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강… 열도 중앙부 12시간 넘게 흔들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4. 1.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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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일본 덮친 규모 7.6 강진
이시카와현서 발생, 밤새 지진 이어져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다./AFP 연합뉴스

새해 첫날 일본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다. 1일 오후 4시 10분쯤 일본 혼슈(本州) 중부의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 발생 직후 일본 기상청은 “최고 높이 5m의 쓰나미(지진해일)가 몰려올 수 있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지진으로 이시카와현 곳곳에서 건물이 무너지거나 불이 나고 도로가 갈라지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고 골절 등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총 3만3000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TBS는 “이시카와현 등에서 사망자 두 명(오후 11시 현재)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건물 붕괴와 화재 등 피해 규모가 커서 사망자는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지진 여파로 한국의 동해안 일대도 쓰나미 영향권에 들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부터 높은 파도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래픽=이철원

이날 지진 규모(7.6)는 사망·실종자 1만8000여 명이 나온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규모 9)보다는 약하지만 6300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5년 1월 한신대지진(7.3)보다는 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노토반도 북부에선 2020년 12월쯤부터 지진 활동이 활발해져 지난해 말까지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506회 발생했다. 나카지마 준이치 도쿄공업대 교수는 아사히신문에 “그동안 일어난 지진들과 연관된 일련의 활동으로 보인다. 내륙형으로서는 매우 큰 지진이며 그만큼 단층이 넓게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일본 기상청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지진 등급 10단계 중 ‘진도 7’에 속한다. ‘서 있을 수 없고, 무엇인가를 붙잡지 않고는 이동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진 발생 지역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 떨어진 도쿄의 고층 건물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될 정도로 강도가 셌다. 다만 지진 발생 직후 즉각적으로 일본 공영방송 NHK 등이 고지대로 무조건 도망치라면서 주민 대피 명령을 발령하는 등 당국의 신속한 대응 덕에 인명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대로 넘어진 건물 - 1일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한 건물이 지진으로 붕괴돼 한쪽으로 누워있다. 이날 저녁 NHK는 최소 300개의 건물이 붕괴됐다고 보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두 번째 긴급 회견을 통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사람들이 깔렸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X(옛 트위터)

이날 오후 11시 3분에 규모 4.6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일대에선 새벽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쓰나미를 피해 고지대로 대피했다. 실제로 지진 발생 후 일본 열도 서부 연안 지역에서는 쓰나미가 잇따랐다. 지진 발생 11분 뒤인 오후 4시 21분에는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에서 1.2m 높이의 쓰나미가, 이로부터 14분 뒤 도야마에서는 80㎝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지진 발생 직후엔 니가타·도야마·야마가타·후쿠이·효고현 등에 연속적으로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또 아키타·교토·시마네·돗토리·야마구치·쓰시마·후쿠오카·시가현 등에는 주의보가 내려졌다. 사실상 일본 열도 전체에 쓰나미 경고가 뜬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10시 현재 3~5m 높이의 대형 쓰나미가 몰려들었다는 보고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에 위기관리대책실을 설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대책실에 피해자 구조 등 재해 응급 대책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시카와현에 규모 7.6 대지진 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가옥 붕괴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여섯 건 있으며, (구조 요청 전화) 110번에 다수의 전화가 왔다”고 했다. NHK는 “이시카와현의 와지마시(市)에서 화재가 났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꺼지지 않고 광범위하게 불이 번지고 있다”며 “와지마시에서만 300여 가옥이 붕괴했다고 지역방송국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외에 정전, 단수, 통신 두절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지진으로 사이타마현과 니가타현을 잇는 신칸센(일본 초고속 열차) 등의 운행이 중단되고 니가타 공항 등의 항공편도 결항했다.

땅 갈라지고 집 불타고 - 1일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에서 주민들이 지진이 발생한 뒤 바닥이 갈라진 건물 밖으로 대피해 나와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상공에서 촬영한 와지마의 한 주거 단지 일대가 지진 이후 불타고 있다(오른쪽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지진이 발생한 이시카와현을 비롯해 인접한 니가타·후쿠이현에는 다수의 원전이 있어 안전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시카와현에는 시가원전 1·2호기, 니가타현에는 가시와자키 가리와원전, 후쿠이현에는 오이원전·다카하마원전·미하마원전 등이 있다. 일본원자력규제청은 “모니터링 결과 가장 강도가 셌던 이시카와현의 시가원전 주변은 아직 다른 변화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주변 모든 원전에서도 지진으로 인한 안전 확보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단 시가원전에서 변압기 화재가 발생해 곧바로 껐으며,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력선 두 개 가운데 한 개는 멈춘 상태다.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2~3일 내 진도 7의 강진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가나자와대학의 히라마쓰 요시히로 교수(지진학)는 “바다 밑 지하에 숨겨진 단층이 새롭게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단층 지진이라면 앞으로도 연쇄적으로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 호외를 받아든 일본 시민. /AP 연합뉴스

한편 한국 외교부는 노토반도 지진과 관련해 한국인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오후 8시 현재) 외교부는 “우리 국민 피해 여부는 확인 중이며 지금까지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한국인 교민은 이시카와현에 1200명, 도야마현에 800여 명이 거주한다고 알려졌다.

☞한국 관광객 많이 찾는 노토반도

일본 중심 섬인 혼슈(本州) 중부 이시카와현에 있다. 일본 열도 중간쯤에서 동해 방면으로 볼록하게 솟아 있어 포항 호미곶과도 비교된다. 일몰을 볼 수 있는 해안 도로와 계단식 논, 기암으로 유명하다. 국립공원인 이 일대는 한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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