돌았다.
◇미 대선에서 ‘중국 때리기’ 강해질지 ‘관심’
올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 요인을 하나만 꼽으라는 항목에 중국의 경기 회복 여부(32%), 미국 등 각국의 금리 추세(31%), 미국 대선 결과(26%) 등 세 응답이 많았고, 엇비슷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미 대선 과정에서 ‘중국 때리기’가 강해지면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우리 수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수출 주력으로 기대되는 품목으로는 자동차가 절반에 가까운 58표를 얻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다 경쟁력이 강한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올해도 호조일 것이란 기대감이다. 같은 이유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3사의 이차전지를 꼽은 답변도 다수였다.
우리가 WTO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통상 패러다임으로는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한편 미·중을 비롯한 세계 시장을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지형 KOTRA 본부장은 “상반기 미국이 주춤해지고 중국이 살아날 가능성도 있어 한쪽에 치우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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